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청와대의 유체이탈 정보공개

opengirok 2015. 1. 8. 11:37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그녀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책임자의 자리에서 보내는 그녀는 문제가 발생할때에는 책임자의 자리에서 빠져나와 관찰자나 심판자로, 심지어는 피해자로 둔갑해 인의 책임을 타자화 시킨다.

그녀의 유체이탈 능력은 말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발휘된다. 그 중 하나가 정보공개다. 그녀는 야심차게 내 걸었던 첫 번째 공약인 “정보공개 강화”에서도 유체이탈을 일상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본인뿐 아니라 청와대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유체이탈 능력자가 되고 있는 우스운 현실. 그 현실로 인해 나타나는 소위 “빡치는” 상황들.


#1 숨바꼭질.

박근혜 정부는 사전정보공표를 강화겠다고 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아도 정보를 알아서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 이게 바로 사전정보공표다. 거의 모든 사전공개는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공공기관의 홈페이지에 다양한 정보들을 시기에 맞춰 올려놓고, 그 정보들을 시민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링크를 연결한다던가, 효과적인 검색도구를 구비한다던가 해야 한다. 하지만 유독 사전공표정보를 찾기 어려운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청와대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나오는 대통령비서실 공표대상 행정정보는 총 10가지다. 하지만 이중 정보의 소재가 구체적으로 명시되거나 링크설정이 되어있는 항목은 한 개도 없다. 심지어 사전공표정보목록에는 나와있는 ‘대통령기록물 생산현황’은  아예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도 않다.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다. 청와대는 국민들과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못찾겠다 꾀꼬리”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사전공표목록 공개 현황과 위치>




#2 정보공개 질. MB때보다 후퇴

박근혜정부의 정보공개정책인 정부3.0의 핵심은 정보의 “활용”이다. 질 좋은 공공정보를 산업에 활용하고, 창업도 하면 창조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다..... 뭐 이런 거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그러려면 전제가 있다. “질 좋은” 정보가 있어야 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얼마 전 청와대에 대통령이 받은 선물 목록을 청구했고 공개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받은 선물 목록>

국가 및 기관명

선물 목록

가봉교황청그리스나이지리아네덜란드뉴질랜드대만덴마크독일,라오스러시아리비아리투아니아말리멕시코모잠비크몽골미국미얀마,바티칸시국베트남벨기에볼리비아브루나이,사우디세계은행그룹스위스스페인싱가포르,아라비아아제르바이잔,영국우간다우즈베키스탄이스라엘인도인도네시아일본중국체코,카자흐스탄캐나다코스타리카쿠웨이트키르기즈타지키스탄태국터키,투르크메니스탄튀니지,파라과이,

파키스탄페루포르투갈,폴란드프랑스필리핀호주,

UNESCO, IMF, NATO, OCA,UAE, UN 

공자가어홍루몽전집(16), CD, DVD 2, G20 기념품, UAE 전통 목선 모형가스터빈 날개 모형가죽 파우치각배간디어록이 담긴 족자간디 흉상감사패곰 동상교황청 기념메달그릇 3그릇세트그림 3그림 사진액자그림액자기념 컵기념비석기념액자,기념우표기념주화기념패길드홀 은궤, 꽃모양 장식 수납함꽃병 2다기세트대리석 금박 항아리세트대리석북극곰조각상대리석 장식품대리석 테이블세트대통령 초상화 2데스크 용품도덕경 책자도자기 3도자기 인형도자기 찻잔 세트동판 기념품,따오기 공예품도록 2말 조각상머틀 화환메달목각목걸이목걸이와 팔찌 세트목재 보석함,목재 조각목재 조각상 2목재보석함몽골 전통 주전자미국 성조기, 미니어처 도자 제품미니어처 자동차미술 작품 2미술 작품 사진 액자바틱방울목걸이 액자배지백랍 접시백랍장식품뱃지모음범선 모형법량화병베닌 왕족 조각상보리수,보석함 2보자기 작품부인회 화보부채, 브란덴부르크문 자기모형브로치,사진 액자 9사진집서예 액자 2, 서예 작품 3서예족자서적 29서한(액자), 서화 작품석재조각상(), 성경책손목시계손수건수묵화 작품수정수직 레이스스카프 10실크로드 조형물아오자이아이패드 미니액자 10연꽃무늬 채색 도자기영문 서적옻칠 찻잔 세트와양 조각품와인병와인잔 2원형 기념패유리 공예품유리 조각상,유리 찻잔 세트유리 공예품유리조각품유엔헌장유화은 보석함은 장신구 세트은 쟁반 2,은소재 화병은제 발우은제 아마다 접시은제 화병은제 컵은 주전자인도네시아 전통인형인장세트자기 접시자수 공예품장식 시계장식용 쟁반장식용 화병장식함장신구 세트 2전각 도장 2전각 도장 세트전통 숄전통 수공예품전통오르골전통 의상전통 핸드백 2전통공예 화보집전통모직물전통모직물 가방전통모직물 카페트전통장신구접시 4족자종이공예죽간에 쓴 손자병법중국화집업 티셔츠찻잔 세트 2책자 2청자 도자기초상화초상화 카펫취임 축하문구 족자칭와대모형카펫 2,큐브크리스털 그릇과 뚜껑세트크리스털 기념패크리스털 꽃병크리스털 잔 세트크리스털 전구크리스털 제품크리스털 조각품토큰파키스탄 전통 의상, 판화 액자 2평화봉사단 사진집프라운호퍼얼굴상(부조), 프란치스코 성인상프레지던츠컵 트로피-페루전통목각 인형세트핸드백 2헨델음반(CD), 헬무트 콜 기념우표화병 3화보집 2환영서


