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는 매년 <Remember 1.21>이라는 타이틀로 걷기대회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절인 1968년 1월 21일 발생한 북한군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미수 사건을 되새김과 동시에 국민들에게 안보에 대한 중요성과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는데요. 매년 1월 21일 즈음에 시민들과 함께 북한군 침투로를 따라 걷는 이 행사는 2013년도에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어느새 3회째를 맞았습니다. 수방사는 행사에 연예병사들을 동원하는 등 홍보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했던 걸까요? 행사를 가만 들여다보니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수방사가 행사에 앞서 자체제작한 제3회 나라사랑걷기대회의 홍보 포스터를 보시죠.
‘시민과 함께하는 나라사랑 걷기대회’, ’나라사랑도 실천하고 건강도 챙기고’라는 홍보문구 가운데 조금은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문구가 보이는데요. 포스터에는 기념품 증정, 행운권 추첨, 상품 증정과 같이 참가 시 얻을 수 있는 혜택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개중에는 나라사랑 실천, 건강 챙기기와 함께 ‘봉사점수까지’ 챙기라는 문구도 보입니다. 포스터 하단에는 ’학생은 걷기대회 참여 시 봉사시간 4시간 인증’과 같이 구체적인 내용도 적어두었습니다. 함께 걷기만 해도 봉사시간을 부여한다는 말일까요?
이에 정보공개센터는 국방부에 <나라사랑걷기대회의 행사개요, 후원물품, 참가인원, 봉사인증 학생 수, 결산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습니다.
<청구내용>
1. 행사 개요 : 행사주최 / 후원단위/ 행사일자/ 행사장소/ 행사시간/ 행사내용(프로그램 구성별)
2. 후원물품 : 후원주체, 후원물품 항목 및 수량
2. 참가자 : 참가인원/ 봉사시간인증 학생 수
3. 결산내역 : 소요된 예산의 지출내역서(항목별로 구분하여)
수방사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본 행사의 참가자 수는 1회 2,000~2,500명, 2회 1,500~2,000명, 3회 3,170명에 달합니다. 행사에는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서울시교육청이 후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후원을 받은 물품으로는 서울시에서 제공한 아리수 생수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1,2회 때 2,000병, 3회때 1,500병을 지원했습니다.
(국방부에서 공개한 정보 캡처)
전체적인 행사일정은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모여 약 3시간 가량 식전 행사를 가진 후, 1시 30분 경복고 후문에서 출발하여 창의문, 숙정문을 지나 최종 목적지인 삼청공원에 도착해 마무리하는 일정입니다. 식전행사에는 사진전, 나라사랑 콘서트, 페인트볼 사격, 장비전시, 포토존, 군번줄 제작하기 등이 이뤄졌습니다.
(국방부에서 공개한 정보 캡처)
그렇다면 이 행사에 투입된 예산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 1월 17일 열린 <제3회 나라사랑걷기대회>를 개최하는데 사용된 예산은 총 3,803만 원입니다. 이 중 식전행사 비용, 기념품 구입 등의 수용비로 2,498만 원이, 유가족 위문, 전사자 참배, 훈련준비비 등의 업무추진비로 585만 원이 사용되었고 참석한 간부의 도시락 지원비 248만 5천 원, 행사준비 인원 증식비 지원 250만 원, 걷기대회 참석자 건빵 증정 약180만 원, 사진전시 운영 지원비로 68만 원이 급량비로 쓰였습니다. 가장 많은 예산이 사용된 곳은 참석자를 위한 기념품 구입비로, 전체 예산의 3분의 1 수준인 1,425만 원이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수방사는 본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4시간 봉사시간을 부여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는데요. 수방사에 따르면 참가 학생에게 봉사시간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인 제2회 걷기대회 부터입니다. 하지만 2회 참가자들 중 총 몇 명에게 봉사시간이 부여 되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으며, 3회 째인 올 해 행사에는 약 300명에게 봉사점수를 인정해 줬다고 밝혔습니다. 더구나 행사 전 공개된 포스터에는 걷기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봉사시간을 부여하는 것처럼 홍보가 되어있습니다만 수방사 측은 ‘걷기대회에 참석한 유가족 및 참전용사를 위해 행사 안내, 행사장 정리, 걷기대회 행사시 걷기 불편하신 분들을 도와준 인원들에게 봉사점수를 부여하였다’는 입장입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Remember 1.21>이 취임 이후 줄곧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현 정권을 의식한 하나의 정치행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는 바 입니다. 1.21사태를 기억하고, 침투토를 따라 걷는 일들이 정말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인지 역시 쉽게 공감할 수 없습니다. 국방부는 더이상 전시성 행사가 아닌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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