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방사능 공포, 누가 괴담이라고 하나

opengirok 2013. 8. 29. 10:30


전진한<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사람들이 가장 크게 ‘공포’를 느낄 때가 언제일까?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때 가장 큰 공포를 느낄 것이다.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정확한 정보를 통해 미래에 닥칠 일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최근 시민사회에 방사능 공포가 몰아치고 있다. 8월 21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냉각수 저장탱크에서 300톤의 고농도 오염수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시간 동안 5년간 허용치에 한꺼번에 노출되는 방사능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일본해와 우리나라 바다가 멀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은 직·간접적으로 우리나라로 유입되어 식탁에 오르고 있고, 이런 현상들이 모여 방사능 공포가 퍼지고 있다. 방사능 공포가 발생하면 정부는 재빠르게 한국으로 수입되는 각종 수산물 등의 방사능 수치를 공개하고, 수입금지조치를 내리는 등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방사능 공포가 이제 시작됐다. 일본의 상황은 악화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환경연합 회원들이 후쿠시마 핵 재앙의 위험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홍도은 기자



하지만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사실이 아닌 괴담이라도 인터넷과 SNS 등에 오르면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괴담 유포자 처벌’을 지시했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국내로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 실태를 살펴보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농림수산식품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세슘이 주로 검출된 품목은 냉장 명태와 냉동 고등어다. 냉장 명태의 경우 34회, 냉동 고등어의 경우 37회 세슘이 검출되었다.


세슘이 두 자릿수 이상의 수치로 검출된 경우도 4건이나 있었는데 모두 냉장·냉동 대구로, 가장 높을 경우엔 24베크렐/㎏까지 검출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3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총 1만2588건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130건에서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 방사능 기준치는 어떤 기준으로 설정된 것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89년 방사성 세슘에 대한 국내 식품 기준을 370베크렐/㎏으로 정했다. 근거 자료는 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보존기간이 완료되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 수입식품 방사능 기준치는 100베크렐/㎏으로 정하고 있다. 국내산은 370베크렐/㎏, 일본산은 100베크렐/㎏이라는 거다. 국내산과 일본산 세슘 기준이 왜 다른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는 핵전쟁 방지를 위한 의사회는 성인 8베크렐/㎏, 어린이 4베크렐/㎏을 연간 피폭량으로 제시하고 있고, 독일의 방사선방호위원회는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인 바 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기준치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더군다나 방사능 기준치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크게 제기되고 있다.


동국대 김익중 의대교수는 방사능은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위험한 것이며, 노출 정도에 따라 암과 같은 질병 발생률이 정비례해서 높아진다고 밝히고 있다. 방사능 공포는 이제 시작이다. 일본의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방사능 기준치를 다시 설정하고, 수입 수산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 글은 주간경향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