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청소의 기억, 그리고 홍대 청소 노동자의 투쟁

opengirok 2011. 1. 10. 16:55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학교 다니던 시절 가장 싫었던 것 중 하나가 청소다. 그중에서 가장 압권은 바로 화장실 청소였다. 우선 초, 중학교 시절까지는 푸세식 화장실이 대부분이었기에 더운 여름에 청소를 할라치면 청소조건은 가히 살인적인 수준이었다. 암모니아 냄새로 눈에서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렀고, 살인적인 냄새가 내장 곳곳을 찔러 구역질이 구토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더군다나 화장실은 학교에서 주먹 좀 쓴다는 일진들의 아지트였고, 청소를 하다 보면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었다. 

모두다 화장실 청소를 싫어했기에 화장실 청소는 징벌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었다. 중간고사 성적이 내려가거나, 급우들과 싸움을 하면 여지없이 화장실 청소에 배치되었다. 특히 초, 중학교 시절 시험을 쳐서 하위권에 속했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았던 학생들에게 ‘나머지 청소’ 라는 것을 시켰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은 맞벌이로 집에 계시지 않았고, 그 여파로 숙제를 해가지 않았거나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럴 때는 여지없이 ‘나머지 청소’로 화장실 청소를 하기 일쑤였다. 그 어린 나이에도 공부 못하는 것과 화장실 청소를 하는 것과의 상관관계를 찾지 못해 괴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더욱 나를 열 받게 했던 것은 반장 및 부반장은 화장실 청소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소 상태가 깨끗한 지 체크하는 일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놀던 시간 화장 쓸쓸히 청소를 하고 있으면 괜한 서러움에 눈물도 조금씩 보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청소 시간은 양상이 사뭇 달랐다. 성적이라는 치사한 방법으로 청소를 시키지는 않았다. 분단별로 돌아가면서 청소를 했으나 주먹 좀 쓴다는 애들은 청소를 건성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청소 시간에는 항상 크고 작은 싸움이 많이 일어났다. 교실 청소를 하다가도 갑자기 K-1 격투기 장으로 변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화장실은 무림 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장소이기도 했다. 특히 청소 도구들은 싸움도구로 곧잘 이용되기도 했다. 

걸레 봉은 싸움의 검봉으로 애용되었고, 빗자루는 쌍절곤으로 변했다. 청소를 하다보면 걸레봉과 빗자루가 만나서 싸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국에는 두 도구 다 교실 한켠으로 밀려가 있었고 싸움의 주체들은 사랑을 하는지, 싸움을 하는지 모르는 자세로 뒤섞여 있기가 일쑤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싸움의 이유였는데, 빗자루로 쓸기 전에 걸레로 밀어 청소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청소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빗자루로 쓸기 전에 걸레로 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말이다. 모두다 집에 일찍 가고 싶은 욕망에 걸레를 잡은 자들과 빗자루를 잡은 자들 사이에서 심한 이권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 신기하게도 화장실은 싸움 장소 및 흡연 장소로 많이 애용되었다. 청소를 하기 위해 화장실에 가보면 화장실 안에는 너구리 10마리는 잡을 정도로 연기를 피워 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여기에도 싸움을 피할 수 없다. 담배 피우는 친구들과 청소 하는 친구들이 서열이 비슷하기라도 하면 필히 싸움이 일어났다. 피우고 싶은 사람과 청소를 빨리 해야 하는 사람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이었던 것이다. 가끔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패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다. 흡연파와 청소파 간의 싸움은 학교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도 있다. 하여간 크고 작은 싸움은 청소 시간에 가장 많이 일어났다. 

그 후 고등학교를 졸업 한 후 대학교에 가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바로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교실 청소 및 복도 청소, 게다가 청소의 최고봉이라고 불릴 수 있는 화장실 청소조차도 없었다. 신입생 때는 수업 시간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돌아다는 것(고등학교때는 수업 시간에는 체육수업 이외에는 학생들이 교정에 돌아다니지 않는다)과 청소가 없다는 것에 가장 크게 감격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교실과 화장실은 항상 깨끗했다. 

그 비밀을 나중에 알았는데,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로 오기 전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들이 모두다 청소를 하고 계셨다는 걸 알았다. 나이도 대부분 우리 부모님 세대이거나 좀 더 위에 세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험 기간이면 오전 7시까지 도서관 자리를 잡기 위해 뛰어가곤 했는데, 자리를 잡고 조금만 지나면 청소하는 분들이 오셔서 화장실과 도서관 등 학교 이곳저곳을 쓸고 닦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서관을 많이 다니다 보면 안면도 알게 되어서 가끔 인사도 하게 되고, 커피도 한잔씩 뽑아 드리고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 겪었던 청소 무림고수들의 추억은 대학을 다니면서 모두 다 사라졌다. 다만 그 자리는 묵묵히 청소를 하시는 분들이 채우고 있을 뿐이다. 

오늘 두 가지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홍대에서 청소와 경비를 서시는 분들이 용역계약 해지라는 소식을 듣고 모두다 해고 되었다는 소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분들의 처우였는데, 월 75만원 월급에 매일 밥값으로 300원이 배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3,000원으로 보고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300원이라는 말을 듣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욱 분노하는 것은 총학생회 관계자들이 해고무효 농성장에 나타나서 공부에 방해가 되니, 교문 밖으로 나가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다. 그들의 공부를 위해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냄새나는 공간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공부에 방해되니 나가달라고 얘기하는 모습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한다. 더군다나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 및 휴식공간이 방송을 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장면도 있다. 홍대 청소 노동자들을 위해서 각종 성금 과 지원물품이 도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수많은 곳에서 연대 지지활동을 벌여나가고 있고 홍대 총학생회와 뜻을 달리는 홍대 학생들의 동참도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난 해 5월 한남대학교 총학생회는 교내 환경노동자 48명과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 사실이 알려졌다. 학생들은 환경미화원들과 해운대, 광안리 등을 둘러보고 유람선도 타면서 관광안내를 하기도 했다. 또한 학교에 남은 학생들은 환경미화원들을 대신해 캠퍼스 구석구석을 쓸고, 줍고, 닦으며 수고를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너무 가슴 따뜻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대학 캠퍼스가 아름다울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학 캠퍼스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고되다. 그분들에 노고를 다시 기억하며, 홍대 청소, 경비 노동자들을 위한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것이 어떨까? 


집단 해고 된 홍대 청소할머니, 경비 할아버지 돕는 후원계좌
 - 우체국 012 55902 078818 이숙희(공공노조 서경지부 홍대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