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호(도류스님. 불도암 주지)
2008년은 전세계 165개국의 환경전문가 2000여명이 모여 습지와 하천생태계가 지구 자연환경의 유지와 보존에 매우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거듭 환기하면서, 주요습지 하천생태계를 지정하고 회복시키는 일에 전념하는 람사르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습지 하천생태계는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산업문명의 발달과 인구의 급증으로 인한 현상이라고 하는데, 현재 미국의 경우 54%의 습지와 하천생태계가 파괴되었고, 뉴질랜드는 90%, 필리핀은 68%가 사라졌으며, 일본은 향후 160년 이내에 모든 습지와 하천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선 먼저, 습지 하천생태계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인지 간략하게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습지(濕地wetland)라는 개념은 간단히 말해서 물을 담고 있는 모든 토양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습지 하천내의 영양소는 식물의 성장기 동안 물이 천천히 흐르는 시기에는 바닥에 축적되어 그것이 물고기나 새우의 번식을 높이고 하천생물의 생존을 유지하게 하며 관수를 통해 농산물의 성장을 촉진시킵니다. 이를 보호유지(retention of nutrients) 기능이라고 하는데, 또 물의 흐름이 빠른 시기에는 영양소가 그 바닥에서 유출되어 하류나 연안의 영양원으로 공급됩니다.
건조한 흙은 물을 오염시킨다고 합니다. 흙과 물과 공기가 각각 25%가량씩 유지할 수 없을 때, 땅은 유기물 분해작용은 물론이거니와 여과작용 이온교환작용 등도 정지하게 되는 까닭입니다.
요약하면 하천의 기능은,
첫째, 생태적 기능으로서 생태계의 연결고리, 생물종다양성의 기반이며 보고이며,
둘째, 수질정화 기능으로서 서식하는 식물들에 의해 하수나 폐수의 정화가 가능하고,
셋째, 경제적 기능으로서 어폐류의 양식과 레져인구의 유입에 의한 이익이 있으며,
넷째, 문화적 기능으로서 자연교육과 생태관광, 그리고 주민들의 안정된 정서함양의 유익함이 있으며,
다섯째, 수리적 기능으로서 홍수통제, 농용수 공급 등의 이익이 있으며,
여섯째, 기후조절 기능으로서 대기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습지 하천은 생물종 다양성의 유지, 수상교통의 이용, 유전자의 저장소 등 인간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물의 라이프사이클 가운데에서도 중요한 생식환경의 기본을 유지하게 하고, 문화 또는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 그리고 연구나 교육의 장으로서의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습지 하천은 호주, 뉴질랜드와 시베리아를 잇는 철새의 이동 경로에 들어 있기에 더욱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듯 자연상태의 습지와 하천은 보이는 산천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준다는 표면적인 현상보다도 더욱 중요한, 지역 생태계순환 유지에 더욱 막중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명이 떠나고 죽은 하천은 하수도 도랑물에 불과할 뿐입니다. 인공적 축대와 해마다 되풀이되는 준설작업, 수중보로 막힌 하천은 생명이 깃들지 못하고 강의 본류대에 합류되어 수질오염을 더욱 가속화시키게 됩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화천에서 해마다 한겨울 1월에 실시되는 화천산천어축제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하천 준설작업과 수중보공사에 대해서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진은 화천천의 자연환경 이 자연스럽게 유지되어 있는 풍경입니다. 강변에 식물들이 군집하여 자라고, 자연스럽게 퇴적된 백사장이 펼쳐져 있으며 강 바닥에는 돌과 자갈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뒹굴고 있습니다.
