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비밀 수집땐 징역형… 민주 “국가통제 강화 의도”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한다는 등의 취지로 제정을 추진 중인 ‘비밀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비밀보호법안)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해치고 언론 취재활동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밀의 탐지·수집 행위만으로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데다, 필요할 경우 정부가 언론사 및 기자를 조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각 기관의 편의적 비밀 지정에 대한 검증과 제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 법안은 지난해 3월 발의됐으나 한나라당 등의 반대로 자동폐기됐다가 지난 8월 국가정보원이 행정안전부를 통해 거의 원안 그대로 재발의했다. 지난해 야당으로 법안에 반대했던 한나라당은 정권을 잡자 찬성으로 돌아섰다. 각급 비밀은 현재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따라 지정·보존되고 있다.
비밀보호법안은 누구든지 비밀을 탐지·수집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누구든지 국가안보 또는 국익을 해하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비밀을 탐지·수집할 경우’로 처벌 대상을 한정하고 있지만 이 대목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국민들의 비밀접근권이나 언론 취재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안은 또 국방·외교 등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에 한정된 현재의 비밀의 범위를 통상·통일·국가이익 등으로 확대해 정치적 이용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상분야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민 건강과 재산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들이 비밀로 될 수 있어 문제다.
국정원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 것도 지적되고 있다. 가장 많은 정보를 생산·취급하는 국정원에 비밀 분실·누설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 언론사 등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게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재의 보안업무규정으로는 실효적인 비밀 보호 및 관리에 한계가 있어 비밀 지정과 보호, 해제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제도적 장치인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법안 제정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국정원의 권한과 정보 접근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 언론과 시민사회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편의적으로 국가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고은·김다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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