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이화동 칼럼

용산참사, 후대에 반드시 남겨야 한다!

opengirok 2009. 2. 9. 16:26

정보공개센터 조영삼 이사


‘국가기록원, 녹색뉴딜사업 전 과정 기록화’라는 보도에 의하면 녹색뉴딜사업의 기안문, 회의록, 조사연구검토서, 사진, 영상기록 등을 영구기록으로 책정해 사업의 시작부터 최종 결과까지 전 과정을 특별 관리해서 위기극복 경험을 후대의 기록정보 자원으로 전승하겠단다. 누구인지 모를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으로 녹색뉴딜사업의 전 과정이 철저하게 기록으로 보존됨으로써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장하고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단다.

사람들은 이 기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국가기록원이 제대로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될까?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피식. 매사에 까칠해서 그런 것인가? 잘 하겠다는데 뭐가 불만이야. 그렇다. 불만이다. 어떤 불만?

새로울 것 없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령에서는 회의록, 조사연구검토서 그리고 시청각 기록을 반드시 생산하여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법령에 특별히 세 가지의 주요 기록을 생산하도록 의무화한 것은 어떤 사업이나 정책의 입안단계부터 종결단계까지 기록을 누락없이 생산하도록 하고 이를 등록하여 보존하기 위해서다. 그리하여 사업과 정책의 전말을 알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법령에 정해놓은 것이므로 녹색뉴딜사업에 대한 주요 기록을 특별 관리한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보도자료 씩이나 뿌려가면서 오지랖을 자랑하고 있을까?


구체적인 검토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녹색뉴딜사업은 이명박정부 차원에서 수행하는 역점사업이다. 모르긴 해도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가 크고 작게, 많고 적게 관련된 업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핵심이 되는 몇 개 조직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녹색성장위원회가 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구로서 기존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국가에너지위원회, 기후변화대책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이 될 것이란다.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의 공동위원장과 50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간사는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맡는다. 관련 정부부처로는 지식경제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기상청, 산림청 등이다.

녹색뉴딜사업 기록화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아직 없다고 하니 내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이들 각 조직들의 업무 및 기능 그리고 이에 따른 기록생산 및 등록 등에 대한 패턴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라면 이는 대통령기록생산기관이 된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국가에너지위원회, 기후변화대책위원회 등의 위원회가 어떻게 기록을 생산했고 관리해왔는지는 물론 이들 기구들이 통합해서 녹색성장위원회가 된다면 기록의 생산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개략적인 수준에서나마 그림이 있는지 궁금하다. 녹색성장위원회가 조직구성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검토 중이라거나 아직 구체적인 기록화의 방법이 없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것은 확실한 ‘설레발’이다.


관폐(官弊)가 우려된다.

조만간 녹색뉴딜사업에 대한 기록화지침을 각급기관에 시달한다고 하니 그 내용을 확인해봐야겠지만 아마도 관련 법령을 제시하고 그동안 생산된 관련 기록의 목록과 수량 조사를 요구할 것이다. 지침에 따른 각급기관의 업무수행 방안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하여 내년쯤에는 그 이행실적을 평가하려 할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런 조치들이 새삼스러울 것 없음에도 추진하는 것은 각급기관의 입장에서는 하던 일을 잘 하면 되는 것에 또 하나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당연한 투덜거림도 있을 것이다. 녹색성장위원회가 대통령기록생산기관이므로 대통령기록관리를 잘하면 되는데 왠 지X이야. 그런데 국가기록원은 기록관이 없는 대통령기록생산기관의 생산·유통단계의 기록관리를 소관하는 대통령실이나 소속기관인 대통령기록관과 충분한 소통이 있었을까?


기본을 지키면 아무런 문제없다.

녹색뉴딜사업의 기록이라면 생산단계에서 이것을 어떻게 분류하고 편철하지? 따로 단위과제를 만들어야 하나? 기관 내에서 업무가 산발적으로 이루어져 독립된 단위과제를 설정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하지? 이것 말고 다른 업무의 경우도 기록철 편성이 애매한데, 이것은 잘 될까?

기관에서 기록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도 당연하게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다. 이것들은 녹색뉴딜사업 말고도 다른 업무나 사안을 기록화하면서도 끊임없이 부딪히는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관 기록관리담당자(즉, 레코드매니저)의 역할이 될 것이다.국가기록원은 기관 기록관리담당자들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지원하고 협조하는 합리적인 소통을 위한 진정한 중앙기록관리기관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녹색뉴딜사업 기록화에 대한 특별한 지침을 만들어서 하달할 필요도 없고, 보도자료 씩이나 뿌리면서 요란 떨 이유도 없다.


행정조직이 아닌 전문기관이어야 한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기본적인 기록관리업무를 수행하면 너무도 당연하게도 보존될 기록에 대해 특별하게 기록화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고 드는 생각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정부정책에 모든 행정기관이 손들고 나서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엉덩이 무겁게 자리를 지키는 기록관리 전문기관으로서의 국가기록원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정치·행정 환경의 변화에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국가기록원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용산참사의 기록화 지침을 기대한다.

용산참사의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그 행사자는 정당하다는 내용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의 주장과는 극단적인 검찰의 발표를 보면서 후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서울경찰청장의 서명이 있는 진압승인 문서를 보면서도 검찰의 발표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할까? 아니면 그 진압승인 문서에 표시된 보존기간 3년에 의해 원본이 폐기되고 신문기사만 남았을 때 왜 이런 중요한 기록이 폐기되었냐고 궁금해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역사적 기록인 진압승인문서가 영구보존되도록 지침을 내리지 않은 국가기록원을 뭐라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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