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대통령이 왜 탄핵됐는지 모르는 황교안 총리
세월호 사건 발생일인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그리고 그날의 행적이 담긴 ‘보고문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맡는 그 잠깐 사이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어 최대 30년까지 열람에 제한이 생겼습니다. 1 (출처기사 : 「[표지 이야기] 그 때 그 사건들 ‘진실’ 밝혀질까」)
전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을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해 왔습니다. 그 대가로 전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심판을 받았지요. 진실을 가리던 대통령이 탄핵되었으니 이제 우리 모두는 그날의 진실을 알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아주 뻔뻔하게도, 자신의 기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진실을 30년 동안 봉인해 버렸습니다. 이 나라 국무총리는 전 대통령이 왜 탄핵되었는지 아직도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목포신항까지 가서 세월호 유가족도 만나지 않은 황교안 국무총리
지난 4월 1일, 황교안 국무총리(당시 대통령 권한대행)는 목포신항을 방문했습니다. 전 날인 3월 3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했기 때문이었죠. 정보공개센터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분들과 유가족 분들을 만나 어떤 대책을 내놓았을지, 가족분들의 요구는 무엇이며 얼만큼 수용하겠다고 했을지 언론 보도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접한 보도는 의아했습니다. 4월 1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 날 세월호 유가족 분들을 만나지 않고 돌아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래의 영상을 보면 당일 현장에서 국무총리가 미수습자 가족분들은 만나 뵈었지만 유가족을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영상에서 ‘416 연대’ 상임위원 이태호 씨는 다음의 증언을 하였습니다.
“총리 경호 측으로부터 황교안 총리가 이곳으로 올 것이니, 떠들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었고 그래서 우리는 가족 대표를 선정해서 황 총리에게 얘기할 내용을 정리해서 매우 정숙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4월 3일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홈페이지’에 올라온 해명은 전혀 달랐습니다. 해명 자료를 그대로 발췌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수습자 가족 면담후 유가족 대기실로 이동하려고 하였으나, 유가족 대기실에 유가족들이 머무르고 있지 않아 만나지 못함 ㅇ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과의 면담을 추진하기 위해 유가족 측에 면담 대표를 선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면담장소(정문 옆 경비실)도 확보하였음 ㅇ 그러나, 당시 유가족 대표가 구성되지 않았고, 현장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격앙되어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음
(출처 : 국무총리비서실/국무조정실 홈페이지, 알림마당 > 보도/ 해명자료 “세월호 희생자 가족 갈라놓기 주력하는 정부”보도 관련 (노컷뉴스 ‘17.4.2, 4.1))
즉, 4월 1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세월호 유가족 사이에 면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양측이 동일하게 인정한 사실입니다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의 주장이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황당한 언론 보도들을 접하면서 당일 세월호 유가족 분들을 만나기로 했던 국무총리의 일정이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유가족 면담 대표가 선정이 안돼도 총리가 목포신항까지 가서 유가족 분들을 뵙지 않고 온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요.. 이 황당함.. 허허...)
도대체 당일 일정이 왜 바뀐 거야? 정보공개청구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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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한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첫째로는 4월 1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목포신항 방문 계획 일정과, 실제 이행한 일정 정보였습니다. 둘째로는 누가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세월호 유가족 측 면담 대표가 미구성 되었다’는 정보를 확인했는지에 대한 정보였습니다.
시간별로 일정 기록? 국무조정실에 그런 거는 없단다~ 보도자료나 보셈~
하.지.만
이 중 하나도 (만족스러운) 정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방문 계획 일정과 이행한 일정 정보는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홈페이지의 ‘알림마당 → 보도/해명자료’ 메뉴에서 확인 하랍니다. 그리고 그것 말고 세부 일정이 적힌 문서는 없답니다. 해당 자료를 살펴보니 시간별로 기록된 자세한 일정에 관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정보공개 담당자와 전화통화도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다’였습니다.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국무조정실이 정보공개한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홈페이지’의 ‘보도/해명자료’ 중 관련 문서는 2건인데요, 한 건은 보도자료로 ‘미수습자 수습이 최우선, 정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제목의 문서이고, 다른 한 건은 해명자료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 갈라놓기 주력하는 정부”보도 관련 (노컷뉴스 ‘17.4.2, 4.1)’이란 제목의 문서입니다. 노컷뉴스와 같은 언론의 보도가 없었다면 우리는 해명자료 없이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에서 만든 보도자료만 보고 당일 진행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요. 해당 보도자료에는 4월 1일 일정 보고가 다음과 같이 되어있습니다.
