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홍콩의 언론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그들이 입수한 CIA 문건을 토대로 “한국 신군부 세력이 87년 대선 당시 노태우의 참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투표 조작은 물론이고 선거 무효 선언까지 검토하는 등 구체적인 부정선거 계획을 강구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CIA는 전 세계의 군사안보, 정치, 경제 상황과 이슈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미국의 국가정보기관으로, 근현대 시기 거의 모든 국가의 역사적 정보들이 CIA에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정보를 다루고 있습니다.
홍콩의 언론이 CIA의 문서를 입수한 경로는 바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인데요, 미국의 정보공개법은 청구권을 ‘국민’에 한정하지 않고 ‘사람’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에서 CIA에 어떻게 정보공개 청구를 할 수 있는지, 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는 자료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CIA는 홈페이지를 통해 Library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CIA의 대표적인 출판물들과 정보공개 방법, 사전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Freedom of Information Act(FOIA)는 미국의 정보공개법(정보자유법)을 의미합니다. Library의 메뉴에서 “Freedom of Information Act Electronic Reading Room” 메뉴에 들어가면 정보공개와 관련한 다양한 메뉴와, 청구안내 페이지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정보공개청구를 우편이나 이메일로 접수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안내페이지 에서는 청구서를 보낼 주소, 전자 정보공개청구 안내와 함께 청구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예시 문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자메일로 청구를 할 경우, 링크를 통해 전자메일 창구를 안내하고 있는데요, 아래 유의사항에서도 볼 수 있듯 CIA는 현재 온라인으로만 정보공개청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꼭 빨간 부분의 링크를 이용해 청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Please Note 부분에서 몇 가지 유의사항이 나오는데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현재 정보공개청구는 전자창구를 통해서만 받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개인정보와 관련한 정보공개 청구의 경우 미국 법령을 참조한다는 것
2. 청구하는 기록이 무엇인지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할 것
3. 청구인의 전체 이름과 주소를 꼭 쓸 것
4. “요금(수수료) 카테고리”에서 본 청구가 해당되는 카테고리가 무엇인지 제시하고, 적용되는 요금에 대해 지불할 수 있는지를 제시할 것 (샘플 메일 참조)
5. 자신 이외에 개인에 대한 기록요청을 돕기 위한 경우, 링크된 양식을 작성하여 메일이나 팩스로 전송할 것
6. 영어로 청구서를 작성할 것
어떻게 원하는 기록을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Helpful Hints” 메뉴에서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Effective Requests in General
The CIA collects and produces a vast amount of material as a variety of offices collect and analyze foreign intelligence on foreign countries, regions, and international issues. To effectively search through decentralized, voluminous records indexed to a specific country, region, or broad issue of public interest, you must:
∙Specify a particular subject or subjects. [주제를 특정할 것]
∙Provide a timeframe for your interest. [관심주제의 기간을 특정해 제시할 것]
∙Limit your request to finished intelligence, especially if you have a short deadline and seek the greatest release of information, if any exists. [특히 기록을 받아야 할 기한이 짧거나 최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찾고 싶을 경우, 종료된 첩보활동에 대한 문서로 청구를 한정할 것]
청구를 할 때에는, 아래의 예시 청구문서를 참조하여 기본적인 문구들을 작성하고 청구하는 기록이 무엇인지와 해당되는 요금 정보만 구체적으로 기술합니다.
Information and Privacy Coordinator
Central Intelligence Agency
Washington, D.C. 20505
Dear Coordinator:
딤당자님께
Under the Freedom of Information Act, 5 U.S.C. subsection 552, I am requesting information or records on [identify the subject(s) or record(s) as clearly and specifically as possible --for example, all previously released National Intelligence Estimates (NIEs) on the former Soviet Union's space program].
미국 법 5조 552서브섹션 정보공개법에 따라, [원하는 기록에 대해 최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세요. 예)구소련 우주프그램에 대해 여태까지 비밀해제된 모든 국가정보판단문서] 에 대한 기록을 정보공개청구 합니다.
If there are any fees for searching for, reviewing, or copying the records, please notify me before processing if the amount exceeds ________(dollar amount preference).
만약 본 문서들을 검색하고 검토하고 복제하는 데에 비용이 있을 경우, ______(달러로 표시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의 비용이 들 때에는 청구인에게 미리 알려주십시오.
If you deny all or any part of this request, please cite each specific exemption you think justifies your refusal to release the information and notify me of appeal procedures available under the law.