이곳은 산천어축제장으로부터 2km남짓 상류에 위치해 있는 곳 입니다. 앞으로 보게 되는 사진들 과 대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11월 30일 산천어축제장 현장 의 모습입니다. 대형 굴삭기를 동원해 하천바닥을 남김없이 긁어내 덤프트럭으로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이 지점은 강의 본류대와는 2km남짓 상류에 위치해 있는 곳이지만, 바닥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곳의 수중생물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사진의 하단 부분은 화천천이 강의 본류와 만나는 곳이고, 수중보에 의해 완벽하게 차단된 윗쪽 바닥이 드러나 있는 부분은 화천천입니다.(11월 30일)
강줄기를 완벽하게 막아 화천천의 물을 마르게 한 뒤, 바닥을 긁어내고 다시 물이 채워지도록 한 장치입니다. 얼음이 얼면 바로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얼음판이 완성됩니다.
이곳으로부터 화천천 상류방향 으로 3km가량이 전부 산천어축제장으로 현재 개발중에 있는 현장이 되며, 이러한 현상은 해마다 되풀이 되는 상황입니다.
수중보에 의해 막혀 있는 지점 으로부터 약1km 가량 상류에 위 치한 일명 출렁다리와 청소년수련관 건물이 있는 곳입니다. 역시 깨끗하게 긁어내고 정돈된 강 바닥에는 잔모래와 돌맹이들만 굴러 다닐 뿐 생명체라고는 하천변 잡초 나부랭이 하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큰 돌과 자갈들이 강변을 이루면서 쏘가리와 메기, 하천변 수서식물 들이 풍부한 화천의 생태보고 였던 곳입니다.
하천바닥에는 아직도 공사의 흔적인 덤프트럭의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조금 전의 장소에서 다시 약 500m 가량 상류쪽으로 위치해 있는 배머리교 주변의 풍경입니다.
수려한 산세와 푸른 하늘과 구름이 잘 어울어진 풍경화 속에서 아래 보이는 하천은 거대한 하수처리장을 연상키기는 토목공사 현장이 되어 있습니다.
하류쪽 수중보에 막힌 화천천을 이곳 다리 밑에서 또다시 둑을 쌓아 하천의 흐름을 막아내는 공사 진행이 멀리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배머리교 가까운 곳에서 내려다 본 장면입니다. 다리 아래부분으로 둑을 쌓은 뒤 시멘트로 덮어 영구불변한 자동차도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하천바닥 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완벽하게 훼손되어 있습니다.
조금전 보였던 배머리교의 반대편 상황입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상황을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10m 가량 상류방향 지점에 또다시 둑을 쌓아 세 번째 하천 물막이 공사가 되어 있습니다.
이쯤 되면 하천은 더 이상 그 존재가치가 없는 앞마당 하수도 정도에 불과합니다.
보십시오. 흄관 다섯 개를 바닥에 깔아놓고 흙을 덮어가며 곧 세 번째 물막이 둑이 완성될 상황입니다. 배머리교 아래 둑과 시맨트포장은 완성되어 있고, 그 아래 콘크리트흄관을 통해 하천물이 흘러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배머리교에서 이중으로 막혀있는 현장에서 또 50m가량 상류 쪽에서도 연실 흙을 하천으로 실어 메우고 있습니다.
이렇듯 둑을 쌓고 하천변을 메우고 있는 흙은 어느곳에서 가져온 것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투명하고 맑은 화천천은 이 모든 현장을 거울처럼 비쳐보여 주고 있습니다.
점차 탁해져가는 하천변의 상황을 보면서 마치 구원을 요청하는 하천의 슬픈 눈물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배머리교의 상류 약500m 지점입니다. 사진 왼쪽에 네 번째의 물막이 보가 있는 현장입니다.
하천변에는 중장비들이 동원되어 있는데, 이미 하천바닥은 모두 처리가 되었고, 하천변에서 막바지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이 보는 상수도 예비취수장이라는 명분으로 올해 전격적으로 공사를 집행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상류쪽 물을 다시 한번 가두어 축제장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으로 만들어졌다고 보아야 합니다.
상수도 예비취수장 보에 막혀 있는 상류쪽 현장입니다.(11월 30일)
역시 중장비를 동원해서 바닥 을 긁어내 실어 나오는 과정에 있는 상황입니다.
