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활동/서교동 칼럼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 충분히 예견된 일

opengirok 2010. 6. 21. 11:44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



최근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고문 행위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 방식도 매우 충격적인데, 소위 ‘날개 꺾기’ 및 ‘재갈물리기’ 방식을 통해,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 이후 사라졌다고 믿었던 고문의 망령이 2010년 되살아 난 것이다. 물론 검찰 조사 및 재판을 통해 이번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 이후 경찰이 보여줬던 모습 속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지 분석해 보자.

우선 검찰에 따르면 양천서에서 압수수색한 CCTV 자료에서 1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의 녹화 기록이 빠져 있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게 만약 의도적인 것이면 증거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 된다. 국가기관에서 했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불법적이며, 반윤리적 이다.

하지만 경찰에 의해서 이런 일은 심심찮게 목격되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 이하 정보공개센터)는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을 상대로 “1999년 1월1일~2009년 8월4일까지 최루액 사용 현황을 알려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경기지방경찰청은 일주일쯤 뒤 “최루액 사용 종합기록이 없다”며 비공개를 결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09년 1월20일 용산 남일당에서 사용한 25ℓ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규식 민주당 의원이 최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은 2009년 한해에만 14차례에 걸쳐 모두 2136.9ℓ의 최루액을 썼고, 그 가운데 2041.9ℓ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시위 현장에서 사용했다. 결국 ‘자료가 없다’고 말한 경기지방경찰청이 시민단체 쪽에 거짓 회신을 한 셈이다. (2009년 10월 9일 한겨레 보도 인용)

이 보도 이후 경기지방경찰청에서는 정보공개센터로 직원을 보내 정식으로 사과하고, 정정공문을 직접 전달해왔다.

또한 2009년 10월 26일 정보공개센터가 정보목록에서 공개로 설정되어 있던 총 12건의 용산참사 사건 관련 정보를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스스로 공개결정 내린 것을 번복하고 총 11건에 대해서 비공개 결정을 해버렸다. 재판 진행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남기고 말이다.

스스로 공개결정을 내린 것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매우 닮아 있는 모습이다.


두 번 째 경찰은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게 수많은 인권침해 지적을 받았음에도 계속해서 반복 하는 행위를 보여왔다.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청구 한 내용에 따르면 2007년에는 경찰이 전자충격기(테이저건)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며, 경찰장비 사용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는 권고도 받았다. 그리고 이 권고에 대해 경찰은 수용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고를 받은 지 2년이 2009년도 여름, 경찰은 전자충격기를 쌍용자동차 노조원 진압당시 얼굴이나 다리 등에 직접 사용해 논란이 되었다. 당시 얼굴에 테이저건을 맞은 노동자 얼굴이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적이 있다.

최근에는 경찰이 난동을 부리던 50대 남성을 진압하기 위해 테이저건을 발사하여 쓰러지면서 스스로 가지고 있는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2010년 6월 1일 MBC 보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인권위의 권고를 그냥 형식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세 번째로 경찰은 스스로 경찰들의 범죄사실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2009년 11월 12일 '정보공개센터'가 '경찰이 검찰로부터 전달받은 공무원 범죄 처분 결과 통보서'를 입수해 발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적발된 경찰 범죄는 2007년 261건, 2008년 286건, 2009년 286건(10월 기준)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 10월까지 적발된 286건 중에는 도로교통법 위반 43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42건, 뇌물 수수 40건 등이 가장 많았고, 음주 운전 12건, 사기 7건, 성매매 10건 등도 눈에 띄었다. 특히 성매매로 적발된 10건 중 3건은 청소년 성매수 사례였다.

그러나 이 같은 범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경남지방경찰청과 광주지방경찰청은 성매매를 한 경찰들에게 각각 경고 조치와 감봉 1개월의 가벼운 징계 조치만을 취했다. 또 올해 초 서울지방경찰청은 뇌물 수수로 적발된 소속 경찰에게 감봉 1개월의 처분만 내렸으며, 지난 9월 충남지방경찰청은 사기죄로 적발된 경찰에게 견책 조치만 내리기도 했다.

경찰 스스로의 범죄에 대해서는 안일한 처분을 함으로서 경찰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경찰들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엄청난 경찰 행정력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두달 사이에 수차례 불심검문을 당한 적이 있다. 밤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출근 길에 집근처에서 한번 강의를 나가는 대학 근처, 직장 근처에서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경찰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한 두 번은 그냥 응했으나 서너번이 지나가고 나서는 모욕감이 참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서울지역 2008년, 2009년 불심검문, 불심차량검문 현황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를 받아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서울 지역 경찰이 ‘휴대용 신원조회기’를 이용해 신원조회와 차량조회를 한 건수가 각각 6014만여건과 5485만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회 건수 가운데 직접 시민의 신원을 조회한 경우는 2008년 710만여건, 2009년 644만여건이었으며, 차량(이륜차 포함) 조회 건수는 각각 5300만여건, 4800만여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 인구가 1046만명인 것과 단순 비교하면, 서울 시민 열 명 가운데 예닐곱 명이 해마다 길거리에서 신원조회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위에서 밝힌 자료만 보더라도 이번 양천경찰서 사례는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찰은 권한이 강화되었다고 느낄 때 스스로를 계속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은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경찰은 업무에 대한 총체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의 민심은 더욱 요동칠 것이며, 그것은 곧 정권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다. 1987년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 지 예의주시 할 것이다.