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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겸손하라! 유신정권을 향한 DJ의 일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크게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CNN, 르몽드와 같은 주요 언론에서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크게 보도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도 애도를 표하고 있는데요. 그들이 보내온 작별인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이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큰 기여를 한 분이었다는 것입니다.

http://news.bbc.co.uk/2/hi/asia-pacific/8206490.stm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김 전 대통령은 수차례의 옥고와 죽음의 고비를 넘겨가며 독재정권과 맞섰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분의 이러한 행적들은 다양한 형태의 기록으로 남겨져 당시를 회상할 수 있게 해주는데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에 소장되어있는 김 전 대통령의 기록 중 하나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며 함께 추모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료 원문 보러가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소장하고 있는 성명서 중 일부



이 기록은 유신정권하에서의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인혁당사건, 민청학련사건 등에 연루된 민주인사들이 제대로 된 조사는커녕 끔찍한 고문을 받은 것에 대해 1975년 2월 2일에 위 사건들에 대한 사면 조사단 구성과 공개재판을 요구하며 김 전 대통령이 작성한 성명서입니다.

몇줄의 글 만으로도 당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독재의 권좌에 있던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 전 대통령의 날 선 경고의 목소리를 알 수 있습니다.

글의 마지막 부분은 특히 인상에 남습니다.

“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우리 국민은 독재적 위협에 굴종하거나 진실아닌 「속임수」 에 넘어 가기에는 이미 너무도 강하고 현명하게 성장한 훌륭한 국민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삼.일운동 이래 반세기이상 민주주의를 추구해 오면서 많은 희생을 받힌 아세아에서 가장 오랜 민주적 전통과 성숙을 가진 국민이다. 이러한 위대한 국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좀더 겸손하고 진실한 봉사자의 자세이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의 간절한 소원이며 요구다. ”



성명서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면 조사단구성 공개재판을 요구한다.
 
긴급조치로 구속되었던 인사들의 석방을 둘러싼 작금의 정부태도는 부당하며 졸렬하다.
정부가 말한대로 국민적 화해와 단결을 위해서 취해진 석방이 었다면 당연히 사면조치를 취할 것이었다. 그러나 인색하고 저의가 보이는 형 또는 구속집행정지조치를 취하므로써 오히려 새로운 대립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출감자들이 민청학련사건은 조작된 것이며 취조과정에서 무서운 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면 정부는 먼저 그러한 사실의 유무를 밝히는 것이 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거기에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반성없으면 재수감」운운으로 협박하고 당초 약속 했던 학생들의 복학마저 거부하는 태도로 나오고 있으니 본말전도도 유분수요 국민을 함부로 피지배자시하는 독재적작태의 심함도 이에 더 할수가 없는 것이다.
인혁당 및 반공법관계자들의 석방이나 공개재판을 요구하는 언론에 대하여 정부여당은 공산당을 비호한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공산주의자라면 누구도 이를 비호할 수 없는것이다. 그러나 설사 공산주의라 하드래도 공정재판을 받을 권리는 보장해주는 것이 민주국가의 당연한 법운용의 원칙이다. 더구나 인혁당문제 는 십년전에도 조작의 전례가 있는데다 현재 가족들의 피맺힌 호소를 들을때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언론이 파다하다. 만일 그들이 진정한 공산주의자로서 국가전복을 음모 했다면 정부가 공정하고 공개적인 재판을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한 재판은 오히려 정부의 입장을 명백하게 할 것이며, 국내외 의혹도 일소할 것이 분명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드리지 못한다면 국민의 의혹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위에 말한 사리에 비추어 나는 박정희대통령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즉각취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박대통령은 국민의 여망에도 크게 미흡한데다 사법부의 독립까지 침해한 이번 조치를 버리고 순리대로 사면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그리하여 모든 출감인사들의 복직 복학 기타 사회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기왕 수감자들을 석방하면서 국민과 당사자들의 납득을 믿지못하는 지극히 유감스러운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성해야한다.

둘째 박대통령은 출감인사들이 주장하는 사건의 조작 및 고문설에 국내외가 얼마나 큰 충격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가 하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관민합동에 의한 공정한 조사단구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다. 인권은 하늘이준 인간의 권리이며 정부도 국가도 이를 위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봉사자인 정부가 자신의 정권안정을 위해서 범죄를 조작하며 무고한 국민을 이에 얼켜넣고 거기다 가혹한 고문까지 했다면 천인이 공노할 만한 중대사실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문제에 대한 흑백은 가려 져야 한다. 그리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관계자의 엄단은 물론 정부도 마땅히 책임을 질 각오가 있어야 한다.

셋째: 박대통령은 인혁당 및 반공법관계 미석방자에 대한 민간법원에서의 공개재판의 절차를 취해 주기 바란다. 재언하지만 이 문제의 요점은 그들이 공산주의자냐 아니냐가 아니다.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문제 인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에 있어서 다만 정부의 발표를 보았을 뿐 피고의 진술이나 변호인의 주장을 듣지 못했으며 객관적인 보도도 본 바가 없다. 석방 이후수많은 관제공산당조작사건을 보아왔으며 1년전 인혁당 사건조작을 보아온 우리 국민은 이 사건에 깊은 의혹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직 공정한 재판만이 이를 해소할 수 있으며 정부의 입장도 분명하게 할수있다고 강조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우리 국민은 독재적 위협에 굴종하거나 진실아닌 「속임수」 에 넘어 가기에는 이미 너무도 강하고 현명하게 성장한 훌륭한 국민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삼.일운동 이래 반세기이상 민주주의를 추구해 오면서 많은 희생을 받힌 아세아에서 가장 오랜 민주적 전통과 성숙을 가진 국민이다. 이러한 위대한 국민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좀더 겸손하고 진실한 봉사자의 자세이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의 간절한 소원이며 요구다.

생산일 : 1975.2.20.

생산자 :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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