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여론조사 결과발표 매우 위험하다?

opengirok 2011. 1. 4. 11:3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집권 4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권의 질주가 거침없다. 4대강 사업은 거침없이 진행하고 있고, 종편도 4개 언론사나 선정했다.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날치기로 새해예산을 통과시켰고, 그 중에는 형님예산을 포함해 정권 실세들의 제 집 챙기기 사업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어떤 정권보다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고, 권력 누수 현상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은 있다. 이명박 정권의 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박정희 정권시절 처럼 유신헌법을 시행할 것이 아니면 올 4월 보궐 선거부터 시작해 내년 총선 및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한 것일까?


정치인들은 선거가 코 앞 으로 다가오면, 여론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도 국민들이 반대하면 가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 이런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낄 정도이다.



이 미스테리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가? 바로 여론조사 결과이다. MBC가 27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벌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3.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8.7%에 불과했다.



                                            <이미지출처: 한겨레>

놀라운 결과이다. 이뿐만 아니다.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민주당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 언론사에 따르면 개헌 지지율은 70%에 육박한다. 게다가 차기 정권의 유력한 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이 30% 중반에서 40% 까지 이르고 있다. 이 결과는 다른 대선 후보군 전체 지지율을 합친 것과 비슷한 것 결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결과를 보고 받으면 자신의 국정 수행에 대해서 크게 기뻐할 것이고, 개헌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정권 재창출은 문제없는 것으로 파악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저 태평성대 여론조사 결과를 믿어야 할까? 벌써 수많은 곳에서 지적하고 있지만 이런 여론조사결과는 매우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목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발언은 매우 주목해볼 만하다.


“지금 발표되는 여론조사결과는 보수층들이 한 80%이상 집 전화를 가지고 있고 좀 자유스러운 개방 마인드를 갖고 진보적인 측면의 젊은이들이나 40대들은 이미 집 전화가 없다” 라고 언급하면서 여론조사결과에 대해서 의구심을 나타냈다. 여론조사는 휴대폰으로 하지 않고 집전화로만 하기 때문이다.


트위터로 유명한 박대용 춘천 MBC 기자도 “많은 언론에서 여론조사응답률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 응답률이 10%라면 1만명 중에 1천명에 응답을 받았다는 얘기고, 그중 잘한다는 응답이 500명 이라면 실제로 지지율이 5%라는 얘기가 된다. 이런 여론조사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나? ”고 밝혔다. 박대용 기자의 언급처럼 정부나 언론에서 응답률을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문제점은 미국에서도 계속 지적 되어 온 사안이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의 도리스 그레이브 교수는  매스 미디어와 미국정치라는 책에서 “매스 미디어와 미국 정치에서 미디어는 킹메이커 역할을 한다.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보도가 유권자에 영향을 미치고 설문의 성격과 형태, 기사의 배치에 따라 여론조사결과가 달라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 그러면 저런 위험성을 가지면서 계속된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어떤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정책에 대한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 대통령 조차도 여론조사결과에 만족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더욱 욕심을 낼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과 한ㆍ미 FTA재협상 , 대북 강경 기조 유지 등이다. 사안마다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 민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결과를 믿고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결과가 반복되다 보면 2년 남은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민의를 엄청나게 왜곡할 가능성이 높고 수많은 국민들이 상당기간 고통 속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의 불행으로 지속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차기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이다. 현재 여론조사결과라고 하면, 2012년 선거는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박근혜 의원의 당선은 너무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어떤 문제를 야기할까? 우선 다른 후보를 지지 하는 유권자들의 정치관심도는 계속 줄어들 것이며 자신의 표가 사(死)표가 된다고 하는 심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로 인해 정치혐오 및 무관심이 극도로 높아질 것이다.
<이미지출처: MBC>


하지만 지난 지방자치선거에서 보았듯이 여론조사 결과는 그 자체로 유권자의 민의를 왜곡 한다. 서울시장 선거를 보더라도 선거 하루 전만 하더라도 당시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2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강남 3구의 몰표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되긴 했지만 개표 상당 기간 동안 한명숙 후보가 앞서고 있었다. 표차이도 1% 남짓이었다.


만약 언론에서 여론조사결과 발표를 남발하지 않았더라면 한명숙 후보의 결집은 더 커졌을 것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더군다나 2000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1% 남짓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대권을 2년 남은 이 시점에 여론조사 결과발표 그 자체가 필요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윤태범 교수의 발언은 의미 심장 하게 들린다. 


“언론에서는 여론조사결과만 입력시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수치를 기억하죠. 하지만 더 중요 한 것은 언론에서 여론조사와 발표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도 지지율 전화를 받다 보면 대부분 거부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몇 번 응답해보면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까지 있어요. 조사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거죠. 더욱 중요한 것은 언론에서 발표하고 있는 신뢰수준 및 표본오차가 그 자체로 신뢰성을 나타내 주는 것을 수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론 조사 방식 및 발표 방식 및 근본적인 문제 전체를 뜯어 고쳐야 합니다” 


위의 문제점을 비추어 볼 때 정부 혹은 언론사에서 의해서 발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발표는 폐지하거나 크게 제한되어야 한다. 특히 응답률이 30%를 넘지 않는 여론조사의 경우 발표하지 않고 폐지해야 하고, 발표하더라도 응답률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만약 여론조사를 발표할 수밖에 없으면 집전화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휴대폰 여론조사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해야 한다.


이 같은 논의는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나뉠 성격이 아니다. 여당의 경우 여론조사만 믿고 있다가 지난 6.2 지방자치선거처럼 선거에서 크게 참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당의 경우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정치인들의 지지율 조사에 대해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여론조사 발표 자체가 선거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거의 필요성을 없애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주의 토대를 흔들 수 있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다.


국민의 여론을 듣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여론조사결과가 여론전달 기능을 막는 장치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 같은 논란에 정부와 정치권, 학계는 진지하게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