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명단공개” 국회의원은 되도, 국민은 안돼!

opengirok 2010. 5. 4. 14:54

"명단공개" 막는 국회의원들
- 국민은 공개 못하게 하고 자기들은 하고...


하승수 변호사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전교조 명단 공개를 한 국회의원들 때문에 논란이 뜨겁다. 사실 노동조합에 가입할 것인지?는 개인의 의사결정에 의한 것이고, 이것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조전혁 의원을 비롯해서 명단을 공개한 국회의원들은 ‘떳떳하다면 공개 못 할 이유가 뭐냐’라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국회의원들의 주장이 적반하장 격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일을 최근 겪었다.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부한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어 놓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자금법에 의하면 국회의원들은 후원회를 둘 수 있고,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다. 이렇게 모금하는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따라서 이 돈은 공적인 성격이 있는 돈이다.

이런 정치자금이 투명하려면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낸 사람의 명단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권과 관련되어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내고 사업상 혜택을 받거나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자금법은 후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낸 사람의 명단이 공개되지 못하도록 하는 여러 가지 장치를 두고 있다. 우선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연간 300만원 이하의 정치자금을 낸 사람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이 조항 때문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정치자금을 내고도 여러 사람 명의로 분산을 하면 명단공개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연간 120만원 이하의 정치자금을 낸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2008년 2월 29일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법을 개정하여 기준금액을 올렸다. 이것이 의도하는 목적은 명백하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자금 후원자 명단을 최대한 숨기고 싶은 것이다. ‘떳떳하다면 왜 공개하지 못하느냐?’란 질문을 스스로에게는 던지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행태이다.

더구나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여 정치자금을 낸 명단을 가지고 있어도 인터넷을 통해 올리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정치자금법이 정치자금 기부내역을 정치적 목적으로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항 때문에 필자는 조전혁 의원을 포함한 몇몇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기부자 명단을 인터넷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이들 국회의원 후원회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서 기부한 기부자 명단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해서 받았는데, 그 중에는 조전혁 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필자가 이런 정보를 공개 받은 이유는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보공개청구운동을 기획해 보기 위해서였다. 시민들의 협업에 의해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수입-지출을 감시하는 일을 해 보려는 것이다. 이 일을 계획하게 된 것은 작년 여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에, 일본의 어느 인터넷 언론사 사장이 정치자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든 정치인 이름을 치면, 그 사람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명단을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는 그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필자는 시민들의 협업에 의해 이런 데이터베이스를 우리나라에서도 구축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시범사업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조전혁 의원을 비롯한 몇몇 국회의원들에게 300만원을 초과하여 후원한 사람들 명단을 공개받아 가지고 있어도, 이 명단을 인터넷에 올리지 못하니 무용지물이다. 명단을 보면 이해관계 있는 사람이 정치자금 기부를 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도 보인다. 예를 들면 조전혁 의원의 경우에는 상지대 설립자인 김문기 씨로부터 2009년 1월 22일 5백만원을 기부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부분을 제대로 감시하려면 인터넷을 통해 명단을 다른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의 협업에 의해 정치자금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데, 지금 정치자금법이 그걸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전교조 명단공개에 목을 매고 있는 조전혁 의원을 비롯한 ‘명단공개 국회의원’ 여러분, 전교조 명단공개 이전에 당신들 후원자 명단부터 인터넷에 공개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게 순리가 아닐까요? 떳떳하다면 왜 공개 못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