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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 칼럼

사초 증발 사건, 기록원 독립 계기로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불거진 사건이 국정원 셀프 비밀공개로 논란을 일으키더니 이제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논란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는 용두사미가 되어가고 있고,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어야 할 회의록의 실종이 정국의 가장 큰 사건이 되어버렸다. 사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건이 연일 터지면서 국정원의 개혁 논의는 점점 이슈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국정원의 개혁 문제뿐만이 아니다.


국가기록원의 정치적 독립 역시 얼마나 중요한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경기도 성남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 평화통일 노력을 설명해놓은 안내판. | 김기남 기자


국가기록원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우선 국가기록원은 후임 대통령들에게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면 언제라도 정쟁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었고, 독립적으로 대통령기록물을 관리할 능력도 의심받게 되었다.


사실 국가기록원은 여야가 정쟁으로 치닫고 있을 때 차분히 기록을 찾는 노력을 하고, 확증될 때까지 신중한 행보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두 차례에 걸친 여야의 예비열람은 물론 회의록 ‘증발’ 사태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긴급회의에서 “회의록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이런 입장 발표가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시각을 애써 무시했다. 게다가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PAMS) 검색이 이지원에서 이관된 DB 전체 정보가 아니라 일부 항목일 수 있다는 기록관리 전문가들의 의견도 묵살했다. 회의록 존재 유무 확인을 위해서는 참여정부에서 사용한 이지원 시스템을 복원해 검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불가’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여야가 정치적인 시한을 두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존재 유무를 판단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가기록원은 아무런 입장이 없다.


국가기록원이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이다. 2008년 참여정부에서 임명한 대통령기록관장을 무리하게 면직시켰다가 대법원에서 취소 처분까지 받았다. 또한 2008년 이후 안전행정부 출신 관료들이 국가기록원 간부급 보직을 대부분 차지했고, 학예연구 및 기록연구직에 있던 전문가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동안 국가기록원장은 전문가 대신 철저히 안전행정부 출신 관료로 선임되었고, 심지어 대통령기록관장 권한대행도 안전행정부 공무원이 임명됐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기록원의 발표를 신뢰하고,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태로 정보기관이 비밀기록을 폭로하는 나라라는 국제적인 조롱을 받았는가 하면, 국가기록원에는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로 인식되어 버렸다.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받은 상처는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향후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조직개편을 이뤄야 하며, 국가기록원 역시 정치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을 분리하고, 그동안 전문가들에 의해서 주장되었던 정부 독립형 (가칭)국가기록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양쪽 기관을 감독하는 방안이 심도있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이번 사태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대통령기록물법을 제정하고, 과거 어떤 대통령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통령기록을 생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초 폐기를 지시한 당사자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은 이미 죽은 대통령의 명예훼손과 정쟁은 그만두고 이번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민생입법에 힘써줄 것을 정중히 요청 드린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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