이곳은 화천천의 모든 생물종들이 다양하게 보존되고 서식되고 있었던 화천천의 보고와 같았던 장소입니다.
현재는 주변정리가 말끔하게 이루어져 자연스러운 풍경은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진 위쪽으로 화천군보건소와 농업기술센터 건물이 보이고, 그 아래 오른쪽으로 이 지점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화천군농업기술센터 앞 하천변 전망대에서 마주보이는 화천천의 풍경 입니다. 하천중앙에 바닭을 긁어모은 모래섬이 보이고, 하천변으로 자동차도로가 만들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모든 생태환경이 철저하게 파괴된 죽은 하천에서 무엇을 보며 즐거워 하려 하는 것입니까.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삼중 사중으로 둑을 쌓아 물길을 끊고 바닥을 몽땅 파헤쳐 실어내는 생태계 파괴사업이 어떻게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으며, 성공적인 지역축제 공사로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까. 지방2급하천인 화천천은 강원도가 그 관리감독을 주관하는 구역입니다. 이같은 공사는 하루빨리 중지되어 단 하나의 잡초라도, 단 한 마리의 피라미라도 살려내야 하며, 화천천 생태계 멸종의 위기를 막아내야 합니다.
산천어축제는 본래 산(山)과 하천(川)과 물고기(魚)의 세가지 자연환경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는 청정화천의 이미지제고 차원에서 <산(山)천(川)어(魚)축제>라는 명칭으로 최초의 제안이 있었던 사업입니다. 당연히 천혜 자연산림으로 울창한 산과 자연생태 하천변 생물과 토종 어류가 풍부하게 어울어진 강원도 대표적인 관광축제로 세계를 향해 알리고자 제안되었던 것인데, 그것이 오늘과 같이 변질된 것입니다. 하천생태계의 생명과 수려한 자연환경에 대한 존중심은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최초 축제행사를 행정주도로 집행하면서 임시방편 화천천에 물막이 공사를 하고 빙판을 만든 뒤, 이곳 화천천에서는 서식할 수도 없는 양식장에서 구입해온 산천어를 방류하고 낚시가 가능한 축제로 개최해보았는데, 첫해에 많은 호응을 얻자 오늘과 같이 산천어물고기를 잡아 넣었다가, 다시 잡아내는 축제만으로 굳혀진 것입니다.
이후 화천천은 행정주도의 축제진행이 연례화 되면서 오늘과 같이 화천천은 생태계가 철저하게 유린되고 파괴되는 종말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이 축제장의 수질은 공업용수로도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3급수 최악의 수질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러한 오염된 약 수십만톤의 하천물이 본류대와 차단되어 있던 물막이보가 열리면 북한강으로 합류되고, 상수도보호구역에서 가장 극심한 수질오염을 유발하는 현장이 되는데, 이는 이미 지난 3월 무렵 MBC방송을 통해 하천바닥에서 썩어 그대로 흩어지고 있는 산천어송장들을 수중촬영을 통해 생생하게 전국으로 보도가 된 바가 있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람사르총회를 계기로, 전국의 자치단체에서는 습지 하천의 보존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깊이 인식하고 그 환경유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창원시의 경우는 하천생태계 복원사업을 위해 700억원의 사업비를 집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화천에서 현재 진행중인 오늘과 같은 파괴적인 축제행사는 즉각 중지되어야 합니다. 수백년에 걸친 화천천 생명의 순환을 무참하게 파괴하면서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산천어축제는 그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08. 12. 01)
훼손되지 않은 화천강의 자연풍경
'우리의 활동 > 서교동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년도 경기불황으로 예상되는 사회현상들? (0) | 2008.12.11 |
---|---|
공익제보자에게 너무나 무심한 사회 (2) | 2008.12.09 |
국회가 난도질한 '노무현 기록물' (31) | 2008.12.02 |
닫힌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할 자격있나 (0) | 2008.12.02 |
무소불위 권력 우려되는 국정원 (0) | 2008.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