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유권자들, 기초의원부터 잘 뽑으라

opengirok 2010. 5. 6. 11:39

 

우리 동네 기초의원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나도 10여년 전까지는 우리 동네 기초의원이 누구인지 잘 몰랐다. 당시 시민운동한답시고 재벌이나 중앙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지만,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고 동네는 휴일에 가끔 어슬렁거리는 곳 정도였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동네정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제대로 된 기초의원 1명만 있어도 그 동네 주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그리고 동네 풀뿌리 활동에 참여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 :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 http://2010net.tistory.com/



사실 내 삶에 미치는 영향으로 보면,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만큼이나 중요하다. 아이들이 가는 어린이집, 동네에 있는 복지관, 청소년 시설, 지역아동센터(공부방), 도서관 등은 모두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운영을 책임진다. 기초 지방자치가 잘못되면 곧바로 주민과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사회적 약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반대로 기초 지방자치가 잘 되면 주민들의 삶이 나아진다. 그래서 기초의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이뿐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의 뿌리가 동네정치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성희롱으로 소속 정당에서 쫓겨난 국회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저력이 어디에서 나올까? 그 해답은 동네정치에 뿌리깊이 자리잡은 기득권 구조에 있다. 동네에는 그 국회의원에게 줄 서 있는 기초의원들이 있고, 이들의 지지기반인 관변단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중앙정치에서 아무리 욕을 먹어도 그 정치인의 정치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한편 내가 동네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동네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동네정치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지역에서 건설업 등 각종 사업을 하는 사람, 지방자치단체에서 돈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관변단체 관계자들, 선거 때면 기득권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책임자를 맡는 사람들은 동네정치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참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초의원들을 보면, 이런 출신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이 기초의회를 채우다보니, 한심한 모습들이 연출된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의원들은 드물고, 자기들이 받는 의정비를 부당하게 인상하거나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낭비성 해외연수로 물의를 빚는 의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4대강 사업’이 문제라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동네에서도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각종 공사에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만약 이 돈을 제대로 쓴다면 주민들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하승수 풀뿌리자치연 '이음' 운영위원, 변호사, 정보공개센터 소장

기초의회가 이렇게 된 데에는 유권자들의 책임도 있다. 유권자들이 동네정치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소수의 기득권 세력이 동네정치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그러니 우리 동네 기초의원부터 잘 뽑자. 기초의원을 잘 뽑으면, 내 삶이 좋아질 수 있다. 보육·교육·복지의 질이 좋아지고, 아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행복한 동네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며칠 전 여·야 국회의원들이 특별시·광역시에 있는 구의회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나는 구의회를 폐지하기보다 구의회를 제대로 고쳐서 쓰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바로 나와 내 이웃들의 무관심이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제발 정당 기호만 보고 찍지 말고, 우리 동네 기초의원 후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고 제대로 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