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핵 발전 노동은 차별의 상징이다.

opengirok 2014. 8. 29. 23:55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언주


핵 발전이 만들어 내는 문제를 하나하나 말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것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핵사고와 같은 거대한 재난의 상황을 만들기도 하지만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수많은 문제들로 우리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 핵마피아, 비정규노동, 핵폐기물의 문제는 꼭 핵발전소의 사고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핵발전이 만들어 내는 반평화적이고 반인권적인 상황들이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우리는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안전하게 관리만 한다면 핵발전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핵발전이 만드는 차별. 그 중에서도 핵발전 노동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일회용 노동자.


현재 일본의 핵발전 노동자의 피폭허용한도는 연간50m㏜, 5년간 100mSv입니다. 그런데 2011년 3월 후쿠시마핵발전소사고 이후 2014년 1월까지 후쿠시마 발전소에서 일한 노동자 3만2034명 중 누적으로 방사능에 50m㏜이상 피폭된 사람이 1751명, 5m㏜초과는 1만5363명이라고 합니다. 현재 후쿠시마 제1발전소에서는 하루 약 3000명이 노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3년간 산재기준 이상 피폭노동자가 절반을 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피폭한도를 넘지 않은 저선량 피폭이라고 하더라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핵발전소수습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임금은 가장 낮은 경우 일당 8천엔(약 11만원)이라고 합니다. 위험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원인은 중층 하청구조와 위장 청부 등의 위법적 노동 행태 때문입니다. 사고 이전에도 하청구조가 있어 왔지만 사고 후 하청구조는 10차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도쿄전력은 노동자 한 사람당의 임금을 하루 7만-10만엔으로 책정해 1차 하청업체에 지급하지만 실제 노동자가 받는 금액은 10분의 1 정도~ 10분의 7 수준이라고 합니다. 도쿄전력이 이미 하청업체의 중간수수료를 감안해 하청구조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많이 벌 수 있고 다른 조건들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방사능피폭의 위험이 있더라도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이 일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법적 피폭허용한도가 넘으면 일할 수 없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일본 핵발전노동자의 문제를 알리 

유로 피폭량을 속이기도 하는 노동자들이 있기도  합니다.         기 위한 퍼포먼스-2014년 젠코대회>

 ‘피폭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의 활동가 나스비씨는 현재 일본 핵발전노동의 실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러모로 원전은 명백하게 빈곤과 차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어디에 가나 원전은 차별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원청은 하청 구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도쿄전력이 인정하는 것은 3차까지이다. 노동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에 3차 하청직원으로 원전 현장에 들어간다. 고용관계가 위장되는 것이다. 누가 고용주인지도 모르는 애매한 하청구조는 전력회사에게만 좋은 것이다. 노동자는 피폭되면 일하지 못한다. 일회용 노동자이니까. 도쿄전력 직원들은 콘트롤룸 등 안전한 장소에서 일하고, 전력 회사들은 국민에게 원전 안의 깨끗한 실내만 보여준다. 원전은 깨끗하지 않은데, 깨끗하고 좋은 직장이라고 선전한다.”


한국, 핵발전 노동은 안전한가. 


그렇다면 한국의 핵 발전 노동의 현실은 어떨까요?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이 (주)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수원 출입 외주·하청업체 방사선 종사자 9,594명의 총 피폭량은 1만1427mSv로 1인당 평균 약 0.62mSv이라고 합니다. 반면 한수원 정규직 종사자 5,109명의 총 피폭량은 710mSv로 1인당 평균 0.13mSv입니다. 외주·하청업체 종사자의 피폭량이 한수원 정규직 종사자의 4.7배정도 높은 것이죠. 이중 원자로를 주기적으로 정비하는 두산중공업 노동자 414명은 1인당 피폭량이 2.78로 한수원 정규직 종사자 1인당 피폭량과 비교하면 무려 21배입니다. 이 차이는 2012년과 비교해서 더 늘어난 것입니다. (2012년 월성 1호기 압력관 교체를 맡았던 AECL(캐나다원자력공사) 노동자들의 평균 피폭량 2.65mSv과 한수원 노동자 평균 피폭량 0.14mSv은 18.9배였음.)



▲ <2013년 한수원 출입 외주 하청업체 노동자 방사능피폭량>


즉,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방사능 위험에 대한 문제는 가시적으로 있었지만 실제 핵발전소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피폭문제, 안전한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원자력안전법에 규정된 연간 피폭량 허용치는 일반인의 경우 1mSv, 방사선 작업 노동자들은 20mSv입니다. 법적 기준치 이상으로 피폭되지는 않았더라도 저선량 방사능 피폭도 분명 건강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 피폭량 수치가 보여주는 것은 핵발전 노동이 기본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의 건강권의 차별성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방사선작업종사자에 대한 피폭선량 관리는 하고 있지만 핵발전소 외주·하청구조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파괴검사 업체 등 피폭노동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는 거의 되고 있지 않아 핵발전 노동자 전체의 방사능피폭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으로는 핵발전소 안전 책임질 수 없다. 


얼마 전 영광핵발전소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경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앞에서 몇일 동안 농성을 했습니다. 방사선안전관리를 담당하던 보건물리원 노동자 6명이 집단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영광 제3발전소에서 방사선안관리를 하는 노동자 39명중 24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이들 중 찬반토론을 해 13명의 노동자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이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되었습니다. 지난 10년 이상의 노동기간동안 하는 업무는 바꾸지 않았지만 소속된 용역업체는 다섯 차례나 바뀌었다고 합니다. 한수원이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이른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고용이 승계된 것입니다. 원청사인 한수원 노동자들과 같은 업무를 하거나 심지어 훨씬 위험한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한수원 노동자들의 전반이하이고 복지수준도 아주 낮습니다. 그들의 고용형태는 말할 것도 없이 불안하구요. 이 노동자들이 주로 하는 일은 발전소에 출입하는 작업원들의 방사선피폭관리, 작업과정관리,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물품관리이고 이외에도 방사선안전관리와 관련한 전반의 업무를 합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10년 이상 방사선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해 온 배테랑 노동자들입니다. 얼마 전 만났던 영광발전소의 노동자는 핵발전소는 많은 부품이 사용되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고 한 번의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숙련성은 아주 중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숙련노동자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상태에서 노동구조는 결국 핵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있다구요. 이렇듯 핵발전 노동은 차별의 상징이자 우리가 반드시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사회적 문제입니다. 


핵발전소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 노동환경의 개선, 차별적인 구조를 해결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9월 23일 한-일 핵발전 노동 워크샵 ‘포스트 후쿠시마, 핵발전 노동자의 삶’을 진행합니다. 핵 발전 노동자를 탐사취재해온 사진작가 히구치켄지, 피폭노동자를 생각하는 네트워크 활동가 나스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일했고 현재는 태양광발전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니이쯔마히데아키씨를 초청해 일본 핵 발전 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합니다. 더불어 한국의 핵 발전 노동구조와 노동환경의 문제를 진단하고자 합니다. 핵발전 노동자들의 피폭문제, 노동의 차별적인 구조를 진단하지 않고서는 탈핵을 이뤄낼 수 없습니다. 핵없는 세상을 위해서 핵발전 노동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며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