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소장
앞으로 세계경제나 한국경제와 관련된 핫이슈는 국가채무 문제가 될 것이다. 이미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의 국가채무가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괜찮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과연 괜찮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채무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2009년도 말 국가채무는 359.6조원으로 2008년도에 비해서 50.6조원이나 증가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용역결과에 의하면 포괄적인 국가부채가 800조원을 넘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공기업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2개 주요공기업의 부채는 2009년말 기준으로 212조원을 넘어섰다. 절대규모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증가속도이다. 지난 6년간 공기업부채는 156.42% 증가했다.
▲ 내일신문 8월23일자 1면.
우리나라처럼 경제개방도가 높고 초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진입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가재정의 건전성이 무너진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요소이다.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4대강 사업과 같이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경제적 타당성도 의심스러운 대규모 토건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뿐만 아니라 공기업들의 각종 토건사업들, 개발사업들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정반대의 모습들만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예산낭비를 감시하기보다는 자기들 밥그릇 챙기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국회의원 한번 하면 법에도 없는 사실상의 연금을 월 130만원씩 지급받도록 법을 만들어 놓았다. 국회의원들의 결산심사는 늘 부실하고, 정부가 잘못 쓴 예산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예산심의를 할 때에는 자기 지역구 예산이나 챙기려고 하다가 정말 중요한 예산은 대충대충 넘어가는 게 지금의 국회이다.
일부 공무원들은 국가예산을 흥청망청 쓰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에 펴낸 ‘2009 회계연도 결산분석’ 자료를 보면, 예산낭비 백태라고 할 만하다. 외교통상부 공무원들은 에너지협력외교 명목으로 예산편성을 해서 공관 운영비, 밥값, 선물비, 업무추진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국회의 예산심의결과도 무시되었다. 4대강 사업 홍보비를 마련하기 위해 예산을 엉뚱한 곳에서 끌어다 쓰기도 했다. 그 외에도 예산을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하고 연말에 남은 예산을 마음대로 전용해서 쓰는 등 국가예산을 제 마음대로 쓴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에게 나라 살림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다. 위장전입, 투기와 같은 반사회적 행위들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이 그들의 윤리수준이다. 공적인 돈을 자의적으로 쓰고, 공직을 자기 개인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국가재정을 걱정하고 2-30년 후의 세대들이 짊어지게 될 과도한 짐을 걱정하겠는가?
물론 모든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적격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을 퇴출시키는 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부적격 교사만 퇴출시킬 것이 아니라 사회에 더 큰 해악을 끼치는 부적격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퇴출시키는 방법을 민주주의의 원칙과 조화시킬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할 수 있다. 고위공무원은 공직적격성을 평가해서 퇴출시키는 데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같은 특별기구를 통해서 이런 일을 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에는 선출직이지만, 국회의원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일했는지 사적 이익을 위해 일했는지를 검증하고 평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보만 공개된다면 시민사회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독립적 특별기구를 통해 평가정보를 제공하게 해서 최종 판단은 유권자들이 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사회에서는 보수-진보가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과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득권집단’의 대립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득권집단으로 인해 공동체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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