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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에 부처 - 세월호 참사의 원흉은 인권을 잊은 정부다

opengirok 2014. 5. 22. 15:02


5월 1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까지 476명 탑승객 중에 287명이 사망했고 17명의 승객들은 아직도 비통에 잠긴 가족들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차디찬 4월의 그 바다 속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비통함은 1달이라는 시간동안 사회 전체로 퍼졌고, 이 거대한 슬픔은 이내 아무도 지켜내지 못하고도 뻔뻔한 면면을 보이고 있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결국 분노한 사람들은 길 위로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분노에 대한 반응이었을까? 아니면 1달도 채 남지 못한 지방선거에 대한 용단이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9일 세월호에 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늦어도 너무 늦은 사고발생 34일 만에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해양경찰의 구조실패를 지적하고 이에 따라 해양경찰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안전행정부의 기능을 축소해 재난·안전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이관한다고도 말했다. 담화문을 읽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그 의미모를 두 줄기의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지만 안타깝게도 담화문의 본질은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걸 맞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저 이번 담화를 통해 명확해진 유일한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까지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1993년 292명이 희생된 것으로 최종 집계된 서해 페리호 사고 이후 21년 만의 최악의 해양사고이다. 이러한 참사가 되풀이 된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20년 이상 된 노후선박을 개조하고 여기에 평형수를 줄이면서 까지 화물을 과적한 탓에 배의 복원력이 소실된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곧 해운사가 승객들의 안전과 화물의 과적을 통한 이윤을 맞바꾸었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선원과 승객의 안전, 즉 생명 보다 이익을 우선한 청해진해운의 탐욕이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청해진해운의 탐욕이 단순한 침몰의 원인이라면, 세월호 침몰이 극단적인 인명피해를 동반한 참사로 번진 이유는 선원 및 승무원들의 무책임함과 오판, 그로인한 미숙한 상황대처였다. 배가 기울어져 침몰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선장과 선원들은 선실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되풀이 한 채 승객들을 등지고 먼저 탈출해버렸다. 이런 무책임함이 단순한 침몰사고로 그칠 수 있는 사고를 사망자만 287명이 넘는 참사로 확대시켰다. 선장과 선원들은 배가 기우는 상황에서 정확한 상황판단이 결여된 미숙한 대처가 드러났으며 또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소멸된 지점에서 세월호의 침몰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 참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원인 외에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이 파렴치한 근본이란 게 바로 대한민국 정부이다. 정부가 이 참사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우리가 직면한 이 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원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참사가 발생하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정부가 이미 알고도 방치한 문제들이 누적되어 지난 4월 16일, 단원고 학생들이 타고 있던 세월호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세월호 참사는 지금의 정부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다. 


사정은 이렇다. 해운업계에 있어서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은 일방적인 규제완화의 시기였다. 지난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부터 2009년에 이르는 시기에 연안여객선 선령제한 20년에서 25년으로, 25년에서 30년으로 연장되었고, 카페리의 과적 및 적재기준이 완화되었다. 이런 규제완화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선장에 의한 선박 안전관리체제 부적합 보고의무가 면제되었고 올해 1월에는 컨테이너 현장안전검사가 서류제출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규제완화의 일방적인 흐름 속에서도 때때로 안전문제들이 제기되었다. 2010년 국토해양부는 <대형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체제 운영개선연구>라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 연구에는 안전관리 대행업체가 대행하고 있는 선박안전관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들을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자신들이 돈을 지불하며 받은 연구용역을 무시했다. 또한 국토해양부가 직접 만든 <제1차 국가해사안전기본계획 2012-2016>,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부활한 후 직접 만든 <국가안전관리 집행계획>에도 해양사고 대부분이 인재였다는 점, 선원들의 저임금, 고령화, 자질부족, 안전교육미흡 등의 문제점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참사가 우리에게 당도하기까지 어떠한 개선도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왜 이 치명적인 문제들을 알면서도 아무 개선도 실천할 수 없었을까? 여기서 바로 가치의 문제가 작용한다. 제도적·정책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우선하는 가치가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부터 현재 박근혜 정부까지 규제완화에 모든 행정력을 치중하고 시민들의 생존권은 안중에도 없었던 지난 7년간 유지된 정부의 천박한 가치관이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인권을 잊은 정부야 말로 승객들을 버린 세월호 선장과 무능한 해양경찰, 편법으로 거대한 부를 쌓아올린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해양수산부 관료의 부패 등 참사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그 어떤 악(惡)보다 가장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악이다. 그런 본질조차 부정하면서 해양경찰을 폐지한다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고 무엇이 달라질 수 있나?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시절 국가적 규모의 재난의 경우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직접 관리했다. 이명박 정부시기에 상임위원회가 폐지되며 재난관리 기능이 소멸되었고 박근혜 정부시기에 효율적인 재난 대처를 명분으로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개편되며 재난관리 기능이 안전행정부와 각 담당 행정부처로 분산되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내놓으라니 해경을 폐지하고 국가안전처를 세워 다시 재난관리 기능을 한 곳으로 집중한다고 한다.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 그리고 사고에 대해 책임을 물을 대상 선택과 기계적인 개선책. 과연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 그리고 정부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이 요구하는 책임과 대책이 이런 과연 종류의 것이었을까?


“우리는 사건 앞에서 200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다가가면 피해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이건 사람이 죽은 사건이 200개가 있었다는 뜻이다”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말이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는 4월 16일 287명이 죽고 17명이 실종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34일간 사람이 죽은 일이 287번 일어났고 17번의 수장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사건이다. 그래서 참사다. 나는 이 시간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 진심을 묻고 싶다. 당신에게 세월호 참사는 어떤 사건입니까? 그리고 어떻게 당신 기억에 남게 될까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간사


*이 칼럼은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도 게재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