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국회의원 기록관리 필요하다

opengirok 2019. 7. 8. 13:43

신동호 현대사기록연구원 연구위원장(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운영위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실현가능성을 떠나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이다. 지금 국민 눈에 보이는 국회는 ‘동물국회’ 아니면 ‘식물국회’이고 국회의원은 ‘국개의원’이라는 비아냥이 현실을 잘 반영한다. ‘일하지 않고 부정부패한’ 국회의원은 소환되어 마땅하다. 국회의원 스스로 그런 상황을 자초한 것도 맞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꾸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소환해야 할 국회의원은 뽑은 것은 국민이다. 그러니까 국민의 실패다. 잘못 뽑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제대로 뽑았는데 국회의원이 나쁘게 행동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국민의 실패다.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 수준이 정치인 수준을 결정한다. 이런 식의 ‘국민책임론’에 빠져들기 쉽다. 

잘못 뽑았거나 국민의 뜻을 저버린 국회의원을 퇴출시키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을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국회의원을 잘 뽑으면 된다. 잘 뽑기 위해서는 그런 방향으로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 다음은 잘 감시하는 일이다. 국회의원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국민의 뜻을 잘 대변하는지 알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제도적 장치조차 없기 때문이다.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되지 않는 영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국회의원 기록관리에 관한 사항이다. 

기록은 개인이나 조직이 무슨 일을 했는지를 말해주는 증거 기능을 갖고 있다. 공공기록물법은 모든 공공기관의 기록관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대통령도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기록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기록관리 대상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국가 재정을 심의하고 정부를 감시·통제한다. 많은 예산을 쓰고 특권도 누린다.


기록관리 무풍지대 국회의원실

현재 국회 기록관리는 회의록과 의안문서 등 중요 기록물과 국회사무처 등 소속기관 기록물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각 국회의원실은 기록관리가 의무사항이 아니기에 기록을 남길 이유가 없고 의원실을 떠나거나 옮길 때 그나마 갖고 있던 기록물도 이관할 필요가 없다. 20대 국회에서 각 의원실에서 국회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생산·접수한 문서는 연평균 7.6건에 머문다는 조사 결과가 현실을 잘 말해준다. 비전자 문서도 국회기록보존소가 19대 국회 기록을 수집 과정에서 기증 의사를 밝힌 의원실이 20곳에 불과했다 할 정도다.

국회의원 기록물에 대해서는 명확한 개념 정의조차 되어 있지 않다. 국회의원실에서 국회의원 및 보좌진이 생산·접수한 기록물과 국회의원 본인이 취득·소유하고 있는 개인기록까지 망라한다는 국회기록보존소의 내부 지침을 따르면 될 것 같다. 국회의원 기록관리가 이루어지면 입법 발의의 배경과 검토 과정, 정당 및 지역구 활동 등 그동안 기록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많은 정치과정이 기록으로 남게 된다.

기록할 게 없거나 남이 알아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게 아니라면 국회의원이 기록관리를 마다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활동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근대적 기록관리가 프랑스혁명 세력이 정당성과 활약상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기록을 체계화한 데서 비롯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록학계와 국회기록보존소는 국회기록관리법의 제정을 통해 국회의원 기록관리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 


국회의원 목에 방울 달기

국회의원실은 정보공개법상 정보공개 청구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공개할 정보가 있으려면 먼저 기록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기록관리를 법제화한 연후에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되도록 관련법 개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회의원의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일을 하지 않았는지 국민이 알기가 쉬워진다.

기록은 과거 행위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행위를 규율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록하지 못할 일은 하지 마라”는 말로 그런 기록의 속성을 표현했다. 국회를 진정한 ‘민의의 전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소환제 도입, 선거제도 개혁 못지않게 국회의원 기록관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 모든 제도가 국회의원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의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여론의 강한 압박만이 그것을 가능케 할 듯하다.


* 이 글은 2019년 7월 5일자 내일신문에 실렸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국회의원의 기록관리와 정보공개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관련내용 보기 <국회기록관리/정보공개 오픈세미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