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하승수
[바꿔 동네정치⑨] 우리동네 바꿔주는 '공약'
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역정치는 '주민없는 정치'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기득권 정치의 뿌리입니다. 풀뿌리 동네정치부터 바꿔야만 대한민국의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는 '바꿔! 동네정치' 제하의 공동 기획을 통해 지역정치부터 바꿔야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작은 성공 사례 및 변화의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6·2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정책적인 쟁점은 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 반대, 친환경무상급식 정도가 최대 이슈이다.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바로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사실 지금 40~50대들은 '도서관' 하면 시험공부할 때나 이용하던 곳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아도, 가끔 간 도서관에는 책도 많지 않았고, 제대로 관리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도서관이 어떤 곳인지,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를 잘 모르고 살았다.
도서관 하나가 동네를 바꾼다
그런데 살다보니 도서관은 정말 소중한 공간이다. 제대로 된 도서관이 있으면, 그리고 그 도서관이 살아 있으면 그 동네의 문화가 바뀌고 아이들이 더 좋아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옛날에 서울의 달동네였던 관악구 난곡에 가면 주민들이 만든 작은 도서관이 있다. 무려 20년의 역사를 가진 '새숲'이라는 이름의 이 작은 도서관은 동네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소중한 문화공간이다.
여기서 아이들은 책도 읽고 문화프로그램도 하고, 영화도 본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주민들도 드나들며 사람을 알아나가고 대화도 나눈다. 작은 도서관 하나가 지역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이 만든 이런 작은 도서관들은 인천에도, 서울에도, 경기도에도, 대전에도, 대구에도 있다. 전국적으로 약 50여 개 지역에서 풀뿌리 활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도서관들이 있고,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물론 책이 많은 대형 도서관들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접근하기 힘든 도서관은 '그림의 떡'이 되기 쉽다. 지하철 타고 버스 갈아 타고 도서관에 가기가 쉽겠는가? 이제는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도서관들이 동네 곳곳에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도서관들이 있을 때에, 우리의 삶은 보다 풍성해질 수 있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도서관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아이들과 손잡고 10분 내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이면 '딱 좋다'고 이야기한다.
작은 도서관을 활성화시킬 후보를 뽑자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2010년 현재 약 698개 정도로 인구 약 7만명 당 1개의 공공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인구 6만 명 당 1개의 공공도서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유럽의 영국은 약 1만3000명당 1개, 독일은 7980명 당 1개의 도서관이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부럽기 만한 수준이다.
이제는 동네마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자. 굳이 새 건물을 지을 필요는 없다. 동네에 보면 활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 상당히 존재한다. 읍·면·동마다 있는 주민자치센터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기존의 마을문고같은 것을 활성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 나온 풀뿌리 후보들 중에는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핵심공약으로 내건 후보들도 있다. 무소식 시민후보로 군포시장 선거에 출마한 정금채 후보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작은 도서관' 만들기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시민운동에 참여해 온 경험에서 나온 공약이다.
직접 주민들과 함께 도서관을 운영해 오다가 후보로 나선 경우도 있다. 서울 관악구 난국에 있는 '새숲' 주민도서관의 관장인 이명애 예비후보는 이번에 무소속 주민후보로 관악구의원에 출마했다. 이명애씨는 공공도서관이 1개도 없는 난곡·난향동 지역에 도서관을 추가로 만들고 활성화시키는 것을 핵심공약으로 하고 있다.
대구 동구 바선거구(안심 1·3·4동)에서 구의원으로 출마한 김영숙 예비후보는 대구 반야월 지역에서 '아띠'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고 운영실무를 책임져 온 사람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엄마들이 행복한 동네를 만들겠다고 무소속 주민후보로 나섰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작은 도서관'은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한겨레신문이 선정한 좋은 공약 50개에도 포함된 바 있다.
갈 곳이 없어서 헤매는 아이들, 소일할 곳이 없는 어르신들을 보며 안타까워 한 분이라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작은 도서관' 정책을 내세운 후보를 꼭 뽑기 바란다. 휴일에도 집에서만 뒹구는 남편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정책을 내세운 후보가 없으면, 후보들에게 요구라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동네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 동네와 나와 아이들의 삶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친환경무상 급식 먹고 나서, 방과 후에 걸어서 작은 도서관 가는 것을 상상만 해도 너무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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