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정치테러? 성추행범 우근민의 '적반하장'

opengirok 2010. 3. 16. 11:31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하승수

최근 우근민씨가 민주당에 복당한 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 문제로 민주당은 '성희롱 용인 정당'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의 당사자인 우근민씨는 당당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그의 언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당혹감을 주고 있다. 사실 우근민씨의 성희롱 사실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의해 인정된 사실이다. 궁금하신 분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 들어가서 '제주', '성희롱'이라고 검색해 보면, 판결문(2005두13414)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판결은 우근민씨가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의 성희롱 결정에 불복해서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한 판결이었다. 그리고 이 판결문을 읽어보면 법원이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우근민씨는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변명하고 부인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면, '성희롱은 대법원에 의해 인정되었지만 본인은 억울하고, 성추행은 절대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열린 우근민씨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우근민씨는 자신이 성추행범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마녀사냥 식 정치테러'로 규정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우근민 "성추행 한 적 없어... 무차별 정치테러 안타깝다")
 그렇다면 과연 우근민씨가 한 행위는 무엇이며, 그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우근민 전 제주지사. 사진출처 : 제주의소리 좌용철



우근민의 행위는 성희롱일 뿐만 아니라 성추행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특별한 증거가 없는 이상,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06년 12월 21일 선고된 우근민씨 성희롱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고등법원의 사실관계 인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는데, 당시에 고등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이렇다.

우근민씨는 2002년 1월 15일 오후 3시10분경 제주도지사 집무실에서 피해자와 면담을 하면서 사각형 형태의 회의용 테이블에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90° 각도로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던 중 피해자의 오른쪽 옆으로 다가와 왼손으로는 목 뒷부분을, 오른손으로는 피해자의 어깨를 잡은 후 오른손을 아래로 내려 왼쪽 가슴을 만졌고 피해자는 우근민씨의 오른손을 잡아 뿌리쳤다.

대법원 판결에 의해 인정된 이러한 행위는 당연히 성희롱에 해당한다. 그래서 대법원도 성희롱이라고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우근민씨는 성희롱으로 판결을 받은 것은 맞지만, 자신은 성추행범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행위는 성희롱일 뿐만 아니라 성추행이기도 하다. 


우근민 "정치테러" 주장은 '적반하장'

우리나라 대법원은 피해자와 춤을 추면서 순간적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행위에 대해 강제추행죄를 인정했고(대법원 2001도2417판결),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러브샷의 방법으로 술을 마시도록 강요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를 인정했다(2007도10050판결). 또한 의사에 명백히 반하여 직장 여직원의 어깨를 주무르고 껴안은 행위에 대해서도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04도52 판결).

법률적으로 볼 때 '성희롱'의 범주가 '강제추행(성추행)'의 범주보다는 넓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근민씨가 한 것과 같은 행위는 성희롱일 뿐만 아니라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본인은 극구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그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근민씨가 자신의 행위가 '성추행'이 아니었다고 변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더구나 민주당 지도부가 복당의 전제조건으로 '공개사과'할 것을 요구했는데도, 지금 우근민씨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정치테러'로 규정하는 적반하장 식의 행태만 보이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는 우근민씨에 대해 민주당은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사실 대낮에 집무실에서 성추행을 한 것으로 판결난 사람은 당연히 공천부적격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을 복당시킨 것 자체가 민주당의 해이함을 보여준다. 이제라도 민주당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성추행 용인 정당'이라는 딱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