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는 시민들의 생계와 사회적 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두 가지 결정이 이뤄졌습니다. 2021년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이 결정된 것입니다.
먼저 최저임금은 모든 노동자들이 아무리 적어도 이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법으로 정하는 금액으로, 돌아오는 2021년 최저임금은 시급 8720원 (월급 환산시 1,822,480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2020년 최저임금이 8,590원이니 1.5% 인상을 결정한 것입니다.
이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인데요, 코로나19의 여파로 자영업자등 많은 영세 사업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애초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나 소득주도 성장의 기조를 생각해볼 때 노동자 입장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치인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는 복리후생비와 상여금 일부를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실질적으로 임금 상승의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이번 인상안을 최악으로 평가하고 최저임금제도 개혁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진 최저임금에 비해 '기준중위소득'은 다소 낯선 용어인데요, 중위소득이란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소득을 오름차순으로 배열했을 때 중앙에 있는 금액을 말합니다. 그런데 가구별 소득의 정확한 수치는 어떤 통계를 활용하느냐, 가구원에 따른 추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에서 매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기준중위소득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산정을 포함해 소득을 기준으로 한 각종 복지사업에 있어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 금액이 얼마인지에 따라 복지의 대상과 수준이 크게 달라지게됩니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중위소득에 따라 지급한 사례를 떠올려보면, 기준중위소득이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년 발표되는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현재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설립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이 협의해 결정합니다. 기준중위소득의 경우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산하의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관계부처 공무원 6명, 전문가5명, 공익위원 5명이 회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대표로 인정되었거나 정부에서 위촉한 소수의 인원이 협상하여 금액을 결정하는 것인데요, 결정금액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정작 결정에 이르기까지 각 입장의 구체적인 주장과 근거, 쟁점은 무엇인지, 어떤 상황과 맥락에서 최종결정이 이뤄지는지는 시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러한 위원회 회의들이 시민과 언론에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18대-21대 최저임금 회의공개 관련 법안]
사실 개별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회의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시행령이나 규칙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차원에서 공개를 할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상위법의 강제 조항이 없는 한 행정이 스스로 위원회 회의를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행정이 주도하는 위원회의 폐쇄적 운영은 각 사회운동 영역에서도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때문에 정보공개센터에서는 '모든 위원회 회의는 공개'임을 원칙으로 하는 '회의공개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회에서 하는 회의나 국정감사, 청문회의 경우 시민들이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속기록으로도 남겨집니다.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제기하는 내용이나 태도를 보여주는 '레전드 짤'이 탄생해 화제가 되기도 하고, 의원별로 어떤 입장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분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국회에서 논의되는 정책이나 인사결정에 대해 보다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만큼 많은 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무려 22년 전, 정보공개법이 만들어졌던 주요한 취지는 "행정기관의 정책결정에 의견을 제시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이 된 지금까지도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안들이 밀실에서 결정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의사결정 과정'을 꽁꽁 숨기는 관행을 깨고 위원회 회의에서 어떤 주장이 나오는지, 누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 더 많은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행정에서는 회의가 공개되면 위원들이 어떻게 자유롭게 발언을 하겠냐는 우려를 내세워 회의공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대표성을 가지고 주요한 공적 결정을 하는 위원이라면 발언이 공개되는 정도의 책임감은 가지고 임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최저임금과 기준중위소득처럼 주요한 회의가 중계는 고사하고 속기록도 남지 않는것은 시민의 알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사항입니다. 주요한 회의는 행정에서 선제적으로 중계나 방청을 시행하고 속기록을 충실히 남겨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21대 국회에서는 하루 빨리 회의공개법을 제정해 현장에서 적용되는 주요한 결정들에 대한 알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의 회의공개 관련 활동
2019/10/22 - [이화동 칼럼] - 생중계 되고, 속기록 남는 회의도 이정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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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 [정보공개제도/정책연구] - 회의공개법 제정을 위한 한국과 미국의 회의공개 실태연구 결과공유
2017/11/06 - [정보공개센터/활동소식] - [토론회] <시민주권시대, 회의공개를 말하다> 성황리 개최!
2018/05/08 - [정보공개센터/활동소식] - [오픈세미나 후기] 회의 공개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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