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1억원 월급과 75만원 월급

opengirok 2011. 1. 20. 15:08
하승수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변호사



현실을 직시한다면, 월급 1억원과 75만원의 차이는 우리 사회의 권력관계를 반영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을 하고 급여를 받아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은 모두들 월급날을 기다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월급에 관한 두 개의 우울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첫 번째 이야기는 정상적인 노동의 대가가 아닌 특권의 대가에 관한 얘기였다. 고위 판사나 검사 출신이 고위 공직의 후보자로 지명되면 늘 나오는 얘기가 ‘전관예우’이다. 그 사람이 판사나 검사를 그만둔 뒤에 ‘잠깐’ 벌어들인 소득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짧은 기간에 평범한 사람이 평생 모을 돈을 번 것으로 드러난다.

과거에는 개인변호사 사무실을 열어서 돈을 번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로펌에 들어가서 고액의 급여를 받은 경우들이 많다. 이번에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되었다가 사퇴한 정동기씨도 그런 경우였다. 정동기씨는 월급을 매달 1억원가량 받아서 문제가 되었다. 정동기씨의 경우에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후부터 월급이 올랐다고 해서 ‘정권예우’라는 말도 나오지만, 어쨌든 그 전에도 만만치 않은 월급을 받았으니 ‘전관예우’ 더하기 ‘정권예우’를 받은 사례일 수 있다.

그리고 서울동부지검장을 하다가 퇴직한 후에 이번에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된 박한철씨도 로펌에서 월 600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임금이 노동의 대가라고 한다면 정동기씨나 박한철씨는 참 비싼 노동을 한 셈이다. 그런데 고위 판사나 검사 출신의 노동이 이렇게 높은 대가를 받는 것이 시장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변호사 수가 많아져서 형사사건이나 민사사건 수임료의 시장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마당에, 월급 1억원을 받으려면 아마 한달 동안 매일 밤샘을 해도 모자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조선일보



그래서 구체적으로 이분들이 한 노동의 내용이 무엇인지가 참으로 궁금하다. 대검찰청 차장검사나 대통령직 인수위원, 지방검찰청장이라는 경력을 이용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영리조직인 로펌에서 이렇게 고액의 급여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 노동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그렇게 아름다운 일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해 본다.

그래서 ‘전관예우’는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특권을 이용한 대가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고위 판사나 검사직에 있었다는 것에서 발생하는 모종의 특권이 있고, 그 특권을 이용해서 고액의 급여를 받는 구조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을 하지만 75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그리고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처우개선을 요구했더니 ‘계약 만료’라는 형식을 띤 ‘해고’라는 답을 받았다. 홍익대학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얘기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월급지급 명세서



이분들의 노동의 가치가 월 75만원이라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게 정말 그분들이 하고 있는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접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실을 직시한다면, 월급 1억원과 75만원의 차이는 우리 사회의 권력관계를 반영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관예우의 월 1억원은 일부 검찰관료, 사법관료들에게 특권을 보장하는 기형적인 사법현실이 낳은 것이다. 재단 적립금이 4000억원이 넘는 홍익대학교가 청소노동자들의 월급에 이렇게 인색한 것은 용역업체를 통한 비정규 고용이라는 방식을 통해 실고용주가 누리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특권의 대가를 없애는 것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생활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맞물려 있는 숙제다. 방법은 하나다. 이런 현실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아야 한다. 부정의한 현실을 변화시킬 방법은 이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