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국회와 청와대 살림부터 줄여라

opengirok 2011. 2. 23. 16:34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이런저런 후보들이 움직이고 있다. 정책도 발표된다. 아마도 내년 선거의 주요 이슈 중에 하나는 국가재정 문제일 것이다. 국가채무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다, 최근 복지가 ‘화두’가 되면서 저마다 재정문제에 대한 대안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예측하면, 모든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예산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세출구조를 혁신해서 복지재원을 마련한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증세를 하니 마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존재하지만, 예산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정치인들이 예산낭비를 줄이겠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국회나 청와대가 솔선수범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겠는가? 란 상식적인 의문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어느 정치인도 국회와 청와대의 예산낭비를 어떻게 줄이겠다고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참고로 청와대의 연간 예산은 1600억원, 국회의 예산은 4400억원이 넘는 규모이다(2010년 기준).

이 예산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방만하고 불투명하게 쓰이는 돈들이다. 실태가 어떤지를 드러난 자료만 가지고 살펴보자.


우리나라 예산에는 특수활동비라는 예산항목이 있다. 영수증도 없이 쓸 수 있는 돈으로 알려져 있다. 이 특수활동비를 정보기관에서 쓰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 매년 사용하는 특수활동비가 85억 원에 달한다. 이 돈의 사용내역은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공개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고도의 정치활동과 특수한 의정활동’에 사용되기 때문에 공개를 못하겠단다.


도대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수준높고 특수한 의정활동을 하기에 영수증도 안 붙이고 사용내역도 공개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회에서 쓰는 업무추진비 규모도 엄청나다. 1년에 80억원이 넘는 규모이다.  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예우비로 지출되는 돈이 100억원이 넘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낭비성 예산도 눈에 띄지만, 지금 얘기한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전직국회의원 지원비만 해도 265억원이 훌쩍 넘는다.


청와대도 특수활동비를 많이 쓴다. 1년에 220억원이 넘는 특수활동비가 청와대예산에 편성되어 있다. 청와대 특수활동비의 세부 사용내역도 공개되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 돌아갈 사저 경호시설을 짓는데 100억원을 쓸 예정이라고 한다, 청와대 예산은 예산서에 담긴 정보가 너무 적어 더 이상의 분석은 어렵다. 어쨌든 굉장히 많은 낭비요인들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보공개가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낭비가 없다면 정보공개를 그렇게 꺼릴 이유가 없다. 국회든 청와대든 예산을 쓰는 것에 떳떳하다면 정보를 공개하고 시시비비를 가려보면 될 일이다.   

    
내년이면 국회의원도 새로 뽑고 대통령도 새로 뽑는다. 나는 국회와 청와대 예산부터 공개하고 낭비를 줄이겠다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진정성을 믿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얘기를 하지 않고, ‘예산 몇 %를 줄여서 어디에 쓰겠다’든지 하는 정치인들의 얘기는 믿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도 바꾸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어떻게 거대한 정부조직을 바꿀 수 있겠는가? 예산을 줄이려고 할 때에 부딪힐 관료들과 이익집단들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이제는 좀 진정성 있는 얘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