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사법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opengirok 2011. 3. 24. 10:02




 


검찰이나 법원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사법개혁만큼 절실한 과제도 없다. 선출되는 권력은 선거로 심판하면 되지만, 선출되지 않는 권력은 심판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왜 법을 공부했었나 하고 후회할 때가 있다. 그동안 내가 겪고 바라본 법조계는 별로 정의롭지도 않았고, 깨끗하지도 않았다. 전관예우, 독립적이지 못한 검찰, 엘리트 의식에 빠져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법원, 여러 관행화된 부조리와 부패. 이런 것이 내가 바라본 법조계의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들은 최근에도 ‘스폰서 검사’와 정치수사, 퇴임 후 ‘잠깐’ 동안 수억원, 수십억원을 번 전직 법관 등으로 나타난 적이 있다.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라는 구호가 나오지만, 실제로 그런 개혁이 제대로 추진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사법개혁의 단초가 마련되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6인 소위원회가 합의한 내용을 잠정안이라면서 발표한 것이다. 내용을 보니 몇 가지 의미있는 것들이 있다. 전관예우 방지를 위해 퇴직 판·검사가 최종 근무지에서 사건 수임을 하지 못하도록 한 점, 법조 경력 10년 이상 법조인을 법관으로 임용하도록 한 점, 판·검사들의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도록 한 점은 의미가 있는 얘기이다.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정치권에서 이 정도 방안이라도 내놓은 적은 없었다.

물론 다듬고 보완해야 할 점들은 많다. 특별수사청의 경우에는 수사대상을 판·검사로 한정하지 말고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까지도 수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특별수사청의 조직은 대검찰청으로부터 분리된 독립조직으로 해야 한다. 전관예우 방지대책에는 전직 고위 판·검사들이 로펌으로 영입되는 최근의 현상에 대한 대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발표한 내용 중에 당장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는 좀 더 검토할 수도 있다. 대법관을 증원하는 문제나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문제는 좀 더 논의해서 결정해도 되는 문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도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특별수사청이 설치되어 독립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역할은 조정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서둘러야 할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 중요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잘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점들을 보완한다면 6인 소위원회가 내놓은 안은 한국 사법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 정도의 방안에 대해서도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검찰은 대놓고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반발하는 것을 보니,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되지 않은 검찰권력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것은 선출된 권력인 국회의 고유임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이 반발하는 행태를 보면, 이런 민주주의의 기본에 대해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편 정치권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정치권의 반대파들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내용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사법개혁안이 표류하다가 이번 국회 임기가 끝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실제로 시간은 많지 않다. 올해 상반기에 사법개혁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하반기에는 정상적인 논의나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 총선·대선을 앞둔 예민한 시점에 검찰과 법원을 건드리는 법안을 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중적인 논의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사법개혁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검찰이나 법원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사법개혁만큼 절실한 과제도 없다. 선출되는 권력은 선거로 심판하면 되지만, 선출되지 않는 권력은 심판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이 좋은 기회이다. 그동안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해온 사법권력을 국민의 입장에서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변호사·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