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 훼손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통과시킨 국회를 규탄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도체 국제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의 국가첨단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법에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법에 따라 국가첨단전략기술에 선정되면, 자동으로 국가핵심기술이 된다. 때문에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라면 모두 은폐될 수 있도록 한 산업기술보호법의 악영향을 이어받는 법이다. 생명안전을 위한 활동 등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라도, 취득한 목적 외로 국가첨단전략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공개하거나 사용하면 중하게 처벌하도록 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 이하 벌금에 처하는 산업기술보호법의 유사조항에 비해 5년 이하의 징역과 5억 이하 벌금으로 처벌수위를 더욱 높였다. 중대재해로 사람이 죽어도 기업 책임자에게 실형은 고사하고 500만원도 안 되는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면, 국회가 생명안전의 가치에 얼마나 둔감한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보건 알권리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조금씩 전진해왔다. 그리고, 삼성전자 작업환경보고서가 영업비밀이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삼성과 정부의 오랜 주장이 지난 2018년 2월 법원 판결에 의해 무너졌다. 작업환경보고서가 영업비밀도 아니지만,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생명·건강 정보이기 때문에 공개해야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판결의 생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영업비밀 주장이 막히자 삼성은 작업환경보고서가 국가핵심기술이라 주장했고, 이를 산자부가 곧바로 인정해주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작업환경보고서를 공개하려 했던 노동부의 결정을 뒤집었다. 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기 위한 소송이 다시 진행되던 중 국회는 아예 삼성의 주장을 법으로 만들어주었다. 2019년 8월 일명 ‘삼성보호법’이라 불린 산업기술보호법을 만든 것이다. 기술의 해외매각 등을 국가가 규제하기 위해 존재하던 법이 대국민 정보공개를 막는 법으로 둔갑해버렸다. 이렇게 산업기술보호법은 전세계에 유례가 없는 법이 되었다.
법 시행 2년이 되지 않아 이 법의 악영향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4월 확정된 대법판결에 따라, 직업병 피해자들은 작업환경보고서에서 화학물질명, 사용량, 사용용도, 측정한 위치 등 핵심정보들이 가려진 누더기 보고서를 받게 되었다. 직업병 판정에서 중요한 자료인 역학조사보고서도 곳곳이 가려진채 받아보고 있다. 그간 삼성공장의 위험을 우리사회에 알려줬던 다양한 연구보고서와 진단 및 감독보고서들은 앞으로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가 되어 합법적으로 은폐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알권리를 처참하게 훼손한 산업기술보호법에 이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더해졌다. 더 많은 정보들이 가려지고, 위험을 알리는 활동이 한층 위협받게 될 것이다. 어렵게 전진해 온 국민들의 알권리를 국회가 다시 한 번 훼손한 것이다. 그리고, 알권리 훼손은 노동자와 국민들의 건강을 훼손하게 될 것이다. 국회는 스스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끝이 아니다. 잘못된 법은 고쳐야 한다. 국가첨단전략산업법과 산업기술보호법이 제대로 고쳐질 수 있도록 우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알권리는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2년 1월 11일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단법인 오픈넷, 생명안전 시민넷, 일과건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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