□ 황 권한대행은 현장수습본부에서 인양 진행상황을 보고받은 후, 가족거주동을 방문하여 미수습자 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미수습자 수습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세월호 유가족 대기실도 방문하였다.
(출처 : 국무총리비서실/국무조정실 홈페이지, 알림마당 > 보도/ 해명자료 "미수습자 수습이 최우선, 정부 최선을 다할 것" 보도 관련 (노컷뉴스 ‘17.4.2, 4.1))
‘세월호 유가족 대기실도 방문하였다’는 대목에서 마치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유가족과 면담도 했을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게 작성되어 있는데요, 실제로는 세월호 유가족 분들 없는 유가족 대기실에서 국무총리 혼자서 방문한 것이었던 것이죠.
이렇듯 보도자료가 현장에서 이행한 일정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투명하게 알 수 있으려면 결국 일정 계획이 담긴 문서와 실제 이행된 일정을 잘 정리해둔 문서가 존재하여야 하며, 이와 대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무총리비서실/국무조정실에서는 4월 1일 일정 관련 문서가 전혀 없다는 것인데요. 일정 기록의 부재는 정말 큰 문제입니다.
국무총리실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모인 정보공개센터도 행사를 진행하면 행사 일정표를 만듭니다. 규모가 있는 행사는 15분 단위로 일정 계획을 작성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이었던 국무총리가 3년 만에 건져올려진 세월호 상태를 점검하고 유가족 분들을 만나 뵈러 가는 자리에 비서진이 세부 일정 계획 문서도 만들지 않고 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요? 비서들이 당일 일정을 총리에게 브리핑할 텐데 그럼 다 외워서 한다는 것일까요? (알파고야 뭐야..)
2014년 4월 16일의 대통령 기록을 찾아 3년을 헤매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통령의 기록이 중요한데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국무총리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일과를 처리했는지, 업무 수행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이 여전히 안되는 나라라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렵습니다. (이건 비공개보다 더 무섭자나…)
기록? 그런거 안해요~ 정보? 그런거 없어요~
그리고 국무조정실은 또 한 번의 충격을 안겨 주었는데요. ‘유가족 면담 대표 미구성’이라는 정보를 누가 어떻게 확인한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부존재 결정 통지를 해왔습니다.
이것도, 말이 됩니까???
국무조정실은 정보공개법에 ‘정보’라 함은, 문서나 도면, 필름 등의 매체에 기록된 사항을 말하는 것이라며, 그 ‘기록된 사항’을 관리하고 있지 않으니 정보는 부존재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허어 이렇게 똑똑하신 분들이 왜 기록을 안했을꼬…)
당연하죠. 그러니까 비서진들이 당일 대통령권한대행이었던 국무총리의 그날 일정 계획과 변경된 일정과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록했어야 했고, 그 정보를 공개하라는 거 아닙니까. 기록이 없으니 예정된 중요한 일정이 취소되어도 누가 왜,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변경했는지 정보를 찾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참… 기록이야말로 역사인데요... 역사가 없는 전 정부입니다.
단순한 국무총리 일정 정보공개도 이렇게 힘들다니… 정보공개운동의 갈 길이 구만 리군요. 그래도 힘내겠습니다!
이번 정보공개청구로 기록의 부재가 정말 무섭다는 것을 새삼 더 깨닫게 됩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차기 정부에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일정 기록 규정이나 지침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다시 제대로 확인하겠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일부러 관련 기록을 감춘 것은 아닌지 확인하겠습니다. 또한 정책 제안 등을 비롯한 정보공개센터의 활동으로 대통령은 물론 공무원들의 일정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계속해서 알려나가겠습니다.
* 정보공개 받은 원문 자료
- 물론 방법이 없진 않지만 어렵습니다. 예를들어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결이 이루어지는 등의 경우에는 열람이 가능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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