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합뉴스의 최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이하 진흥회)가 첫 정보공개청구를 받았다. 시민에게 감시를 처음으로 받게 된 셈이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이하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11월 12일 진흥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청구서를 접수한 진흥회는 정보공개청구를 처음 받아본다고 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진흥회는 정보공개 의무를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 외면했던 뉴스통신진흥회
진흥회는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대주주이자 경영감독기구로 공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운영 역시 당연히 정부 예산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그동안 진흥회는 공공성에 기반한 투명성 책무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를 제대로 해오지 않았다. 오히려 정보공개 대상 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정부기관, 지자체, 공기업은 물론이고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이나 사립·공립을 막론한 교육기관은 모두 정보공개 대상 기관이다. 심지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법인도 정보공개 대상이니, 세금이 들어가는 곳은 모두 정보공개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진흥회의 이러한 태도는 다른 공영언론과도 상반된 모습이다. 공영방송인 KBS와 EBS는 모두 홈페이지에 정보공개의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고 시민의 정보공개청구 방법을 안내 중이다. MBC 역시 최대주주이자 경영감독권을 갖는 방송문회진흥회 홈페이지에서 정보공개를 안내한다.
진흥회는 그동안 법에 따른 특수법인의 지위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해당 법이 특별법이 아닌 일반법이기 때문에 정보공개 대상 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보공개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의 입장은 달랐다.
진흥회가 정보공개 대상 기관인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질의에 행정안전부는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로서 정보주권을 수호하고 정보격차 해소 및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는 '연합뉴스사'의 경영 감독 등 공공성이 강한 업무를 수행하고 이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며, 뉴스통신진흥자금을 사용하여 정부가 연합뉴스사에 위탁한 업무에 대한 지원을 수행하고, 사업수행 및 감독에 있어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엄격한 지도·감독을 받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국가기관 등에 준하는 정도의 공공성을 가진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에 해당"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정보공개센터는 진흥회에 진흥회 기관 설립 후 첫 정보공개청구서를 보내게 된 것이다.
세금 쓰지만 증빙자료는 없다?
정보공개센터는 첫 청구로 이사장과 사무국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에 대한 공개를 요청했다. 진흥회는 업무추진비를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업무추진비는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1998년 이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대표적인 항목 중 하나이다. 집행자가 사적 용도로 유용할 우려가 큰 예산항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들로 수많은 공공기관이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오지 않아도 먼저 공개하는 사전공개 항목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경우 기관 내 전체 업무추진비에 대해 사용일시, 사용장소, 사용목적, 사용금액, 사용인원 등을 상세하게 사전공개한다.
방송문화진흥회, EBS 역시 건별공개는 아니지만, 집행유형 별 건수와 집행금액을 공개한다. KBS의 경우 집행일, 집행목적, 집행대상인원, 금액 및 결제방법 등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한다. 이들은 모두 정보공개 청구에 의해서가 아닌 사전공개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진흥회는 2021년 1월-10월까지 10개월 동안 이사장 및 사무국장 업무추진비로 총 3800여만 원을 집행했다고 공개했다. 월별 편차가 있으나 이사장의 경우 월 평균 240여만 원, 사무국장의 경우 월 평균 140여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진흥회의 공개 내용으로는 월마다 업무추진비로 얼마를 썼는지에 대한 정보 외에 업무추진비에 대한 어떤 정보도 확인할 수 없다. 서울시 등 다른 공공기관처럼 어느 곳에서 무슨 목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썼는지 정도까지의 공개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른 공영방송의 정보공개처럼 어떤 목적으로 몇 건 정도에 해당하는 업무추진비 집행인지 정도는 공개해야 하는데, 진흥회는 이마저도 하지 않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진흥회는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른 공공기관들의 경우 간혹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비공개하기도 하는데, 보통 그 이유는 영업비밀이라거나, 공개시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진흥회는 "업무추진비를 각각 사용일자, 시간, 집행처명, 집행처 주소, 사용금액, 사용자 및 인원, 결제방법(현금/카드)으로 작성·보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엄연한 규정 위반이다.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에 대한 기준을 담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집행목적‧일시‧장소‧집행대상 등을 증빙서류에 기재하여 사용용도를 명확히 하여야 하며, 건당 50만원 이상의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하여야 한다.
진흥회의 작성보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스스로 규정을 위반했음을 인정하는 것이거나 청구인에 대한 기망이다.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은 썩기 마련이다. 부정부패를 일삼아서가 아니고, 감시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다. 감시는 긴장을 주고, 긴장은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든다. 권력감시의 순기능이다.
감시의 가장 좋은 방법은 정보공개다.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이제껏 아무에게도 보여줄 일 없었던 것을 공개하는 행위와 절차는 권력에 균열을 내는 훌륭한 감시 시스템이다.
진흥회는 2005년 공식 출범이래 연합뉴스의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공정성의 책임을 맡아왔다. 하지만 정작 진흥회는 그동안 본인들의 알권리 보장 책무를 방기해왔다. 이제 더 이상은 피할 수 없다. 정보의 공개는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집행하는 기관들의 책무다. 이제라도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시리즈 [그 정보가 알고싶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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