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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 <1만 명의 삶을 만나다> "청와대 김땡땡 바꿔주세요" 정진임

opengirok 2011. 2. 8. 11:22
오세훈 서울시장과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한 단체가 있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무상급식'때문은 아니다. 이 단체는 오 시장이 '악의적으로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고 보고 소송을 불사했다.

사정은 이렇다. 2009년 4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2008년까지 서울시가 광고비를 어디에 썼는지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광고비 현황은 언론사의 영업비밀'이라는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일부 언론사에 집행된 광고비만 공개했다.

이에 센터는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센터는 2010년 4월 2009년 광고비 내역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비공개로 일관했다. 센터는 다시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또 한번 공개 판정을 받았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30일 광고비 현황을 공개했다. 청구한지 8개월, 내용으로 보면 2년에 걸린 공개였다. 센터는 지난해 '악의적 정보은폐 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민중의소리


'몽니'시장과 싸우는 당찬 20대

정진임(29)씨는 센터 창립멤버다. 대학원에서 기록학을 공부하고 있던 그녀에게 한 선배가 센터 일을 제안했고, 망설임 끝에 센터에 참여하게 됐다고. 센터는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이 모태다. 2008년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사업단을 해소하면서 센터가 공식 출범하게 됐다.

"3년 쯤 전에 참여연대가 정보공개사업단을 접으면서 기록관리학계와 언론계 기자·피디들이 '국가가 정보를 은폐하려는 것이 문제다. 외국에는 정보공개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이 있는데 그래서 필요하다'고 해서 만들었습니다. 회원들 중 기자분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정 씨는 특히 청와대의 정보은폐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면보고를 즐겨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자기들끼리 무슨 얘기를 하는지 기록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거든요.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기록을 하고 그것에 근거해 공무를 집행하는 일인데, 대면보고는 기록이 남지 않으니 책임성 있게 일이 진행되지 않아요.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것도 있고요."

"저희들의 역할이 거기에 있습니다. 기록화 시켜서 책임성을 가질수 있도록,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까지 분류하고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죠"

얼핏 보면 딱딱하고 꽤나 귀찮아 보이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고 해서 모든 기관이 호락호락 응해줄리 없거니와, 오세훈 시장처럼 엉뚱한 논리로 차일피일 시간을 끄는 것도 다반사. 어지간한 끈기 없으면 일 자체가 어려워 보였다.

"재미는 있으신가요?"

"재미있어요. 다른것 보다 활동하는 20대 청년으로써 느끼는 자부심이랄까. 그런게 있어요.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벌이야 88만원 세대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요. 스스로도 '괜찮다'고 느끼는 일을 하고 있고, 사람들도 '너는 괜찮은 일,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니 좋잖아요. 정보공개청구를 계속 하다보니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띄게 돼요. 가령 소라광장 앞 횡단보도가 자주 바뀌어요. 이런것만 봐도 '이런데 돈을 왜 써?', '얼마썼을까?' 이런 생각이 먼저 듭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청구는 무엇이었습니까?"

"서울시 외장막이요. 12억9500만원이었는데, 처음엔 6억2천만원으로 공개했었어요. 애초 제대로억이라고 공개했으면 되는데, 다른 회사와 단가를 알아보니까 맞지 않았던 거죠. 자기들도 12억은 많아 보였나봐요. 6억이라고 줄여서 공개한 것을 보면."

"청와대 김땡땡 바꿔주세요"

정 씨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에 가장 소극적인 곳은 청와대였다. 청와대는 정보공개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기관들 중 하나다. 센터는 지난해 '청와대 지하벙커 사용현황 및 유지비 현황', '대통령 식단의 쇠고기 소비 현황' 등을 정보공개 청구 한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한다'는 논리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특히 대통령 식단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청와대는 정말 웃깁니다. 일단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한다 안한다를 떠나서 담당자가 누구인지 나와요. 그러면 전화해 볼 수 있는데, 청와대는 김◯◯ 이라고 나와요."

"한번은 하도 기가막혀서 전화해 본 적 있어요. 청와대에 전화해서 '여보세요' 하고 가만 있었어요. 이름을 모르니까 누굴 찾을 수가 없는거예요. 그래서 '김땡땡 바꿔주세요' 했더니 '아 네 말씀하세요' 하더군요. 예전엔 안그랬어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김땡땡', '이땡땡'으로 나오더군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2000년에 생겼는데, 정보공개법에 처벌 조항이 없어요. 그래서 악용하는 사례들도 종종 있어요."

정 씨가 말한 '악용사례'는 수 없이 많았다. 서울시 부터 권력기관 대부분이 '악용'을 한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당시 사용한 최루액의 양을 공개하라는 청구에 '자료가 없다'고 거짓말 했다가 이후 들통나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대통령 식단을 공개하는 것이 '국익을 해치는' 마당에 다른 정보들이야 오죽 하겠는가.

"경찰청에 '채증장비 목록을 공개해 달라'고 청구했더니 경찰에서 '뭘 샀는지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나중에는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어떤 기종을 쓰고 있으면 사람들이 채증요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이유를 대요. 말이 안되잖아요. 5D(카메라 기종) 쓴다고 다 경찰입니까?"

'Government 2.0'을 꿈꾸는 그녀

"지금은 정보공개 청구 운동을 하지만 청구를 하기 전에 스스로 공개하는 '거번번트(government) 2.0' 활동을 하고 있어요. 달라고 요청하기 전에 먼저 공개하면 굳이 청구할 필요도 없고. 자발적 공개 운동을 하고 있어요."

공개를 꺼리는 기관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스스로 떳떳하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혹은 유관기관이 스스로 자신들의 정보를 공개한다면? 그녀의 바람처럼 사회가 좀 더 투명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기관들은 스스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대국민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자기검열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각 기관들이 정보공개청구를 다 해서 우리 단체가 없어지는게 꿈이예요. 저희들끼리 이런 농담도 합니다."

어쩌면 그녀의 최종 목적일 수도 있겠다.

이 일이 '천직'같으세요?

"네. 반짝반짝 살고 싶어요."

누구보다 '빛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투명'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속이 환히 내비치는 투명한 유리잔처럼 깨끗하게. 혹은 따뜻한 봄 햇살을 받아 맑게 흐르는 시냇물처럼.

"이 일을 시작할때 사실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했었어요. 인생을 고민하는데 '돈'이 걸림돌이 됐어요. '내가 역량을 키워서 원고를 쓴다던가 강의를 다닌다던가 해서 나름대로의 수입을 만들자'고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녀는 '정보공개 청구 운동'을 정말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또 자신이 가장 즐겨할 수 있는. 그녀 나름의 '세상 사는 방법'이다.

그녀의 명함에는 '반짝반짝 살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 낡은 유리창의 먼지는 닦아 내면 그만이다.


<현석훈 기자 radio@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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