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청목회는 억울하다

opengirok 2010. 11. 24. 11:04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정치권과 권력기관에 현금다발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삼성 로비사건에서 검찰은 어떻게 수사를 했나"


‘청목회’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의 줄임말이다. 이 이름도 생소한 단체의 로비사건 때문에 정치권 전체가 들썩거리고 있다. 검찰은 전격적인 압수수색, 체포 등의 수단을 동원하여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청목회는 로비, 검은 돈, 불법 정치자금과 같은 단어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청원경찰들이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돈을 모아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돈을 뿌렸다면, 돈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이다. 비록 열악한 처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돈으로 정치를 움직이려한 것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실정법에 어긋난 부분이 있다면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청목회 사람들이 참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잘못을 하고도 억울한 이유는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법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법 앞의 평등’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현금으로 후원금을 전달한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정치권과 권력기관에 현금다발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삼성 로비사건에서 검찰은 어떻게 수사를 했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조직적인 금품 살포가 있었다고 폭로했지만, 검찰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미적거렸다. 크게 뿌리면 괜찮고 작게 뿌리면 다친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인가?

그리고 정책이나 입법과 관련된 로비는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다. 일부 대형로펌들은 전직 고위관료들을 고문으로 두고 상시적으로 로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립학교법 논란이 한창일 때에는 사학법인들이 조직적으로 자금을 거둬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요즘은 무슨 일만 있으면 이런저런 협회니 이익단체들이 조직적으로 돈을 거둬 로비를 시도했다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아마도 청목회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로비를 시도했을 것이다. 그러니 청목회는 ‘다들 하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청목회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국회의원들도 그럴 것이다. 더 검은 돈을 받고도 무사한 정치인들이 많은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냐는 생각들을 할 것이다. 그래서 정치탄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청원경찰이 아니라 청와대를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로비 못지않게 나쁜 불법사찰을 하는 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발을 빼기 바쁘다. 청와대 직원이 불법 대포폰을 사용하고 무차별적 사찰을 했다는데, 검찰은 왜 청와대 관련자들을 전격압수수색하지 못하나? 그래서 청목회를 수사하는 검찰은 전혀 멋있지 않다. 삼성 로비사건, 사학법인들의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았던 검찰이다. 청와대 앞에서는 약해지는 검찰이다. 그런 검찰이 ‘청와대 직원 친목회’도 아닌 ‘청원경찰 친목회’만 때려잡는다면,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이 정권의 비민주적 통치에 기여하려 한다면, 그럼 검찰은 ‘권력의 시녀’로 비칠 뿐이다, 
이러니 ‘내가 잘못했다’가 아니라 ‘왜 나만 당하느냐’는 항변이 넘치고, 처벌받으면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치는 ‘억울한 대한민국’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