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센터 정광모 이사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내려가는 건 어렵지 않다. 경기는 최악이니 고용 상황은 살얼음판이다. 실직하고 병이라도 걸리면 있는 재산은 쉽게 까먹는다. 이처럼 빈곤층으로 가는 길은 넓고 크다. 실증조사도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산층 가구의 비중은 지난 1996년 68.5%에서 2006년에는 58.5%로 떨어졌고 빈곤층은 11.3%에서 17.9%로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반면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길은 좁고 험하다. 만약 여러분이 갑자기 빈곤층으로 추락하면 다시 재기할 수 있을까?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은 일회성 급여 형태가 많아 빈곤탈출을 돕는데 한계가 있다. 서울복지재단이 2008년 7월,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하니 90% 이상이 앞으로 계속 생활형편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시의 기초생활수급자는 21만 명, 차상위계층은 인구의 5%를 차지한다. 서울시 복지 예산은 3조가 넘고 서울시 전체 예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복지 서비스 체감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2009년 서울시는 저소득층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 제도를 운영한다. 서울시가 처음 도입하는 제도다. 일을 하는 저소득가구가 매달 일정액을 적립하면 서울시가 본인이 모은 금액 만큼 돈을 함께 적립해 2~3년 후에 주는 제도이다. 즉 1 : 1 매칭사업이다. 적립금은 매달 20만원까지 가능하고 2009년에 30억 정도를 투입해서 1500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지원예산의 60% 정도는 기업과 민간후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기획 관리하고,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홍보하고 기금을 모으며, 서울복지재단이 집행하는 3자 협동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서울복지재단은 2008년 100가구를 상대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사업 도중 단지 2가구만이 탈락했다. 이 사업은 반드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적립금을 넣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건강이 좋지 않아 실직한 2가구가 포기한 것이다.
희망통장에 참가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70만 원 정도의 임금으로 간병 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기 너무 힘들어 세상을 비관했다. 2만 원 청약통장 불입도 미루어 왔던 내가 희망통장을 알고 나서 다달이 20만 원을 저축하고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희망 보따리 생각에 3년 후 미래를 손꼽아 기다린다”
시범사업 100가구 중 여성이 80% 정도를 차지하고 한 부모 가정이 60%라고 한다. 그만큼 어렵게 사는 여성이 많다는 자료일 수 있지만 여성의 자활의지가 더 강하다는 징표일수도 있다. 서울복지재단은 이들의 빈곤탈출을 위한 재무관리도 도와준다. 희망통장은 1993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처음 도입했고 정부 보조금과 기업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대만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지방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급여와 같은 복지사업에 80%의 국고보조를 받는데 비해 서울시는 재정이 낫다는 이유로 50%의 보조를 받아 재정 압박을 더 받는다. 그런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그 동안 서울시는 독자적인 복지 사업을 많이 벌이지 않았다.
한국에서 새로운 복지 모델을 정착시키려면 ⅰ) 적절한 복지 이론 ⅱ) 이론에 따른 적절한 모델 ⅲ) 모델을 운영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사회복지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효과적인 모델 개발은 많지 많았다.
진심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새로운 복지모델인 희망통장 사업이 좋은 성과를 내기 바란다. 그래서 보건복지가족부와 다른 자치단체에도 이 사업이 많이 퍼져가기를 바란다. 복지사업에도 긍정의 힘, 희망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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