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김길태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opengirok 2010. 3. 12. 12:46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꽃다운 나이에 한 여중생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너무나 참혹하고, 비통한 일이다.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 무서움에 떨었던 여중생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최근 몇 년간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그 대상이 어린이 및 청소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럽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사건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 고민을 못하는 듯 하다. 권력기관을 비판해야 할 언론과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에게서도 그런 고민을 엿볼 수 없다. 피의자 얼굴 공개가 범죄 예방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범죄를 예방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 왜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필자의 경험과 해외 사례를 통해 이번 사건의 해결점을 찾아보자.


얼마 전 야근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집이 이상해”

“뭐가 이상해? 물이 새? ”

“아니 문도 열려 있고, 서랍도 열려 있어”


그제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해보니 방범장치가 정교하게 해체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서랍 문도 열려 있었다. 절도범이 다녀 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른 물건은 손대지 않고, 오직 아이들 백일과 돌잔치 때 받았던 돌반지 및 목걸이만 없어진 것이다. 돈도 아까웠지만 아이들의 추억을 잊어버렸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웠다.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사진 몇 장 찍고, 사건을 접수만 했을 뿐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저 불안감에 떨며, 며칠을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며칠 후 놀라운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필자의 집근처 수 십 군데가 이미 절도를 당했고, 그 범인들을 잡았다는 뉴스였다. 빈집만을 노리는 전문 털이범이었던 것이다. 혹시나 아이들 반지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지만 필자의 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범인이라는 답변만 받았을 뿐이다.

그러면 이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필자의 집이 피해를 당하기 전 필자의 동네주위에는 이미 전문털이범들이 기승을 부렸고, 경찰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네주민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필자가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돌반지를 집에다 두지도 않았을 것이며, 피해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사회가 범죄예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주민들은 인터넷에서 지역에서 일어난 강도·성폭행·절도 등 각종 범죄 정보와 통계를 항상 볼 수 있다.

‘스폿크라임’(spotcrime.com) 사이트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하면 구글 지도 위에 발생 장소와 유형별로 분류된 범죄 지도가 표시되고, 하나하나의 사건에 대한 개략적 설명이 나타난다. 특정 지역에서 어느 시간대에 어떤 유형의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지 알 수 있어, 시민이나 경찰 당국이 대비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정보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페이스북·트위터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가입자에게 즉시 전달되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범죄 정보를 민간에서 가져다가 구글 지도 위에다 표시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인터넷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005년 ‘시카고크라임’ 사이트로 첫 선을 보인 공공 범죄정보 활용 사이트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현재 미국 주요 도시 대부분에서 이런 범죄 지도를 이용할 수 있다.(한겨레신문 2009.9.29일자 인용)

이뿐만 아니다. 2007년에 시작된 ‘EveryBlock(www.everyblock.com)’은 도시나 구처럼 광범위한 지역 대신 동네, 마을, 거리 등 '내 생활영역'에 초점을 맞춘 사이트로서, 현재 뉴욕, 워싱턴 DC, 시카고 등 15개 도시에 대해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EveryBlock은 뉴스나 웹상에 흩어져 있는 지역 정보를 한데 모아서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보의 출처는 다양하다. 범죄 현황, 건축 허가 현황, 부동산 매매 정보, 식당 위생 평가, 도로 상태 등의 정보는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얻고, 온라인에 정보가 없을 때에는 공공기관에서 직접 제공받기도 한다.(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자료 참조)


오바마 정부는 취임 이후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거버먼트2.0(Goverment 2,0) 운동을 본격화 하고 있다. 거버먼트 2.0 운동이란 전자정부 서비스를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행정서비스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도입한 서비스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아이폰이 도입되고 나서, 더욱 더 새로운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면 우리 경우를 살펴보자. 정부는 정보를 시민들에게 미리 제공하는 것에 매우 인색하다. 그나마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존재하는 정보도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검색을 막아 놓고 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날이 갈수록 무겁고 복잡해져서 정보 하나를 찾으려면 몇 십 분을 소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이런 과정이 번거로워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불친절하게 대응하는 것은 기본이고, 민감한 정보에 대해서는 자의적 비공개를 남발하고 있다.

국민들이 정보를 아는게 그렇게 무섭나요?



미국과 같이 이런 정보를 미리 제공했더라면, 상당수 범죄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앞으로 아주 작은 범죄라도 경찰신고를 접수받으면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내고, 스스로 범죄피해자가 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이제 우리 정부도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아무리 많은 경찰력을 투입해도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범죄를 모두 예방할 수는 없다. 미국사례와 같이 시스템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범죄정보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보유하는 있는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정보를 공개하는 시대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정부의 역할을 고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