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암 도류(정보공개센터 이사)
이곳 강원도 화천에서 내가 가장 우려했던 점은 축제의 개최여부가 아니었다. 축제로 인해 외지인이 몰려 들고 이어 구제역이 창궐하게 되면서 관내의 축산 농가들이 절망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사태와, 텅 빈 축제장에 설치될 시설물들이 아무 쓸모없이 예산낭비만을 초래하게 되는 사실에 대한 우려였다.
의회차원에서 축제중단의 현실적 결론을 맺어 구제역발병의 확산이 이곳 화천에 이르기 전에 산천어축제를 취소를 하루 속히 결정하도록 화천군수에게 촉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를 했다. 축제장에 대한 대대적인 시설공사가 아직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상 30억원에 이르는 위의 축제준비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의회차원의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빙판 낚시터에 뚫어놓은 수백 수천개의 흉터로 난무한 얼음낚시구멍들.
하천을 가로지르는 얼어붙은 구름다리들.
강철빔으로 급조한 눈썰매장.
그리고 하천 물줄기를 2중 3중으로 둑을 쌓고 가로막아 빙판구역을 설정함으로서 생태계의 막대한 재앙을 초래하고 있는 거대한 둑방들.
약 30억원에 이르는 이 예산은 현장에 투입된 금액에 한정된 것일 뿐이다. 축제 준비를 위해 지난 한 해 11개월 동안 투입해온 가치는 수백억원에 이르고도 남는 손실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천재지변이라 할 구제역의 창궐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했다면 최소한 약30억원에 이르는 이 예산 만큼은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신중한 건의에 대해서 의회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화천군은 축제 개최의 가부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얼어붙은 하천 골짜기에 수십억의 쓸모없는 시설물 설치를 사실상 방조했다.
구제역 도살 작업이 드디어 화천 관내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축제취소로 인해 수많은 상인과 농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축제장 시설 설치업자들은 손해 볼 것도 없으니 은하수처럼 요란한 저 LED빙등 광장에서 그들만은 축배를 들며 환호했다.
1월 중순경에서야 소집된 축제진행찬반을 묻는 회의석상에서는 절대 다수 의견이 구제역피해로 인한 축산농가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축제포기하는 것으로 뒤늦게 결론을 맺었다.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강도는 도망가고, 시체가 널부러진 뒤에 경찰이 출동하는 양상과 다르지 않다.
한편으로는, 축제취소가 결정되는 그 회의석상에서 축제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심한 의원도 있었다. 이는 예산을 책임지는 의원의 본분도 망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속히 축제취소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30억원의 축제장 시설비가 낭비되었다는 사실을 성토해야 할 의원이 오히려 이제라도 축제를 개최하자고 주장하는 얼빠진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하천에 내던져 잃어버린 30억원은 우리 화천 관내의 저소득층 노약자들 모두에게 쌀가마니를 배급해주고도 남는 금액이다. 또 구제역의 위험에 빠진 모든 축산농가의 열악한 사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줄 수도 있는 금액이며, 또한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된 모든 축산농가를 철저히 폐쇄조치하고 한 겨울 동안 그들의 의식주를 책임져 줄 수도 있는 금액이다.
전국이 구제역열풍으로 사상 최악의 재앙에 직면해있는 상황에서 일부 상인들의 이익과 전시성 축제놀이에 집착하며 축제 중단결정을 회피하고, 이로서 터무니없이 예산을 낭비한 책임소재를 가려내고 성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가장 우선적으로 책임을 통감해야할 것이며, 무능한 의회의원들 역시 그 성토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축제장 시설에 낭비된 예산에 대해서 책무를 소홀히 한 그들이 도의적으로 변상해야할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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