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예우받는 전관, 해고당한 전관

opengirok 2011. 6. 16. 16:44



내가 아는 두 종류의 전관(前官)이 있다. 한 종류의 전관은 요즘 언론을 많이 장식하는 전관들이다. 공무원으로 잘 나가다가 그만둔 후엔 로펌이나 민간기업으로 가거나 자격증을 가지고 개업을 해서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판사, 검사 출신도 있고 행정공무원 출신도 있다. 이 사람들 때문에 ‘전관예우’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이런 전관예우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칼을 들이대겠다고 했다. 로펌에 취직하거나 민간기업에 취직하는 것에 대해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비록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하는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실 전관예우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그 형태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공무원 출신들이 각종 자격증을 쉽게 딸 수 있게 한 ‘전관예우’도 있다. 세무사, 관세사, 공인노무사, 법무사… 이런 자격증은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런 자격증을 딸 때 공무원 경력자는 1차 시험을 면제받거나 시험과목을 일부 면제받는다. 예를 들면 국세에 관한 행정사무에 종사한 경력이 10년 이상이면 세무사 1차 시험이 면제된다. 경력이 20년 이상이거나, 5급 이상으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으면 2차 시험의 일부 과목도 면제를 받는다. 이런 자격증 시험에서 ‘1차 시험 면제’나 ‘시험과목 일부 면제’는 상당한 특혜다.

그리고 이렇게 공무원 출신이 자격증을 따서 개업을 하면, 동료 공무원들이 밀어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변호사들만 전관예우로 사건을 유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전문직 세계에도 전관예우가 존재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신분보장에 연금 등의 혜택을 받아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퇴직 후에 돈을 버는 것까지 보장을 해준다면 과도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공무원들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일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내가 아는 또 다른 종류의 전직 공무원들이 있다. ‘예우’를 받는 게 아니라 이단자 취급을 받기 때문에 ‘전관’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애매하지만, 어쨌든 전직 공무원이긴 하다. 이 사람들은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권한을 남용한 것도 아니지만, 해고를 당했다. 공무원 노동조합 활동 때문이다.

정부든 법원이든 부패나 특혜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노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거나 ‘공직사회 개혁’을 얘기하면 가혹하게 대우하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해고된 공무원이 있는데, 이 분이 한 일은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 말고는 비폭력적인 집회에 한 번 참석한 게 고작이다. 사회복지공무원으로 근무할 때에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로 살았고, 어떤 집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까지 소상하게 파악하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공무원은 공무원으로 생활하기가 어렵다. 불의나 부정을 참지 못해서이고, ‘있는 사람’에게 특혜를 주면서 가난한 사람에게는 가혹한 행정을 참지 못해서이다. 그래서 ‘공직사회 개혁’을 해보겠다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신분을 박탈당하는 징계처분을 받아 8년이 넘게 해고자로 생활하고 있다. 노동운동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철밥통’ 공무원을 하면 될 사람이 왜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지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지금 국회에는 이 해고공무원들의 복직을 위한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듯하다. 여야 국회의원 50명 이상이 법안에 서명했다지만, 정작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부패와 전관예우는 막지 못하면서 ‘공직사회 개혁’을 주장한 공무원은 거리를 헤매게 하는 이런 현실을 바로잡을 수는 없을까?

<하승수. 변호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