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대통령기록관 건립은 포기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투자

opengirok 2009. 9. 23. 16:38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영삼 이사
                                                                                              (한신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세종시에 건립하기로 했던 대통령기록관이 위기에 처해 있다. 배정된 예산을 도로 건설하는 데 전용하고, 내년도 예산도 불투명하다고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국가재정적 부담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 종합검토가 요구돼 잠정 중단한 것”이라고 하지만 올해 관련 예산이 없다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건립 계획을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섣부른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이명박정부의 ‘기록 홀대’로 볼 때 안타까운 결론이 눈  앞에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과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으로 더 이상 대통령기록물의 온전한 수집과 관리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에 기름을 붓는 결정이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의 수집․평가․기술(記述)․보존 및 공개 재분류 △역대 대통령기록물의 전시 △대통령기록물의 열람․교육 및 홍보 △대통령기록물 관련 연구 활동 지원 △전직대통령 전용 열람편의 제공 등의 기능을 하고 대통령기록물 효율적 활용 및 홍보를 위하여 기록관에 전시관․도서관 및 연구지원센터 등의 설치할 수 있도록 정해 놓았다.


이에 따라 역대 및 향후 생산될 최고 국정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활용할 수 있는 상징적 시설로 건립하고, 기록보존기관으로서의 기능과 박물관, 도서관, 교육장, 연구지원센터 등 다양한 대통령기록물 활용을 보장하는 이용자 친화적 복합시설이 되게 하며, 최적의 기록물 보존 환경이 조성되는 첨단 시설로 건립하기 위해 세종시 중심행정타운의 국가기록물박물관 부지 내에 약 8,500평을 배정해서 추진하였던 것이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은 성남에 있는 국가기록물원 나라기록물관에 소재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이 이곳에 소재토록 한 것은 2012년까지의 임시적인 조치였는데, 만약 건립이 취소된다면 상당한 기간 동안 나라기록관에 대통령기록관이 세 들어 사는 상황이 지속된다. 대통령기록관을 별도의 시설로 하지 않고 나라기록관을 활용하는 것은 대통령기록관의 설립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현실적인 조건도 충족되지 않는 문제들을 안고 있다.


첫째로 나라기록관은 접근성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것이어서 기록관을 건립하는 본질적인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대통령기록물을 통한 교육적 효과는 거의 이루기 어렵다. 나라기록관이 위치한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2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편하게 이동하여 견학이나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현재도 단체 견학이 아닌 개인 관람객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둘째, 기록물의 수용능력을 고려할 때 시급한 보존서고 건립이 필요하다. 국가기록원은 성남(나라기록관), 대전 본원, 부산(역사기록관) 등 세 곳의 서고에 약 6,164,000여권의 기록을 수용할 수 있으며, 현재 39.8%인 2,455,000권을 수용하고 있다. 성남에는 총 4백여만권을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 38.7%인 1,550,000권을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2012년까지 약 3백여만권의 기록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 4년 뒤에는 세 곳의 서고가 약 80%정도 수용되어 새로이 서고를 마련해야 한다. 기록관리를 위한 서고는 30~50년 앞을 보고 건립해야 하는데 국가기록원의 계획에 의하면 불과 몇 년 뒤에는 만고가 되는 것이다.


셋째, 대통령기록관에서 수행할 기능 수행에 장애가 많다. 특히 효율적 활용을 위한 전시관, 도서관, 연구지원센터를 설치하려면 이를 위한 공간이 필요한데, 현재의 나라기록관에는 더 이상 활용할 공간이 없다. 대통령기록관은 전시관람에 대한 수요가 크므로 역대 대통령 관련 전시 기능이 강화되어 일반 공공 기록물관에 비해 전시공간의 비중이 크다. 그런데 현재 나라기록관은 총면적 1만 9,000평 중 불과 300평(1.9%)이 전시 공간이다. 이런 상태로는 역대 대통령기록물 전시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명색이 대통령기록관인데 역대대통령별로 조그마한 전시부스를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애초 대통령기록물관 건립 계획에 따르면 대통령별로 약 44평을 반영하여 총 700평 정도가 전시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듯 세 들어 있는 상황으로는 대통령 기록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기능 수행도 어려운 형편인 것이다.


한편, 대통령기록물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시설을 두는 가장 큰 이유는 민감하고 중요한 기록물의 보호․활용에 필요한 기관의 중립․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며, 아울러 기록관리를 체계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여전히 대결적 정치구도가 남아있어서, 퇴임 후 남긴 기록물이 정쟁의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는 대통령기록관이라는 기관의 독립성은 시설을 따로 건립하여 운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기록물관리비서관실에서 제작한 <대한민국 기록물문화의 혁신>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가장 효율적인 투자가 기록물에 대한 투자다. 기록물에 투자하면 미래와 우리 아이들에게 큰 번영과 기회를 남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기록물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으로도 투자를 하도록 우리 시민들이 함께 독려하고 이렇게 해서 우리 한국이 그야말로 기록물문화의 강국, 기록물문화의 선진국이 되도록 그렇게 함께 힘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통령기록물관 건립이 좌절되지 않고, 미래의 산 교육장으로 건립되도록 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이 글은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웹진 <더연>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