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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지방자치단체의 광고, 어느 신문에 실렸을까

opengirok 2022. 6. 27. 11:17

이 글은 오마이뉴스 그정보가알고싶다 연재에도 함께 올라갔습니다.


 

▲ 지난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낸 '보도자료' ⓒ 전국언론노동조합


지난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2016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공공기관이 집행한 정부광고 내역을 분석해 '보도자료'(정부광고, 그것이 알고 싶다)를 냈다. 

이는 언론노조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소송 끝에 받아낸 31만 건이 넘는 정부광고 집행 내역을 분석한 자료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학교에 이르기까지 3176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이 4년간 어느 신문 매체에 어떤 내용의 광고를 얼마나 광고비를 들여 집행했는지 살펴본 자료다.

언론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신문 매체에 집행된 정부광고료가 연평균 2193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특히 절반 이상인 평균 1115억 원 가량을 일간신문(중앙지)이 수주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 매체별 정부광고 집행액 순위 (2016년 ~ 2019년) ⓒ 정보공개센터


일간신문 중에서는 <동아일보>가 연 평균 95억 원가량의 광고를 수주하여 전체 신문 매체 중 1위였고, <중앙일보>(84억 원), <조선일보>(83억 원), <매일경제>와 <한국경제>(57억 원) 순으로 많은 광고료를 점유하고 있었다.

광고주 입장인 공공기관 중에서는 중소기업은행이 연평균 123억 원을 집행해 정부광고의 '큰 손'으로 확인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85억 원), 한국전력공사(47억 원) 등이 그 뒤를 차지했다.


언론노조는 분석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와 더불어 누구나 공공기관의 광고비 집행 내역을 살펴볼 수 있도록 31만 건의 정부광고 집행 원 데이터를 '정부광고 기본 분석 자료'라는 이름으로 함께 공개했다.

정보공개센터는 해당 데이터에서 광역지방자치단체(시청 및 도청)들의 광고 집행 내역만 따로 뽑아, 총액 1538억 5476만 원에 달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광고비가 어느 매체로 집행되었는지 살펴보았다.

경북 ·대구, 다른 지자체 보다 많은 광고비
 

▲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광고료 집행 순위 (2016.01 ~ 2020.05) ⓒ 정보공개센터

 
우선,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출한 곳은 경상북도청으로 나타났다. 경상북도청은 2016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4년 반 동안 총액 319억 원에 달하는 광고비를 집행했다(이하 광역지자체의 광고비 지출액은 수수료 10%를 제외한 금액).

이어 대구시(228억 원), 서울시(218억 원), 경기도(194억 원), 강원도(101억 원) 순으로 광고료를 많이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적은 광고료를 지출한 곳은 전라북도(9억 4천만 원)였다.

그렇다면 1539억 원에 달하는 광역지자체의 광고비는 어느 신문 매체에 가장 많이 집행되었을까? 언론노조가 분석한 전체 공공기관의 광고비 집행 내역과 마찬가지로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순서일까?

살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해당 기간 동안 모두 814개 신문에 광고를 냈는데, 그중에서 광고비가 가장 많은 광고비가 집행된 신문은 대구경북 지역의 주요 지역일간신문인 <매일신문>이었다. 
 

▲ 광역지자체 매체별 광고료 집행액 순위(2016.01~2020.05) ⓒ 정보공개센터


17개 광역지자체의 매체별 광고료 집행액이 큰 순서대로 10개 언론사를 꼽아보았다. 전체 공공기관의 광고료가 중앙일간지 중심으로 집행되었던 것과는 다른 경향이 나타나는데, 대구경북 지역의 지역일간지인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마찬가지로 전체 공공기관 순위에서는 5~6위를 차지했던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등 경제지들이 순위에서 보이지 않고, 상대적으로 <한겨레>의 순위가 올라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래도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광고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지역일간지에 광고의 비중을 두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상당히 많은 광고비를 집행했기 때문에, 대구경북 지역의 지역일간지들이 정부광고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 서울특별시 / 경기도 / 인천광역시 / 강원도의 광고비 집행 매체 순위 (2016.01 ~ 2020.05) ⓒ 정보공개센터


<매일신문> 대구 전체 광고비의 31%로 쏠림 현상

지역별로 광고비 집행액 상위 10개 언론사를 살펴보면 그러한 추론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한겨레>를 필두로 <서울신문>, <경향신문> 등 중앙일간지를 중심으로 광고를 집행했으나, 경기도, 인천광역시, 강원도 등을 살펴보면 지역을 대표하는 신문들이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강원일보>는 강원도 전체 광고비의 20%가 넘는 비중을 보였다.
 

▲ 충청권 광역지자체의 매체별 광고비 집행 순위(2016.01~2020.05) ⓒ 정보공개센터

 
충청권 광역지자체 역시 마찬가지 경향을 보인다. <중도일보> <대전일보> <충청투데이> 등 지역일간신문에 광고 집행이 집중되어 있다. 
 

▲ 호남권 광역지자체의 매체별 광고비 집행 순위(2016.01~2020.05) ⓒ 정보공개센터

 
호남과 제주 지역 역시 지역일간지를 중심으로 광고비가 집행되고 있는데,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경우 매체별 집행 액수가 상대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 영남권 광역지자체의 매체별 광고비 집행 순위(2016.01~2020.05) ⓒ 정보공개센터

 
상대적으로 광고 집행액이 많은 경북과 대구에서는 앞서도 살펴보았듯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일신문>의 경우 대구광역시 전체 광고비의 31%(71억 원), 경상북도 전체 광고비의 18%(58억 원)을 점유하였음이 드러나, 지역일간지 중에서도 쏠림 현상이 극심히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보공개 소송 끝에 받아낸 정부광고 집행 내역

전체 정부 광고가 중앙일간지를 중심으로 집행되어 지역언론의 숨통이 제대로 트이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언론사 중에서도 일부 언론만을 중심으로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면 그 역시 바르지 못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왜 특정 지역의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유독 많은 금액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광고비 지출이 몇몇 지역언론사에 쏠려 있는지 좀 더 파헤쳐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부의 광고 비용은 세금으로 지출되는 만큼, 시민들은 어느 공공기관이 어떤 언론사에 무슨 내용의 광고를 내고 있는지, 광고 비용은 얼마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정보공개 소송 끝에 정부광고 집행 내역을 받아낸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언론노조가 보도자료를 내 자신들의 분석 내용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원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도록 공개한 것도 중요하다.

정보공개센터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광고비 집행 내역을 살펴보았듯이, 시민들 역시 자신이 사는 동네의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언론사에 주로 광고를 내고 있는지, 어떤 내용의 광고를 내고 있는지 살펴보고, 혹시나 특정 언론사에 쏠림이 있지 않은지, 지역의 건강한 독립 언론사들이 정부광고로 부터 소외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