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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이태원 참사 관련 기록 단 1건뿐?

opengirok 2022. 12. 12. 10:56

한덕수 총리 참사 수습 지휘했는데 왜 문서는 없나... 시민 정보 접근 차단?

국무총리실 정보 목록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일을 안 해서 찾을 수 없든, 정보를 숨겨서 찾을 수 없든 그 이유가 무엇이더라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는 10.29 이태원 참사가 있기 5일 전인 10월 24일부터 참사 발생 이후 정부의 대응이 본격화되었던 11월 8일까지 국무총리비서실의 기록물 등록대장을 정보공개청구했다.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해당 기간 국무총리실이 생산 및 접한 기록물은 총 233건이다. 하지만 이 중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기록은 10월 31일 정무기획비서관의 <이태원 사고 계기 공무원 기강확립 관련 국무총리 지시사항 전달> 이 한 건밖에 없다.

▲  국무총리실이 공개한 2022년 10월 24일 ~ 11월 8일까지의 기록물 등록대장. 노란색으로 표시한 것이 해당 기간 기록물 중 유일하게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것이다.


☞ 국무총리비서실 기록물등록대장(20221024-20221108) 보기
 
 하지만 이마저도 자세히 살펴보면 국무총리실이 생산한 문서가 아니라 인사혁신처로부터 접수한 것이다. 인사혁신처로 국무총리 지시사항이 나간 거라면 최소한 총리실에서 인사혁신처로 어떤 내용을 지시했는지 그 내용이 적힌 기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총리실의 기록물 대장에서는 받은 건 있지만 보낸 흔적은 찾을 수 없는 상태다.

공공기관은 업무와 관련한 행위를 기록으로 남길 의무가 있으니 그 기록을 보면 이태원 참사 관련 어떤 수습 및 대응 활동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국무총리실이 공개한 정보로는 확인할 길이 요원하다.

대상 기간과 기관을 확대해 살펴봤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10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국무총리비서실의 정보목록*을 확인해봤다. 검색어를 '이태원' '10.29' '참사' '사고' '핼러윈' '할로윈'으로 각각 확인해봤지만 검색된 결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정보목록이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문서의 목록으로 공공기관의 업무내용을 시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법에 따라 공개하도록 되어있다).
 

▲ 2022년 10월 29일 ~ 12월 5일 동안 국무총리비서실의 정보목록 중 "이태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서는 단 한 건도 없다.
▲ 2022년 10월 29일 ~ 12월 5일 동안 국무조정실의 정보목록 중 "이태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서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 국무조정실에서 생산한 이태원 참사 관련 문서. 비공개 문서다.


혹시라도 국무총리비서실이 아닌 국무조정실에서 해당 업무를 한 건 아닐까 싶어 같은 조건으로 검색을 해 봤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11월 7일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 운영을 위한 자료요청> 이라는 문서 단 한 건만이 확인될 뿐이다. 다른 공공기관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문서들을 몇 건씩 확인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결과다.

그렇다면 국무총리와 국무총리실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는 걸까? 물론 그렇지 않다. 공문의 흔적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국무총리는 참사 발생 직후 전 공공기관에 공무원 기강 확립 관련 지시를 내렸다.


정보 비공개 전환... 시민의 알권리 훼손 

참사 이후 한덕수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본부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관련 업무를 했다. 이러한 내용은 기사를 검색해보거나 다른 공공기관의 정보목록만 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총리실의 정보목록과 기록물 등록대장에서 관련 업무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이태원 참사에 책임 있는 기관 중 하나인 용산구청은 참사 이후 '이태원' '핼러윈' 등의 단어가 포함된 문서들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심지어 1-2년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공개했던 핼러윈 축제 대응 문서들을 참사 이후 갑자기 비공개로 바꿨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용산구청이 수사를 방해하고 정보를 은폐하는 시도를 했다며 비판했다.

이런 식의 정부 대응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던 2014년 당시 해경은 정보 접근을 막기 위해 문서 제목에서 '세월호'라는 단어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감사에 대비해 정보 검색이 불가능 하도록 한 조치였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이 정보 접근을 막기 위해 정보를 비공개하거나 검색이 불가능하게 조치한 사례들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있다 보니 국무총리실 역시 참사에 대한 시민의 정보 접근을 막기 위해 정보 목록에서 누락시키는 등 시민의 알권리를 훼손한 것은 아닌지 그 정황을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의심과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무총리실이 정보 접근을 보장하면 된다. 

현재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하여 많은 국민이 정부의 사고 방기와 미흡한 대응 및 조치에 대해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 정부가 피해자와 시민에게 조금이라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재난 피해자에 대한 알권리 보장은 사고 수습과 진상규명 등을 위한 기본 전제로 많은 국제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정보공개센터는 현재 국무총리실 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소방청과 용산구청 등을 상대로 기록물등록대장을 정보공개청구해 둔 상태다. 이 밖에 참여연대, 민언련과 함께 참사와 관련해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한 문서와 정보들을 공개하고 있다(보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공공기관은 정보공개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여야 하며 공개 여부의 자의적인 결정, 고의적인 처리 지연 또는 위법한 공개 거부 및 회피 등 부당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이는 법에서 정한 원칙이며 민주주의 국가 시스템의 기본이다.

국무총리실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개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만약 국무총리실이 시민들의 이태원 참사 관련 정보 접근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라면 이는 알권리 침해이자 명백한 진상규명 방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