만약 이 청구에 대해 일부 또는 전부를 비공개할 경우, 비공개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각 예외조항에 대해 명시해주시고 법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불복절차에 대해서도 공지하여 주십시오.
Optional: If you have any questions about handling this request, you may telephone me at (home phone) or at my (office phone).
선택사항: 만약 이 청구에 대해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번호)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Sincerely,
Name 이름
Address 주소
2019년 현재 CIA의 정보공개청구는 온라인으로만 가능한데요, 청구방법 소개 첫 번째 문단 “Write to” 안내의 링크를 통해 온라인 청구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청구페이지는 청구인정보/ 청구하는 기록설명/ 비용지불 관련 정보/ 청구완료 네단계로 구성됩니다.
세 번째 단계인 “Fee Status”(비용지불 관련 정보)가 생소할 수 있는데요, CIA는 방대한 지역의 역사자료를 다루기 때문에 자료 검색과 처리에 세분화된 수수료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청구인과 비용에 대해 정확한 협의를 한 후, 비용 지불 의사가 확인 될 경우 정보공개처리를 시작한다고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청구인이 어느 정도까지 비용을 지불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먼저 꼭 밝혀야 합니다.
수수료는 검색, 비밀해제 검토, 복제비용 총 세 단계에 대해 각각 따로 책정됩니다. 만약 미국에 등록된 학술연구 단체나 언론에서 공익을 위해 청구하는 경우라면, 검색과 검토에 대한 비용은 면제됩니다. 영리를 위한 경우에는 시간과 경우에 따라 가격이 책정됩니다. 외국에서 개인이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는 “All others”에 해당합니다. 첫 2시간의 기록 검색비용이 면제되며 비밀해제 비용 역시 면제됩니다.
참고로 정보공개센터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97년 외환위기 아카이브의 자료 수집을 위해 아래와 같이 청구를 진행했습니다.
CIA는 미국의 기관이기 때문에, 정보공개에 관한 전반적인 규칙은 미국의 정보공개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개정된 최신 법령의 전문은 세계법제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CIA Reading Room에는 비밀 해제가 완료된 많은 문건들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관련된 문건도 상당히 많이 공개 되어 있는데요, 검색을 통해서 여러 문건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문건만 살펴보면.. 2차대전 당시 군사활동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대해 가능한 최대한의 정보를 모아 발간한 JANIS 보고서 시리즈 중 한국에 해당하는 보고서인 JANIS75 문서는 한국의 군사적 지형부터 생활상과 문화, 일본과의 관계, 독립운동에 대한 설명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한 문건들은 이미 많이 보도되었었는데요, 5.18 전야인 1980년 5월 17일, 계엄상황에 대해 보고한 문건도 확인됩니다.
링크: https://www.cia.gov/library/readingroom/document/cia-rdp82t00466r000300010041-0
2019년에 새롭게 온라인에 공개된 자료들은 대부분 한국전쟁 당시의 일별보고 문건이네요.
한반도, 나아가 전 지구적으로 주요한 사건에 대해 미국이 어떠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지, 어떻게 개입하거나 관망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주요한 자료들인 만큼, CIA의 비밀 문건들이 더 활발하게 해제되고 널리 활용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CIA의 체계적인 정보공개 절차와 온라인 라이브러리를 통해 접근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노력을 보며, 한국의 정보기관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합법적으로 비밀정보를 모으고 생산하는 공공기관의 역할이 지금 시대에 얼마나 효용성을 가지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겠지만, 중요한 것은 정보기관이 궁극적으로 시민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정보기관이 국내외에서 어떠한 첩보활동을 해왔고 밀실에서 어떠한 논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정보는 일시적으로 비밀로 보호된다 할지라도, 역사적인 평가를 받아야 할 공공기록입니다.
한국의 국정원에서도 1961년 중앙정보부가 창설된 이래로 60년 가까이 쌓인 역사적 기록들을 하루 빨리 공공기록관리 체계에 따라 정비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청구 경과*********
2020년 1월 29일, 센터로 노란봉투의 국제우편이 한통 도착했습니다!
2019년 12월 30일 작성한 서신인데요, 1) 2019년 8월에 진행했던 정보공개센터의 청구내용에 대해 연내에 답신을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사과, 2) 청구가 접수되었고, CIA의 연구원들이 비밀해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공문입니다. 이후 과정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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