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한숨 소리가 켜져 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불어 닥치고 있는 경제 칼바람이 우리 생활에 침투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회사부도 소리가 들려오고 그 부도에 맞춰 가정 경제도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원인을 찾기도 힘들다.
그저 고통당하면서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특히 빈민층의 고통은 더욱 크다. 재개발의 광풍 속에 속절없이 생계터전을 잃고 있다. 일당 직 밥벌이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의 고통은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대책도 없어 그저 씀씀이를 줄이고 또 줄일 수밖에 없다. 이번 경제 한파의 특징은 고통분담이라는 말 꺼낼 필요도 없이 모든 사람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고통에 동참하지 않는 곳이 있다. 이들은 경제가 어려워도, 회사가 부도나도 돈 씀씀이는 줄어들지 않는다. 매년 늘어나는 예산으로 어려워진 경제 따위는 고민하지 않는다. 좋은 곳에서 회식하고, 좋은 곳에 출장을 다니며 법인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 이곳은 어디인가? 바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들이다.
이들은 경제 한파에도 전혀 움츠려 들지 않는다. 예전과 같은 예산 배정과 집행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하고 있다. 민간에 돈이 돌지 않는 것을 걱정이라도 하듯이 물 쓰듯이 쓰고 있다. 가뭄이라 물도 잘 없는데 말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지난 1월 정보공개센터가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에 2009년도 기관장 업무추진비 예산액을 청구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극심한 불황이 예상되는 2009년도에 업무추진비를 증액한 곳이 서울, 경기 등 5곳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2008년도 책정된 업무추진비 집행률을 살펴보니 11개 지방자치단체가 책정된 업무추진비를 90%이상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업무추진비를 증액한 것이 왜 문제이고, 이 돈을 알뜰하게 다 지출하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업무추진비는 기관장님들이 고급식당에서 밥값, 술값으로 지출하는 돈이다. 또한 이 돈으로 화환도 보내고, 금일봉도 하사한다. 업무추진비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08년도 8월 모 의회 의장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보면서 재밌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롯데월드에서 3만 5천을 쓴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무엇에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런 돈들은 식당들의 불황을 걱정해서 쓰는 것이 아니라면 경제적 한파에 맞춰 줄여 나가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절대 줄이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12월 정보공개센터가 각 중앙행정부처에 지난 해 연말 대통령업무보고를 하면서 사용되었던 예산내역을 정보공개청구 한 적이 있다. 무엇이 걱정스러웠는지 이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대부분의 부처가 상세한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한 지식경제부의 예산 지출내역을 분석해보니, 놀라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3개 부처가 동시에 업무보고를 하는데 사용된 비용이 2000만이 넘는다. 단 하루 몇 시간 동안 업무보고를 하는데 어떻게 2000만원의 돈이 지출된 것일까? 그 항목을 살펴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거의 돈을 길바닥에 뿌리고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노트북 임대료이다. 노트북 4대를 하루 동안 빌리는데 무려 80만원의 돈이 지출되었다. 요즘 홈쇼핑에 나오는 노트북 한 대 구입비용을 임대비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프린트 2대 40만원, PDP 6대 260만원, 영상콘솔 200만원을 하루 임대료로 사용했다. 일반인들은 이들 가전제품을 한 두대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조금 더 살펴보면 음료스낵 비용으로 100만원, 기획 및 운영관리 비용으로 300만원이 사용되었다.
이런 행정이 반복 될수록 서민들의 고통은 분노로 바뀐다. 또한 세금을 내는 이유를 상실한다. 공직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어려워진 경제로 생존을 위협받는 계층을 돌아봐야 한다. 한가롭게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으로 우리 세금이 지출되는 것을 원하는 국민들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2009년도에는 우리가 내는 세금이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곳에 사용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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