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출판과 더불어 다시 고민해야 할 것들

opengirok 2014. 12. 1. 16:18




[열려라 참깨] 핵없는 초록세상을 위해 꼭 알아야 할 탈핵이야기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출판과 더불어 다시 고민해야 할 것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강언주 



노골적으로 <탈바꿈>을 홍보하려고 한다. 이 책의 공동저자 중 한명으로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부끄럽지만 책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리기 위해서, 핵발전과 관련한 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말하고자 쓴다. 


정보공개센터가 탈바꿈(탈핵으로 바꾸는 꿈)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때문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2011년이 아니라 앞으로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사건. 어떤 사회학자는 역사는 후쿠시마 핵사고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도 했다. 그런 전대미문의 사건이 정보공개센터에 미친 영향이 크다. 핵발전소나 방사능, 에너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활동을 해본 적도 없는 시민단체가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문화재단 등에 정보공개청구를 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안전의 문제가 없는지, 경주핵폐기장은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인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서 이런저런 정보공개청구를 닥치는 대로 하면서 느낀 것은 세 가지다. 청구 대상기관들이 대부분 폐쇄적이라는 것, 관련 정보의 내용이 매우 어렵다는 것,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하다못해 정보공개청구를 하려고 해도 정보를 미리 검색해보고 알아야 하는데) 어렵다는 것. 이 생각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핵발전이나 방사능에 대해 관심 있어 하는 시민들이 많아졌고 핵마피아의 비리문제나 발전소의 사고고장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많은 토론회를 쫓아다니고 기사를 검색하고 책을 읽기도 했지만 나에게도‘핵’이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주제다. 더군다나 ‘탈핵’을 감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구체적인 이유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2011, 2012년에 주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밝혀내는 위주의 사업을 했다면 2013년에는 시민들에게 이 정보를 어떻게 쉽게 전달할까에 집중했다. 아무리 정보가 쌓여도 시민들과 공유하기 어려운 정보라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온라인 사이트 ‘방사능와치’를 개설해서 관련 정보들을 아카이빙했고 홍익대학교 학생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정보를 시각화하는 인포그래픽작업을 진행했다. 





핵발전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민들, 청소년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걱정하기 시작한 주부들에게 핵발전의 문제를 삶의 주제로 연결시켜 주기 위해서는 정보의 격차를 해소하고 쉽게 전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속적인 정보공개청구도 함께. 이런 고민의 결과물로 2014년 1월에 자료집 <누크노크>를 제작했다. 인쇄물은 함께 모여서 읽고, 읽은 후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확장되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탈핵운동을 하는 단체,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 운동을 하는 생활협동조합, 일반시민들이 <누크노크>에 좋은 반응을 보여 주셨고 이 자료집으로 스터디 모임을 하는 그룹들도 생겨났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니 다시 고민을 하게 됐다. 조금 더 보완해서 정말 ‘탈핵 입문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을 출판하는 것이 어떨까. 더 많은 시민들에게 탈핵이 왜 중요한지, 탈핵을 이뤄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알려 줄 수 있는 책을 기획해보자고. 


그런 고민으로 2014년 11월 <탈바꿈-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오마이북> 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탈핵운동을 고민하고 연구해왔던 환경활동가와 연구원, 정보공개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 의학전문가, 에너지협동조합의 활동가, 후쿠시마 피해지역의 주민, 탈핵을 선언한 독일에서 에너지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원, 교사와 청소년 등 다양한 영역의 필자들이 참여했다. 후쿠시마사고당시와 현재의 이야기, 우리나라 핵발전소 안전과 경주핵폐기장의 문제,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는 방법, 독일의 탈핵선언과정과 대안에너지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필자들의 글로 녹여져 있고 함께 읽고 보아야 할 자료들의 소개와 관련 용어들의 풀이를 부록으로 묶었다. 책의 구성을 이렇게 기획한데에는 책표지에 쓰여 있듯이 ‘핵 없는 초록세상을 위해 꼭 알아야 할 탈핵 이야기’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관련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책이 출판되는 날 지인도 탈핵관련 서적을 출판하게 되었다며 연락을 주었다.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명료하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핵발전의 실체에 대해서 소개하고 탈핵의 중요성에 대해서 주장하는 책들이 많이 쓰여 진다는 것은 시민들에 정보를 전달하는 의미에서 좋은 일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그런 책들이 쓰여 지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발생한 사고 이다. 다시 2011년 3월 11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후쿠시마로부터 배워야 하고, 현재 핵발전 중심의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하고, 에너지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이 책은 전환의 시대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알아야 할 핵발전을 둘러싼 이야기의 아주 기초적인 부분들만 소개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시민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해온 핵발전 신화에 둘러싸여 이런 기초적인 부분들도 잘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남은 숙제가 많다. 이 책에서 충분히 담지 못했던 핵발전 노동자의 이야기들, 핵마피아의 카르텔 구조, 세계 핵발전 정책의 흐름 등은 앞으로 우리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들이다. 단번에 탈핵을 이루기란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탈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더 많은 시민들이 핵발전과 방사능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야 한다. 핵없는 세상을 위해 많이 읽고, 제대로 알고, 열심히 실천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리며 이 책에 청소년의 입장에서 필자로 참여한 공혜원님의 글로 마무리한다. 


“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위험해지고 가까이 할 수 없게 된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했습니다. 파괴되어가는 생태계도, 아무 죄 없이 아파하는 생명들도, 무엇보다 이 아픔이 10만년 넘게 계속된다는 사실도 너무 슬픈 일입니다. 돈을 위해, 전기를 위해 핵발전소를 짓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금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핵발전소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고, 함께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인 저부터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작은 변화와 실천이 탈핵시대를 조금씩 앞당기리라고 믿습니다. 이 팩을 읽는 여러분도 함께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인권오름 417호에도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