이 정보의 문제점을 찾았는가? 이 자료를 보면 국가 및 기관명의 순서가 ㄱㄴㄷ 순으로 정렬되어있고, 또 선물목록 역시 별도로 ㄱㄴㄷ 순으로 정렬되어 있다. 그 결과로 자료를 받아 보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 어떤 선물을 대통령에게 주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청와대 직원이 공개를 하면서 굳이 각각 두 번의 <텍스트 내림차순 정렬>이라는 수고를 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청구 하는 국민이랑 썸타는 것도 아니고. 공개지만 공개가 아닌. 이런 쓸데없는 행위를 청와대는 왜 하는 걸까. 


게다가 이런 식의 처리는 이전 정부보다도 한참 후퇴한 모습이다. 구구절절 글로 쓸 필요도 없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모두 설명된다. 

아래 사진은 이명박대통령 당시 청와대에 정보공개청구 해서 받은 대통령 선물 목록이다. 어느나라의 누구한테, 언제, 얼만한 크기의 어떤 선물을 왜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청와대는 원래 이정도 수준으로는 정보공개를 해왔던 그런 곳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받은 선물 목록 중 일부>



#3 대답 회피. 동문서답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의 2013년 정보공개처리 현황은 다음과 같다. 


<2013년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처리현황>

청구건수

전부공개

부분공개

비공개

취하

타기관

이송

민원이첩

정보

부존재

501

50

12

23

20

335

40

21


500여건의 정보공개처리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결정통지 처리를 한 것은 100건도 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상당수를 정보공개청구를 다른기관으로 넘기고(타기관 이송)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결정통지를 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답변을 잘 하지 않는다. 

정보공개센터는 청와대에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다. 언제 열리고 누가 참석한 몇회차 국무회의에 대해 속기록을 작성하고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그 청구에 대해 청와대는 아주 간단하게 답변을 했다. <작성하고 있습니다.> 라고. 

분명히 청구서에는 몇가지 항목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은근슬쩍 두루뭉술 동문서답 형으로 대답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통지는 <전부공개>. 저 50건의 전부공개에는 이런식의 공개가 얼마나 더 있을까. 


<청와대의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현황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공개답변 결정통지서>



나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에 기대를 했었다. 정치에 대한 신뢰 보다는 ‘정보공개를 잘 하겠다’는 약속(공약)을 예상치도 않게 그녀의 입으로 들은데서 오는 놀라움이나 반가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후보의 공약들을 들으며 말을 내뱉었으니, 당연히 지키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 어리석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3.0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모습이 유독 청와대에서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사실 상당수의 많은 기관들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건 사항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 약속은 정말 약속이나 한 듯이 유독 청와대만 피해가고 있다. 

유체이탈 화법으로 언제나 책임의 자리에서 쉽게 빠져나오는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는 공약에서도 유체이탈해 정보공개의 책임에서도 혼자 빠져나오고 있다. 


문득 궁금하다. 이렇게 많이 유체이탈을 하고 있는데. 몸이 제대로 있기는 할까?


* 이 글은 <인권오름>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