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프듀X' 투표 원본 데이터, 정보공개가 가능할까?

opengirok 2020. 1. 9. 16:24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원본 데이터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과연 공개가 가능할까?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을 총괄한 안준영 PD는 현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 '투표 조작'으로 큰 논란을 빚은 프로듀스 시리즈, 결국 프듀X로 데뷔한 엑스원은 해체가 결정되었습니다. 안준영 PD 등 프로듀스 시리즈 제작진은 현재 검찰로부터 기소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프로듀스 진상규명위원회 연합은 지난 12월, 연합 성명문을 통해 "온라인 투표를 포함하여 각 회차별 순위와 누적 득표수에 대한 원데이터 확보를 통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요구하였습니다.


2019년 12월 23일 발표된 프로듀스 진상규명위원회 연합 성명문. (출처 : DC 프듀X 마이너 갤러리)



 시청자 투표 원 데이터는 안준영 PD를 비롯한 개인 PD 들이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 투표 결과 공개'의 책임이 있는 CJ ENM은 해당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며, 따라서 현재 진상규명위원회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원 투표 데이터는 수사기관이 관계자들로부터 압수한 자료가 유일한 것이라고 합니다. 투표 원본 데이터를 관리하고 공개해야 할 CJ ENM이 해당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은 방송사가 얼마나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관리가 소홀했는지,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재판 과정에서 해당 데이터의 내용이 공개 될 것인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프로듀스X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미 지난 10월 경찰 수사 단계에서 투표 데이터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경찰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사유로 들어, 현재 수사 진행 중 사건의 증거자료로서 경찰의 직무수행에 곤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비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재판 결과가 나온 후에 해당 자료를 다시 정보공개 청구하면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 진상규명위원회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서울지방경찰청의 비공개 결정문



 현재 제4호의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한 정보를 비공개한다는 내용은 사실 "재판 및 소송의 공정한 진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을 경우 비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투표 데이터와 같은 재판의 증거자료라 할지라도, 그것이 공개됨으로서 재판의 진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면 공개 대상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안준영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재판에 있어서 '투표 조작' 사실 자체는 제작진 측에서도 이미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원 투표 데이터가 공개된다고 해서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제4호만으로 비공개 결정이 내려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사유로 하고 있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2항 제6호입니다. 투표 데이터에는 당연히 연습생들의 성명과 순위, 득표 수 등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공직자가 아닌, 민간 개인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다 에서는 비공개 예외 단서를 달아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그것이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하고 있으나, 연습생 개인의 성명, 순위 등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비록 공개가 예정되어 있는 투표 결과이긴 하나, 그 공개의 당사자는 CJ ENM이지 공공기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의 알 권리'를 이야기하는 의견들이 있으나, 그것은 방송사에게 요구해야할 것이지 수사기관이나 법원과 같은 공공기관에 요구할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원 투표 데이터를 공개해서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는,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개인정보가 공개될 경우 침해될 수 있는 연습생 개인의 권리를 지켜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연습생 당사자가 청구인이라면 또 다른 이야기이긴 합니다. 연습생 당사자가 개인의 권리 구제를 사유로 다른 연습생의 정보가 아닌, 연습생 본인의 회차별 순위, 득표수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공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겠죠. 따라서 투표 원본 데이터에 대한 공개 여부는 참가 연습생들의 권리 구제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