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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대통령기록'없는 노무현 재평가, 의미없다

opengirok 2009. 6. 2. 17:33

대통령기록관이 서둘러 공개작업에 나서야 하는 까닭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열흘 정도 지났지만 온 국민의 슬픔은 채 가시지 않은 듯하다. 여전히 많은 시민이 분향소를 찾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서 '노무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참여정부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겨 놓은 대통령기록에 대한 것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한 기록은 총 825만여 건이고, 이 중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기록물로 인식되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등록되어 있는 기록만 37만여 건이 된다.

 

  ⓒ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캡처  대통령기록관 
 

대통령지정기록물이란, ▲법령에 따른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 ▲대내외 경제정책이나 무역거래 및 재정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 ▲정무직공무원 등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 및 관계인의 생명·신체·재산 및 명예에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록물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기관 및 자문기관 사이에 생산된 의사소통기록물로서 공개가 부적절한 기록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현한 기록물로서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기록들은 15년 범위 및 최대 30년 동안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의결이 이루어진 경우, 관할 고등법원장이 해당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발부한 영장이 제시된 경우에는 그 이전이라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08년도에 대통령기록 유출 논란과 쌀직불금 관련 조사 때문에 위와 같은 절차를 밟아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일부 열람된 적이 있다.


서거 후 불어오는 노무현 다시 보기, 기록을 근거로 해야

필자는 작년에 국회나 검찰청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을 시도할 때 강력하게 반대한 적이 있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 시도가 향후 대통령기록 생산에 매우 부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대한 논의가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지정기록물 해제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재평가가 '대통령기록'을 통해 이루어질 때 가장 객관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기록을 통한 평가가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정부 측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및 재평가에 대한 국민적 욕망에 어떤 식으로든지 화답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은 논의는 대통령의 생전에는 사회적 혼란 및 정치적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으나 서거 이후에는 그런 우려가 매우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대통령 지정기록물 뿐만 아니라 비공개기록에 대한 재분류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지정기록 37만여 건, 공개·비공개도 아직 못 나눠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조치 해제'와 '비밀기록물 및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의 재분류'를 위한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기록물관리법상 규정하고 있는 국가기록관리위원회와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 통합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이 논의가 통과되지 않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기록 공개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또한 대통령기록관의 늑장 행정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대통령기록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이관한 기록 중 종이기록으로 넘어온 기록 상당수에 대해서 아직 공개 및 비공개 여부를 분류하지 못한 채 방치해 두고 있다.

이에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고 종이기록은 분류조차 잘 되어 있지 않아 2009년 말에나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히고 있다. 더욱 분통 터지는 것은 최근 국가기록원이 인사발령을 통해서 그동안 대통령기록을 총괄했던 인력 대부분을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버렸다는 것이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에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의 히스토리 전반을 이해하는 인력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일반시민들이나 언론인들이 대통령기록관 측에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기록, 영상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아도 공개 및 비공개 여부를 설정해 놓지 않은 '미분류' 상태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비공개 답변을 하고 있다. 분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기록관이 국민을 위해 할 일

 

 ▲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지난 2008년 7월 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 들어서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회적으로 수많은 기록을 생산하여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겼다. 이는 사회적으로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며, 국민의 알 권리를 한 차원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록을 평가하고 분류해야 할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 공개 작업에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루 속히 대통령기록관은 국민적 열망을 받아들여 노무현 전 대통령 기록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작업을 벌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길이자 대통령기록관의 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