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동 칼럼

관변단체, 정보공개대상기관에 포함시켜야

opengirok 2013. 8. 14. 13:55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정부는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지난 8월 6일 공포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공공기관이 작성한 정보를 의사결정과정으로 비공개할 경우 의사결정과정이 종료되면 청구인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강제했다. 그동안 시민들이 공공기관에 조금이라도 민감한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의사결정과정으로 비공개를 남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정부, 지자체로부터 출자·출연 및 재정 지원을 받는 기관까지 정보공개 대상기관으로 정하는 것은 법안에서 아예 빠졌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추진되었던 내용이 빠지면서 개정안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이 내용이 포함되었다면 연간 수십억원씩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을 비롯해 수많은 관변단체들이 정보공개 대상기관에 편입되었을 것이다. 정보공개를 통해 이들 단체가 정부지원금을 제대로 합당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감시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기만 하다.

 

그동안 이들 관변단체는 정부지원금을 부실하게 집행해 논란이 많았다. 2012년만 해도 ‘성숙하고 따뜻한 사회구현’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모호한 사업 명목으로 세 단체에 28억원이 지원됐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한국자유총연맹(13억원)의 경우 국회 예산정책처가 밝힌 사용 실태를 보면 기가 막히다. 우선 애국심 고취사업이란 이름으로 지원금을 받고는 정작 사업계획은 애국심 고취와는 거리가 먼 ‘내 고장 문화리더 양성’이었다. 이마저도 실제로는 포스터와 브로셔 제작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애초 계획안에 포함되었던 6·25 평화공존 콘서트도 열리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안보의식 함양 인터넷방송센터 운영을 하기로 했는데, 이 사업 또한 실제 집행내역을 보면 홈페이지 개편과 홍보수첩 등을 제작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1000여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총 20회 계획한 사이버 테러방지 아카데미는 민간 연수원에서 회원들 간 친목도모 행사로 둔갑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안전행정부는 2013년에도 ‘성숙하고 따뜻한 사회구현’이라는 명목상의 사업을 만들어 자유총연맹을 포함한 관변단체들에 다시 28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안전행정부가 이들 관변단체의 스폰서를 자임하고 있는 셈이다. 도무지 납득하기가 힘들다. 안전행정부는 정보공개법 시행령을 개정해 위 기관들을 정보공개 대상기관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개정안에는 또 공공기관이 전자적 형태로 보유하는 정보 중 공개대상으로 분류된 정보를 국민의 청구가 없더라도 정보공개시스템 등을 통하여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이 법안에도 함정은 존재한다. 만약 안전행정부가 이 제도가 공공기관별로 잘 정착되는지 관리·감독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빈 껍데기 같은 정보들만 실적 위주로 공개할 위험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일선 공무원들조차 이 조항이 내실있게 운영되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안전행정부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됐던 각종 유형의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가령 환경영향 평가서, 예비타당성 조사자료, 민간위탁 현황, 주요 계약서, 회의록, 기관장 일자별 업무추진비 등의 자료를 별도 사이트를 만들어 강제로 공개토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공기관의 연구용역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 ‘프리즘’이라는 사이트가 좋은 예다. 안전행정부는 이번 법안 개정을 계기로 정보공개제도가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하고, 그 열매가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