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천정부지로 솟는 대학 등록금, 캠퍼스 푸어(campus poor)를 양산하다

opengirok 2014. 3. 27. 11:50

김주영 자원활동가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국립·사립을 막론하고,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비싸기로 2번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3년도 기준 서울 7개 대학 연평균 등록금 비용은 800만 원대를 넘고 있으며, 수도권 연평균 등록금은 750만원, 전체 대학 연평균비용은 660만 원대로 나타나는데요. 이는 등록금이 면제되거나 연평균 한국 기준 160만원에 불과한 유럽에 비해 최고 4배 이상 높은 수준입니다. 이 쯤 되면 유럽의 학생들이 부러워질 만합니다.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비싼 이유는 정부가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대학교육 비용을 학생·학부모가 부담하게 하고, 1989년부터 ‘등록금 자율화’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1990년부터 국제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까지 약 20년 동안 사립대학 등록금은 매년 평균 8.8%씩 인상되었고, 국립대학 등록금도 매년 7.5%(수업료 4.0%, 기성회비 9.3%)씩 인상되었습니다. 등록금이 물가인상률 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더 많이 인상된 것입니다.


2000년 이후, 전체 계열 평균 ‘학생 1인당 등록금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사립대 학생 1인당 등록금은 2000년 449만 원, 2005년 609만 원, 2010년 754만 원으로 10년 동안 300만 원 가량 인상되었습니다.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들이 부담하는 등록금이 1년 평균 30만 원씩 늘어난 셈입니다. 국립대 같은 경우에도 1.5배 가량 부담이 더해지며 비슷한 비율로 증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정 형편 혹은 기타의 사유로 입학 이후 정기적으로 학자금을 대출받는 대학생들을 우리 주변에서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천정부지로 솟는 등록금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있어 가계부담의 일등공신으로 여러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지적되며, 전 사회적으로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사실 학벌사회가 견고하게 구축된 한국의 현실에서 청년들은 값비싼 등록금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학진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 고등교육에 있어 수익자 부담원칙을 고수하는 정부정책의 구조는 결국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20대의 발걸음을 울며겨자먹기식 학자금 대출의 길로 인도합니다. 


