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왜, 혹독한 검증 거친 김준규 검찰청장 후보자도 낙제점인가

opengirok 2009. 8. 18. 11:58

 

장정욱 회원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이후 청와대가 인사검층 시스템에 대한 보완 작업에 착수했다고 알려졌다. 인사추천과 검증기능을 일원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검증을 맡았던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을 인사비서관실 아래에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 추천과 검증기능의 일원화가 인사검증에 도움이 될 것인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최소한 인사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의견이다.


계속되는 인사실패, 인사시스템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인사시스템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인사실패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사실패가 지난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정에서 국무위원 후보자 3명이 자진사퇴한 것을 포함하여 이명박정부 출범이후 인사과정에서 도덕성에 흠결이 없는 인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최근 인사는 더욱 심각하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했다. 위장전입을 했다고 한다. 같이 골프치러 다니는 기업인으로부터 15억 여 원을 빌렸다. 업체가 리스한 승용차를 제공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도 천성관씨는 인사청문회에서 대답을 피하고 거짓말로 넘기려다 낙마했다.

백용호 국세청장도 결국 취임하기는 했지만 천성관 전 후보자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세금탈루사실이 드러났다. 3건의 부동산거래에서 부동산 매매가를 허위신고했다. 국세청 신고가에 비해 지자체 신고가를 최대 1/10로 줄여 신고했다. 인사청문회에 3건의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출조차 완강히 거부했다. 국세청에 신고한 내역에 대해서도 축소신고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했다. 탈세를 하고도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탈세를 한 국세청장은 국세청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더구나 최근 국세청은 표적 세무감사논란으로 어느때 보다 독립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백용호 국세청장은 독립적인 세무행정에 대해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결국, 도덕성에서나 업무에서나 세정의 최고책임자인 국세청장의 자격은 취임전에 상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는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도 낙제점

사진출처 : 데일리안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고 자부한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도 낙제점이다. 네 차례에 걸친 위장전입만으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낙마사유다. 위장전입으로 국민들을 기소하는 검찰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다운계약서도 두차례에 걸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등록세 등 세금을 탈루했거나 탈루를 도운 것이다. 계약의 당사자가 ‘몰랐다’는 이유로 책임이 없다면 이 사회에 불법행위로 처벌받지 않을 사람은 없다. 장인의 무기명 채권 증여도 탈세가 목적인지 또다른 이유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중소득공제 정도는 오히려 애교에 속한다. 청와대에서 검찰총장 한명을 세우며 혹독한 검증을 한게 이 정도라면 앞으로의 개각은 기대조차 할 필요가 없다.


인사실패는 이명박 정부에서 ‘도덕성’이라는 기준이 사라졌기 때문

계속된 인사실패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공직자에게 ‘도덕성’이라는 기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고위공직자에게 ‘도덕성’을 검증하지 않는다면 인사실패는 당연하다. 그런데 인사추천과 인사검증이 일원화가 된다면 인사실패가 줄어들고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덕성’이 보장된 인물이 기용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인사실패의 대책이 추천과 검증의 일원화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 까지 인사실패는 추천과 검증이 분리되어서 실패한 것이 아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도덕성’이라는 잣대를 애써 무시했기 때문이다. 비밀유지를 이유로 형식적인 검증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오히려 제대로된 검증을 위해서는 인사추천을 분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추천과 검증이 일원화되면 검증이 오히려 형식적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추천을 한 입장에서 그 인물을 옹호하기 쉽다. 추천라인과 검증라인을 분리해서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공직윤리의 회복을 위해서는 고위공직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청렴결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공직자로서의 가이드라인을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누구든 볼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고위공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본인의 도덕성을 점검하고 관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혐오’도 인사실패의 또 한가지 이유

또, 이명박 정부의 인사실패를 되돌아 볼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의 혐오이다’ 예상되는 개각에서 정치인의 기용이 점쳐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식 대통령제와 달리 국무위원에 국회의원을 기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장관기용은 단점도 있지만 선거를 통한 도덕성의 검증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또한,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전문성을 쌓을 기회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에 대한 혐오’로 인해 우리제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무시하는 것도 큰 문제다. 도덕적으로 흠결있는 인사를 내놓고 여당이 다수당인 것을 활용하여 제대로된 인사청문회 없이 인사를 강행하거나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인사임이 밝혀지더라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 벌써 수차례에 이른다. 최근 천성관 전 후보자의 경우 낙마했으나 심각한 흠결이 있는 백용호 씨는 국세청장으로의 임명을 강행했다.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회대로 무력화 하고 선거를 통해 최소한의 도덕성이 확인된 정치인 인사를 기피해 부도덕한 인물이 고위직에 기용되는 관행을 만들고 있다.

왜, 이명박 정부는 부도덕한 인물을 계속 고위직에 기용하고 있는 걸까?

왜? 이명박 정부는 부도덕한 인물을 계속 고위직에 기용하고 있는 걸까? 이명박 정부의 인사시스템에는 아직까지도 도덕성이라는 단어는 빠져 있기 때문인것 같다. 사실 무리는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진입이후 수많은 거짓말을 했다. 선거당시 BBK를 자신이 설립했다는 동영상이 공개되는 등 수많은 거짓말이 밝혀졌으나 결국 선거에 승리하고 말았다. 도덕적으로 흠결 있음에도 선거에 승리한 대통령에게 ‘도덕성’은 공직자의 기준으로 유의미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또, 검증팀에서도 대통령이 도덕성이 고위공직자의 ‘잣대’가 된다면 이제까지 인사가 별 문제 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인사의 기준으로 도덕성을 바라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리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제까지의 인사실패를 보면서 ‘인사의 기준으로 도덕성을 바라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리인가?’라며 탄식해 왔다. 앞으로의 다시는 그런 탄식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사실 인사검증의 대안은 오래전부터 나와 있다.

우선「고위공직자인사검증에관한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법제정을 통해 인사검증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자료제출 요구 및 사실 조사에 대한 법률적 규정을 명확히 하고, 경찰 등을 조사대행기관으로 지정해 현재와 같이 청와대 비서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임의적 검증을 법률에 의해 공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인사 검증 사항과 기준도 법률적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고위공직자인사검증에관한법률」은 17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현재의 국회 청문회는 몇몇 공직을 제외하고는 인준권이 없는 검증청문회로 단지 의견만을 표명할 수 있을 뿐 구속력이 없다. 청문회의 인준권을 부여하여 인사청문회를 실질화 하는 형태의 제도개선도 검토해볼 수 있다.

우선은 이명박 대통령이 비선으로 추천받은 흠결있는 인사를 검증없이 기용하고 인사청문회나 인사과정에 문제가 드러나도 고집을 부려 임명하는 ‘오기인사’ 스타일을 버리면 된다. 최고의 인사를 기용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만 기용해도 지금 보다는 낫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