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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보공개청구 캠페인 대상 ‘삼성 계열사 유령집회 현황’

opengirok 2012. 3. 22. 15:39


 

오른쪽부터 전진한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대상 수상자 윤재원·박경담씨, 권태선 편집인, 우수상 최영훈씨, 노력상 안우혁씨, 권복기 디지털미디어국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겨레>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제 3회 정보공개청구 캠페인’에서 박경담·손영진·윤재원씨가 청구한 ‘삼성 15개 계열사 22개 사업장 유령집회 개최 현황’이 대상을 받았다.
8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공공기관 신입사원 입사성적 현황’과 ‘글로벌인턴지원단 WEST 프로그램 참가자 한국장학재단 대출 현황’을 청구한 최영훈씨가 우수상, ‘10·26 지방선거 장애인 접근시설 설치 현황’의 안우혁씨가 노력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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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역감시의 일상화: 정보공개 청구대회의 의의 

감시는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개인의 관심사를 예측하는 구글의 검색 시스템도, 시민의 정치성향을 판단하는 총리실의 개인정보 취득 시스템도 모두 일반 시민들의 가시권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 감시가 은밀할수록 권력의 힘은 더 커진다. 그래서 감시가 발각되었을 때 권력은 심지어 감시의 기록인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체를 파괴함으로써 그 흔적을 지우기도 한다.

반면 역감시는 항상 보이는 곳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역감시의 주체인 일반 시민들이 은폐를 위한 자원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 한 가지 이유이다. 하지만 좀 더 중요한 것으로 다중의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에게는 역감시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시민의 의식을 환기하고 그들의 의사를 결집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시민운동단체로서 존재하는 이유이며 한겨레신문과 동센터가 정보공개 청구대회를 개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정보공개 청구대회는 역감시의 중요성과 그 수단으로서 정보공개 청구의 방법 및 의의에 대해 시민들의 관심을 일깨우는데 큰 기여를 해왔다. 18편이 응모했던 작년에 비해 40편이 응모하여 양적으로도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특히 가정주부와 실직자를 포함하여 이전에 비해 지원자의 분포가 다양화된 점이 이를 보여준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공개를 청구한 정보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훨씬 더 밀착되어 있는 정보라는 점이다. 젊은 청년을 위해 마련된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참가비용 조달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에서부터 공개거부 때문에 비록 정보획득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노숙인에 대한 의료보호의 실태, 지방 선거 투표소의 장애인 시설 실태, 공공기관 신입사원의 토익점수 등 권력에 대한 역감시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큰 이야기’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간과하기 쉬운 ‘작은 이야기’와 관련된 정보를 청구한 사례를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일견 사소해 보이는 사항에 대해서도 정보를 청구하게 된 것은 그만큼 역감시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의 의식이 일깨워졌고 권력의 흔적에 대한 일상적 감각이 더욱 세밀해졌음을 시사해준다.

40편의 청구건 중 최종 심사대상에 오른 것은 모두 7편이었다. 우리는 그 중 삼성계열사 정문 앞에 신고된 집회 가운데 실제로 개최된 집회는 한 건도 없었음을 확인한 박경담, 손영진, 윤재원씨의 청구를 대상으로, 글로벌인턴지원단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한국장학재단 대출여부를 조사한 최영훈씨의 청구를 우수상으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투표소별 장애인 시설 설치여부를 점검한 안우혁씨의 청구를 노력상으로 선정했다. 선정되지 못한 청구 중 일부는 정보공개 거부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 한 것이었고 일부는 청구 결과 획득한 정보의 의미를 충분히 밝혀내지 못 한 것이었지만 다수는 심사위원들이 암묵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던 사안의 중요성과 관련한 기준에 다소 미달했기 때문에 수상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은 정보공개 청구의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 사회의 현실에 비춰볼 때 아직은 좀 더 큰 이야기와 관련된 정보가 더 큰 가치를 지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심사를 마친 시점에서 돌이켜 볼 때 우리의 기준이 이미 역감시를 일상화하고 있는 시민의 의식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로 정보공개 청구대회는 마감되지만 심사위원들이 염두에 두었던 기준과 무관하게 정보공개 청구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더욱 일상화되기를 기대한다.  

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