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6.1 동시 지방선거에서 신규로 당선된 지자체장 및 광역, 기초의원들의 재산내역이 관보를 통해 공개됐다. 공직자와 배우자, 직계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예금, 주식, 자동차 등 재산의 상세내역을 신고 및 공개하는데, 독립생계 등의 사유로 고지를 거부한 경우 신고에서 제외된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3월 공개된 105명의 재선 지자체장의 정기재산변동신고 내역을 포함해 243명의 전국 지자체장의 차량소유 현황을 분석했다.
먼저 243명의 지자체장들이 재산으로 신고한 차량의 대수는 423대로, 직계가족을 포함했을 때 한 집에 평균 1.7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중 본인과 배우자가 소유한 차량은 총 374대로 평균 1.5대에 해당한다. 지자체 장의 경우 공무수행을 위해 개인별로 관용차량이 지급되기 때문에 36명은 개인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영훈 인천 미추홀구청장의 경우 본인 명의의 자차만 5대, 홍태용 경상남도 김해시장, 최재형 충청북도 보은군수, 전춘성 전라북도 진안군수, 김진열 경상북도 군위군수, 김부영 경상남도 창녕군수는 각각 4대의 차량을 신고했다.
차량가액은 평균 1200만원으로, 현대 수소전기차 넥쏘, 제네시스 GV70/80, Jeep 그랜드체로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등 SUV 차량이 6000만원 이상의 가액으로 '비싼 차'에 속했다.
공직자들의 차량에서 가액보다는 '어떤 종류의 차를 타는지'가 더 주목할 만한데, 국민 전체 차량의 약 5%가 친환경등록차량(전기,수소,하이브리드 차량 포함)인 것에 비해 지자체장들의 차량 중 친환경등록차량은 1.9%에 불과했다. 지자체장들이 신고한 423대의 차량 중 절반에 이르는 209대의 차량이 2000cc 이상의 내연기관 대형차이며, 이 중 14%에 해당하는 59대는 3000cc이상의 '고배기량' 차량이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5대, 전기차는 단 2대에 불과했다. 한편 2020년식 이상으로 지난 2년 사이 자동차를 구입한 경우는 85대로 20%에 이르렀는데, 이들 차량 중에서도 40대는 내연기관 대형차량이었다.
이와 같은 통계는 평균적인 국민들이 느끼는 것이 비해 선출직 고위공직자들이, 가장 최소한의 기후위기 대응과 전환의 필요성 마저 제대로 인지하고 못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물론 기후위기 대응은 '친환경'으로 등록된 차량이 확대되는 것 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공직자들에 국한된 문제일 수도 없다. 하지만 공직자들은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직위를 가진 사람들이고, 이들의 정치적 책무는 중요하다.
국토부 자동차등록현황보고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507만대로 인구 2.06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등록차량의 수가 1887만대였던 2012년에 비하면 10년새 두배로 늘었다. 그 사이 한국은 세계 11위의 탄소배출국이 되었고,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석유생산 국가들을 제외하고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한국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를 이제 더는 미룰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의 시민들이 석탄화력발전 폐기와 친환경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나아가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채식과 제로웨이스트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에도 더 많이 동참하고 있다. 개인 차량을 줄이고, 기후위기의 주범인 내연기관 차량을 없애야 한다는 요구는 그 중 우리가 시급하게 실행해야할 구체적인 과제이다. 차량의 생산과 운행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고, 차량의 소유와 통행을 줄여나갈 수 있는 정책은 지금 당장 필요한데, 이를 실행할 공직자들은 어떤 생각과 실천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전국 243개 지자체장 자동차 재산내역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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