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정보공개센터 소장
이런 전문가들 중에서 정말 공공의 입장 또는 시민의 입장에서 말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개인적 이해관계나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ㆍ분야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번에 발생한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태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들을 해 보았다. 이번 사태 초기에 일본이나 국내의 여러 전문가들이 코멘트를 했다. 대부분 ‘안전할 것이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라는 것이 주된 논지였다. 사태가 악화된 지금에도 대부분의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은 모르지만, 우리는 안전하다’라고 얘기한다.
물론 전문가가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상황에 대해 정확한 예측과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전문가가 아쉽다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 없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원자력은 돈이 많이 관련된 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원자력 업계’가 존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주)같은 기업만 여기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들, 학자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리고 업계에서 돌아가는 돈도 여러 종류가 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전력산업기반기금이라는 돈도 있다. 전기요금 중 3.7%를 따로 떼내어 조성되는 돈인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는 원자력 홍보비도 지출된다. 원자력문화재단이 TV광고 등을 통해서 ‘원자력은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돈도 여기서 나오는 돈이다.
이런 돈들이 흘러다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생기게 되어 있다. 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어도 원자력 산업은 산업계와의 이해관계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원자력 전문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현 정부가 원자력 발전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정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과연 얼마나 존재하겠는가?
그래서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얘기할 수 있는 독립된 전문가가 아쉽다. 이번에 엄청난 사태를 겪고 있는 일본에는 ‘시민과학자’를 자처한 원자력 전문가도 있었다. 원자력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졌기 때문에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그는 원자력과 관련된 이해관계로부터는 독립해 있었던 전문가였다. ‘타까기 진자부로오’라는 이 과학자는 동경대를 졸업하고 원자력회사에 입사하여 방사능에 대해 연구했고, 동경도립대학 이학부 교수로도 재직했던 과학자였다. 그렇지만 그는 대학을 그만두고, ‘원자력자료정보실’이라는 NGO를 창립하여 원자력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한다.
그가 이런 일을 한 이유는 원자력에 관한 정보는 일반 시민들에게 마치 암호와도 같은 전문용어와 특수한 표현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이런 암호를 풀어서 시민의 눈높이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타까기 진자부로오’가 한 일이다. 그는 2000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11년 후에 지금 일본에서 벌어진 현실을 보면, 원자력에 대해 알리고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려고 한 그와 같은 사람이 아쉽기만 하다.
이해관계에 얽힌 전문가는 타락하기 쉽고 위험하다. 그런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성과 영향력으로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려고 할 때에는 더욱 위험성이 커진다.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경계하고 자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도 시민과학자, 시민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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