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정진임 간사
정진임 간사
한 달 여 전,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문서보관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직원이 문서고 내에서 담배를 피우다 난 불이었다. 다행히 금방 진화가 되었고, 아무런 피해도 없었지만 만약에 큰 불이 났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LH공사의 기록 대다수가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기관이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 기록관리를 잘 하는 곳에 속한단다. 2009년에 LH공사는 기록관리 국무총리 기관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2010년에는 국가기록원 기록관리평가에서 A등급을 받기도 했다.
문서고에서는 흡연을 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원칙조차 무시하는 이 기관이 기록관리를 잘하는 우수기관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바빠서 지금은 공개할 수 없다고?
도대체 각 공공기관의 기록관리 평가의 기준이 어떻기에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는 국가기록원에 기록관리 평가지표와 각 기관의 평가점수를 공개해달라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러자 국가기록원에서 전화가 왔다.
업무가 바쁘기 때문에 7월에나 공개가 가능하니 정보공개청구를 취하했다가 다음에 다시 청구하라는 내용이다. 필자가 청구한 내용은 없는 자료를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있는 자료를 달라는 것 뿐이다. 도대체 직원이 399명에 달하는 국가기록원은 얼마나 바쁘기에 있는 자료를 공개하는데 2개월이 넘도록 걸린다는 말인가.
그냥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통지를 해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의 전화는 몇차례가 더 오고갔다. 이것이 기록정보의 공개를 확대해 세계 일류의 기록국가를 실현하겠다는 국가기록원의 수준인 것인가. 국가기록원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1년전 끝난 업무인데 현재진행중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국가기록원의 어처구니 없는 비공개는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일본열도가 엄청난 지진으로 재난을 당한 것을 보고 우리나라는 기록에 대한 재난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져 국가기록원에 공공기관의 보안 및 재난대책 수립지표 및 평가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리고 국가기록원은 각 기관의 평가점수에 대해 비공개했다. 이 내용이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국가기록원의 부분공개 결정통지서
1~2년전의 평가결과 조차도 “현재 진행중”이라며 전혀 타당성이 없는 이유로 비공개를 하는 국가기록원을 보고 있노라니 이 곳이 정말로 철저한 기록관리를 통해 투명한 행정과 역사전승을 구현하겠다고 하는 전문기관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가기록원, 달라져야 한다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메인 화면에 다음과 같은 글이 써있다.
“정보가 모이는 곳, 역사가 숨쉬는 곳, 미래가 보이는 곳. 국가기록원”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캡쳐
국가기록원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기록관리를 관장하고 공유에 앞장설 의무가 있는 유일의 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가기록원이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기록의 공유와 서비스의 가장 기본적인 창구라 할 수 있는 정보공개조차 제대로 하려 하지 않는데 어디서 기록 공유의 의지를 찾을 수 있겠는가. 국가기록원은 달라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정보가 모일지는 몰라도, 그로 인해 역사가 숨 쉬고 미래가 보일 희망은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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