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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협상 간 USTR의 정보은폐에 저항하는 미 의회, 한국 의원들은 뭐하나?

opengirok 2012. 9. 14. 10:30


   USTR의 론 커크


정보공개센터는 그 동안 외교통상부가 한미 FTA, 한EU FTA, 최근의 한중 FTA까지 거대경제권과 체결하는 FTA들에 관한 온갖 정보들을 국회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은폐시켜온 사실을 고발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외교통상부가 아니라 미국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현재 미국의 가장 큰 무역통상 이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이하 TPP)입니다. 


TPP는 투자와 지적재산권을 포함하며 모든 상품의 관세철폐를 목적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입니다. 다른 FTA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양국간 협정이나 같은 대륙의 국가들 간의 협정이 아닌 넓은 지역을 포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입니다. 


따라서 참가국도 무척 많습니다. 2005년 뉴질랜드, 싱가포르, 첼레, 브루나이 다루살람 4개국으로 협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미국, 호주, 페루, 베트남이 참여했으며 말레이시아가 2010년 추가적으로 협상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6월에 멕시코와 캐나다가 참여함으로 총 11개국이 참여하는 거대 협정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그 밖에 미국에서는 일본, 한국, 필리핀, 대만이 참여를 고려 중 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한국의 외교통상부에서는 TPP 회원국 중 개별적으로 FTA를 맺었거나 추진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중국과도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아직까지는 TPP 참여의사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일본은 반대여론으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느 자유무역협정의 협상이 그렇듯 TPP 협상도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졌습니다. 협상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 각 국가별로 어떤 초안들이 제시되고 합의되고 있는지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들, 심지어는 미국 의회 의원들도 알 수 없었습니다. 미 의원들이 협상을 맡고 있는 미무역대표부(USTR)는 미 의회의 요구에도 협상 내용들을 알 수 있는 핵심적인 정보들은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미 공화당 하원 대럴 아이사(Darell Issa) 의원은 지난 5월 2011년에 작성된 미국의 지적재산권 부문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통상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일부의원들은 지나치게 권리자의 이익만 반영되어 비판 받은 한미 FTA 지적재산권 조항과 유럽에서 거부된 ACTA(위조품거래방지협정)보다 더욱 악독한 조항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안이 시민사회와 의회의 의견수렴 없이 오바마 행정부와 USTR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점입니다. 



대럴 아이사 하원의원 TPP 지적재산권 부문 2011년 초안을 게재한 'KEEP THE WEB#OPEN'


이런 지적재산권 부문은 시민사회와 의회에 강한 비판을 받았지만 USTR은 협상내용에 관해 비밀주의를 유지했습니다. 


이에 지난 6월에 민주당과 공화당을 아우르는 미 의회 의원 132명은 USTR의 론 커크(Ron Kirk)대사에게 협상 정보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접근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보냈습니다. 또한 이에 앞서 5월 23일, 론 와이든(Ron Wyden) 민주당 상원의원은 의회 의원과 보좌관들이 무역협상에 관한 정보에 포괄적으로 정보접근을 보장하도록 하는 소위 “무역협상에 관한 의회의 감독”(Congressional Oversight Over Trade Negotiation Act)법안을 발의했습니다(회부된 상태).



132명 의원의 공동서한을 게제한 NGO Infojustice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무역협상에 관한 의회 감독권 법안


이에 대해 론 커크 대사는 이미 충분히 공개하고 있다며 의회의 요구를 회피했고 협상은 계속되었습니다. 현재 와이든 상원의원과 14차 협상이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진행되고 있고 와이든 상원의원과 아이사 하원의원은 공개된 지적재산권 안은 저작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며 인터넷 사용의 자유와 의약품 접근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협상에 대한 정보공개를 촉구하는 서한을 재차 보냈습니다.




와이든 상원, 아이사 하원의원 USTR 론 커크 대사에게 보내는 항의서한


한편 지난 9월 5일 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는 TPP에 대한 의견서를 발간했습니다. 여기에서 CRS는 TPP에 대해 두 가지 문제점을 중요하게 지적했습니다.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국제적인 기준보다 지나치게 강화되어 있다는 점과 신속한 협상을 위해 의회가 행정부에 광범위한 협상권한을 부여하는 무역촉진권한(Trade Promotion Authority, TPA. 과거에는 fast track이라 불렸다)이 없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협상을 진행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TPP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면서 미국의 밀실협상과 정보은폐가 개선될지 두고 볼 일입니다. 



TPP 협상간 행정부의 권한 남용과 지적재산권 부문의 지나친 보호를 지적한 의회조사국 분석자료


지금껏 보신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TPP협상을 통해 자유무역협정 협상 간 비밀주의와 정보은폐 문제가 다시금 거세게 일어나며 의회에서도 법안발의까지 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비밀이 해제되고 사회전반에 이익이 되는 무역이 필요하다는 의회의 의식전환이 그 기반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여전히 동시다발적 FTA 체결전략 하에 많은 FTA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미 FTA 발효 이후에 FTA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지금 추진되고 있는 FTA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협상에 대해 궁금해 하는지 조차 의문입니다.




*첨부자료(순서대로)

유출된 2011년 2월 미국 TPP 지적재산권부문 초안

민주당 와이든 상원 법안제안설명-발의법안

USTR 론커크에게 보내는 와이든 아이사 서한

미의회조사국의 TPP에 관한 분석보고서


TPP IP Chapter Proposal_US_201102.pdf

wyden-statement-introduction-of-Congressional-Oversight-Over-Trade-Negotiations-Act.pdf

Wydan-Issa Letter for USTR on TPP IPRs.pdf

R42694 TPP Issues for Congress.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