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MB정부의 명박산성과 박근혜 인수위의 밀봉브리핑.

opengirok 2013. 1. 15. 17:11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출범한 지 오늘로 10일이 지났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예고편이다. 인수위 활동으로 우리는 박근혜정부의 모습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아직 인수위의 활동기간이 제법 남았고, 극적인 반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인수위 모습으로 봤을 때 ‘소통’ ‘알권리’ 측면에서는 박근혜정부도 MB정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MB정부의 소통 점수는 감히 말하건대 낙제점이었다. 지난 5년 동안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었고, 알권리도 축소되었다. 


  인수위는 구성 당시부터 밀봉인사를 단행해 우려를 샀다. 다각도의 인사검증 없이 당선인의 확고한 의지로 인수위가 구성됐다. 내부에서도 비판의 여론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구성된 인수위원들에겐 즉각 함구령이 떨어졌다. 유일한 스피커는 윤창중 대변인 뿐이었다. 그러더니 지난주 부처별 업무보고 내용은 브리핑조차 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인수위는 입장을 번복해 보고내용을 브리핑 했다. 하지만 보고서의 목차 읽기에 불과할 정도의 부족한 설명이었고, 그 마저도 ‘기억이 안난다’. ‘잘 모르겠다’ 등의 대답이 뒤따랐다, 윤대변인은 말하지 않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 대변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방부의 인수위 업무보고 모습 (출처 :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이처럼 누구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함구령 인수위를 보고 있으니 MB정부의 불소통 행보가 떠오른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해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담은 FTA 협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여론에 현 정부는 명박산성이라 지칭되는 컨테이너박스로 된 철벽으로 응수했다. 국민들이 보기엔 이건 정부가 우리와 소통할 의지가 없다는 않겠다는 제스처였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5년 동안 지속됐다. 


  이렇게 폐쇄된 정부에서 행정의 투명성이 보장될 리 만무다, 행정의 투명성을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라 할 수 있는 “정보공개”를 예로 들어 보자면 MB정부 들어서 중앙행정기관의 정보공개비율은 10% 이상 감소했다.(2007년 전부공개율 79% → 2011년 전부공개율 65%) 심지어 청와대의 경우는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전부공개율이 20%대에 불과했다. (2007년 65% → 2011년 24%)

 

<청와대 정보공개청구 처리현황>

[단위 : ]

(공란은 통계에서 제외된 것임)

연도

전체 청구

청구처리

처리현황

취하

민원이첩

주요항목 비율

전부공개

부분공개

비공개

전부공개율

(전부공개/청구처리)

취하율

(취하/전체청구

2005

43

29

14

9

6

6

8

48%

14%

2006

58

48

27

12

9

7

3

56%

12%

2007

106

72

47

13

12

10

24

65%

9%

2008

187

84

52

8

24

10

93

62%

5%

2009

968

152

58

28

66

789

27

38%

82%

2010

994

86

40

19

27

904

47%

-

2011

83

83

20

31

32

-

-

24%

-


  뿐만 아니라 MB정부에서는 국민들과의 소통마저 단절되었다. 청와대 직원의 이름은 공란으로 처리 돼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볼 사람이 없었고, 설령 물어본다 하더라도 자동응답으로 바뀐 청와대 전화에서는 단 한번도 회신이 오지 않았다.(이건 필자의 경험이다.) 막무가내식 비공개, 과도한 비밀주의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처사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박근혜 인수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수위에 함구령이 떨어지고, 밀실 브리핑이 진행되자 필자는 인수위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원칙도 없이 무조건 비밀이라는 인수위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어서였다. 


청구 당시엔 인수위 홈페이지도 없어서 주소도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냈다. 이후 홈페이지가 열렸지만 주소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정보공개청구가 제대로 접수되었는지도 물론 알 수 없다. 하기야 함구령 떨어진 인수위 사람들에게 답변을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정부3.0”을 제 1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 3.0은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통한 국정운영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그녀는 당선인이 되자마자 불통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유는 고사하고, 공개조차 안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3.0 개념의 전신이 되는 정부2.0 웹2.0 에서는 집단지성과 업무과정에서부터의 국민의 참여를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논의와 결정은 인수위에서 하고, 정책도 인수위에서만 만든다는 인수위의 이런식의 태도는 국정에 참여하는 국민들을 믿지 못한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기의 공약을 자기가 위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을 우려했다. 소통이 단절된 권위적인 통치를 걱정했다. 의사결정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게 민주주의다.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소통의 시작이다. 혼자서만 결정하고, 결정의 과정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독단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 않고, 제 할 말만 하고 입을 닫는 것은 소통이 아닌 통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봤을 때 우려와 걱정이 현실이 될 것 같아 두렵다.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그래서 이야길 많이 듣고, 또 대화하길 좋아하는 대통령을 바란다. 솔직하고 권위적이지 않은 대통령을 바란다. 사람들을 보지 않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사람들과 말하지 않는 대통령을 바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국민들을 바라보지 않는 면벽수행, 국민들에게 입 닫는 묵언수행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