감당하기 버거울 것을 알면서도 대출을 받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어서 일까요. 통계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상환과 관련한 연체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장학재단 통계에 따르면 2008년도 4만여 명이던 연체자 수는 2013년도 말 7만 8천여 명을 돌파하며 약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연체 금액 또한 2008년 기준 1759억원에서 약 4000억원으로 2.5배 증가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매년 이자를 갚는 것과 더불어 학자금 원금을 상환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버거운 짐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처럼 학자금으로 인한 대출문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 청년층이 저신용 계층의 늪에 빠지게 되는 문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연령대별 저신용 하락율에 따르면 20대 7등급이하 저신용층 하락의 비율은 무려 27.9%로 나타나는 데요. 이는 곧 20대 청년 4명 중 1명은 저신용등급으로서 은행대출 자격에 해당하는 5~6등급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신용 하층민인 7~10등급으로 추락한 것을 뜻합니다. 저신용자가 될 경우 은행 대출시장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경제적 능력이 크지 않은 청년층에게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다중채무자로 전락하는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등록금은 왜 이토록 떨어질 줄은 모르면서 비싸기만 한 것일까요?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은 등록금 부담의 주체이기도 합니다. 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매년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등록금 증가율 수치를 보았을 때, 교육의 주체로서 학생의 의사는 반영되지 못한 채 매년 등록금 산정 현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매년 등록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은 교직원, 학생,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설치. 운영해야 합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등록금 산정 및 예.결산 심사.의결을 하는 기관입니다. 이를 위해 심의회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학칙에 규정해 놓게끔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등록금 산정과 관련된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운영을 들여다보면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민주적인 절차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 학생 위원은 전체 위원 정수의 10분의 3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 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위원 선정과 관련된 학교 내부 규정자체가 미비한 경우가 46%나 되었고, 이마저도 대학 측이 추천한 학생 위원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17.8%였습니다. 즉, 전체 학교의 64%가량이 등록금 심의 위원회 구성에 있어 학생 측의 목소리를 반영시켜줄 위원을 선정하기 어려운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사안이 발생 했을 경우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은 위원장 혹은 총장 개인에게 부여되는 경우가 42%로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위원의 일정 비율의 요구가 있어야 소집되는 경우는 39.8%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대학 측에 요구사항이 생기게 될 경우 직접적인 의견 제시가 가능한 학생 위원만으로는 회의가 소집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위원장 또는 학생 위원 외 타 위원들을 설득시키고 이들의 동의가 있어야만 회의를 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등록금이라는 지극히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회의 개최를 통한 의견 수렴의 과정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등록금이 가계 주체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타협점에 이르기 위해 회의를 더욱 자주 할 필요가 있겠지요. 하지만 통계자료에서 보다시피 전체 대학교 중 등록금심의 회의 개최 횟수가 1회에 그치는 비율이 39.7% , 2-3회인 곳은 38%라는 이야기는 3분의 2가 넘는 학교에서 등록금과 관련된 심의가 지극히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등록금 산정을 위한 심의 회의의 진행 사항에 대하여 회의록을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되어있지만, 회의 내용을 비밀 유지 또는 기밀 유지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심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비밀 또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나 이것이 강조된 경우 위원들의 활동을 위축시켜 등록금 심의 위원회의 취지를 거스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게 됩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등록금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상황을 조율해야 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2년 말 대선 공약 당시 계획되었던 국가장학금 정부지원금을 현재 수준에서 4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는데요. 공약(公約)은 말 그대로 공허한 약속인 공약(空約) 에 불과한가 봅니다. 얼마 전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 장학금 등록금과 관련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공약 당시의 계획한 4조에 미치지 못하는 3조4575억만 부담하기로 하면서 공약 이행 시기를 2015년으로 연기시켰습니다. 대신 “ 대학 측이 등록금 인하를 불이행 할 경우 대학평가 및 재정지원을 제한한다.” 며 정부는 등록금문제에서 뒤로 빠진 채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행동에 있어 대학이 먼저 나서줄 것을 주문합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에서는 정부 재정 지원금의 필요성이 있기에  “ 물가는 오르지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등록금을 동결 소폭 인하한다” 며 어느 정도 정부 주문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대학 재정의존도가 등록금에 상당부분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나름대로 등록금 산정에 대한 간섭은 대학의 자율권 침해라는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학 재정의 구성은 교육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는지, 그 나라의 교육철학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정부·대학뿐 아니라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미 올라간 등록금 수준 자체를 낮추기 힘들다면 정부가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현행 장학금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대학 재정 지원에 있어 최종적으로 학생들에게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보완해주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현상 유지만 이어갈 경우 현재 높은 수준의 등록금에 대한 부담은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대학생들이 입학 후 과도한 등록금 부담으로 장기간 휴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대출금 상환의 부담을 안고 빚과 함께 졸업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교육을 통해 수년에 걸친 캠퍼스 푸어(campus poor)로 전락하는 악순환. 가난을 키우는 대학교육의 현실을 타개해 줄 정부의 행동을 촉구해 봅니다.




<출처>

01_학자금대출 연체자 현황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17/2013111700275.html


02_연령대별 저신용 하락율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1402/h2014020420411321500.htm


03_등록금심의위원회 현황

- 대학교육연구소 현안보고 2014년 1호

http://khei-khei.tistory.com/729


04_국가장학금 정부지원금 현황

- 2012~2013: PDF파일 41p '국가장학금 지원'란 참고

04_대학 등록금 지원사업 평가 (국가장학금 지원예산_41p).pdf


- 2014: 교육부 발표내용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10910592133577&outlink=1


05_연도별 등록금, 물가 인상률그래프

- 대학교육연구소 통계

http://khei-khei.tistory.com/archive/20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