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소장
말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단체 총무를 몇 번 맡은 적이 있다. 총무의 역할은 회비를 잘 받고, 잘 쓰는 것이다. 근데 공금을 지출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가 되는 것인지 총무가 되보고 알았다. 그중 가장 큰 것이 영수증 처리였다. 작은 가게, 시장, 노점상 등은 영수증 발급이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푼돈을 사비로 지출하다 보면 금세 목돈이 되었고 그 이후 총무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그런데 공금을 쓰기는 하는데 영수증 첨부가 필요 없다면 어떤 느낌일까? 바로 공금은 달콤한 유혹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환상적인 공금이 정부에 존재한다. 정부에서는 영수증 증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금을 매년 1조 넘게 편성하고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알려졌지만 바로 ‘특정업무경비’ 와 ‘특수활동비’ 이다. 2013년 기준으로 특정업무경비는 6,524억 원이고, 특수활동비는 8,400억 원 정도 배정되었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정업무경비는 각 기관의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드는 실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예산이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수사와 그밖에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하며 국정원, 검찰, 경찰 등 20여개 기관이 이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예산이 별다른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업무경비는 30만 원 까지는 영수증 없이 사용할 수 있고, 특수활동비는 ‘국가기밀’ 분류되어 사용처 자체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이런 문제로 온갖 구설수가 발생한다.
실제 정상문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은 특수활동비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다 구속되었고, 신재민 전 차관도 특수활동비로 골프부킹 및 유흥비로 지출하다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각종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일례로 국회운영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및 특정업무경비 예산안’은 314억(특정활동비 257억원, 특정업무경비 57억원) 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두 내역이 ‘집행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예산안 규모의 적정성 및 집행의 타당성 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업무추진비 등으로 전환하고 월정액 비중을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쉽게 말해 비자금적 성격이 강해 심사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과연 고위관료를 지냈던 인사 중에 이 돈을 적절한 곳에 지출한 인사는 몇 명이나 될까? 현재 박근혜 당선인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장관 및 각종 기관장 인사를 하고 있다. 실제 이 문제로 고위관료 출신 중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인사가 몇 명 없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결론적으로 특수활동비 지출은 국정원 등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일부 기관에만 한정해야 할 것이고, 영수증도 비밀기록으로 분류해두었다가 일정기간 이후 공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나머지 기관들의 특정업무경비는 사실상 폐지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이런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달콤한 ‘합법적 비자금’ 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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